2009년 시행된 ‘사용량약가연동제’로 국내서 개발된 의약품의 해외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최근 당뇨병 신약후보물질로 대박을 터뜨린 한미약품도 보령제약 ‘카나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살탄, Fimasartan)는 멕시코 진출 1년 만에 순환기내과 처방률 1위(18.8%)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다. 멕시코 사보험 시장(Private market) IMS 데이터에 따르면 카나브는 지난 8월 마지막 주(8월 29일~9월 4일)에 주간 처방률 18.8%로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카나브는 멕시코 현지서 지난해 발매된 이후 지난 7월 순환기내과 월간 처방률이 10.2%를 기록한 이후 한달 새 10.7% 성장했다.
현재 멕시코 전체 항고혈압제 시장은 약 5.5억달러(한화 약 5500억원)로 이중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 시장은 3.4억달러(한화 약 3400억원)의 규모다. 사보험과 공보험(Public Market)으로 나뉜 멕시코 의료시장에서 사보험은 금액 측면에서 약 70%를 차지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카나브는 올해 국내 약가가 670원에서 640원으로 떨어질 뻔 했지만 약가는 유지하고 차액을 보령제약이 정부에 보전해주는 방식을 택해 국내 약가 하락으로 인해 해외 약가가 동반해 떨어지는 것을 면했다. 보령제약은 2011년 말 터키 제약사 압디와 4580만달러 규모의 독점공급 협약을 체결했지만 약가 등의 문제로 수출계약을 해지당했다. 압디사는 가격이 너무 낮아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에서도 약가산정 기준 탓에 향후 해외수출에서 암초에 부닥칠 우려가 크다. 제네릭은 1년간 최고가(오리지널의약품 약가)의 59.8%를 적용받다가 1년 뒤 53.55%로 조정된다. 바이오시밀러는 최고가의 70%를 적용받는다. 바이오베터는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아 최고가의 90~110%의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바이오시밀러는 그렇지 못하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분석한 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사례를 보면 2003년경 급여 출시된 한 제품은 1년 뒤 추가 적응증으로 가격이 97% 수준으로 인하됐다. 2006년에는 약가재평가로 최초 등재 약가의 75% 수준까지 급락했다. 2008~2011년 3번의 추가 적응증에 급여가 적용되면서 74%, 69%, 65% 순으로 가격이 다시 조정됐고 2011년 이후에는 사용량-약가연동제가 두번 적용돼 61%, 57% 순으로 가격이 또 인하됐다. 이 약제는 특허가 만료되면 최초 등재가격 대비 40% 수준까지 급락한다. 바이오시밀러는 이처럼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40% 수준 약가를 기준으로 다시 이 가격의 70% 수준의 약가를 인정받게 되므로 채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돼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되면 개발목표대상인 오리지널 의약품은 종전가 대비 70% 수준으로 약가가 인하되고 바이오시밀러는 이 가격의 70% 수준에 해당하는 약가를 적용받게 된다. 정부는 카나브 사례 이후 사용량 약가연동제에 환급제도를 도입했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한미약품은 최근 당뇨약의 약효 지속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기술로 극내 제약산업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에 이르는 해외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이 수출을 시작하게 되면 국내 약가를 참조해 해외가격이 정해질 공산이 커 신약개발로 인한 고부가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신약이 개발된 뒤 약가 문제를 고민할 게 아니라 미리 계획을 세워 국내사들의 연구개발 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며 “무조건 근시안적 시야로 약가인하만 밀어붙일 게 아니라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에서 약가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