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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동물엔 별 피해 없는 바이러스, 인간에게 치명타될 수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11-13 02:32:03
  • 수정 2020-09-13 2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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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루셀라증·일본뇌염·큐열 등 10개질환 국내서 인수공통감염병 등록 … 건국대 폐렴, 과민성 폐·장염에 무게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출혈을 동반한 설사를 유발한다.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공포를 상기시켰던 ‘건국대 폐렴’ 사건이 지난 6일 감염 의심 환자 55명이 전원 격리해제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발생 원인이나 감염경로 등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처음엔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이 진원지인데다 감염 의심 환자들이 동물농장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약 120여가지에 달한다. 이 중 국내에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정의된 질병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enterohemorrhagic E. colibacillosis, EHEC), 일본뇌염(japanese encephalosis), 브루셀라증(brucellosis), 탄저(anthrax), 공수병(hydrophobia),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avian influenza infection for human),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ariant Creutzfeld-Jakob disease, vCJD), 큐열(Q-fever), 결핵(tuberculosis) 등 총 10개다. 이밖에 지난해 한반도를 덮쳤던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이나 에볼라바이러스(ebola hemorrhagic fever)도 동물을 매개체로 한 인수공통감염병 중 하나다.

장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의원실의 조사 결과 2010년부터 지난 8월말까지 보고된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건수는 총 902건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멸균되지 않은 우유나 균에 오염된 야채 및 햄버거 등을 먹은 이후 발병하는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이 418건으로 가장 많이 보고됐다. 올해 우리나라에 피해를 준 낙타 등에 의해 감염되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이 186건, 소·돼지·양 등에 의해 감염되는 ‘브루셀라증’ 129건, 작은빨간집모기에 의한 ‘일본뇌염’ 90건, 진드기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큐열’은 79건 발생했다.
장정은 새누리당 의원은 “보건당국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인수공통감염병 관련 교육 및 예방활동을 실시해야 한다”라며 “메르스와 같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을 조사해 연령별 예방법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1982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으며 주로 출혈을 동반한 수양성 설사를 유발한다. 미국의 경우 연간 1만~2만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집단적으로 발병한 사례는 없으며, 주로 6~9월에 걸쳐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원인균은 대장균의 일종인 ‘O157’이다. 식중독을 집단 발생시키는 페로 독소를 만드는 병원성 대장균의 하나로 O는 균의 특성을 나타내는 독일어(Ohen)의 머리문자다. 
대장균은 균체의 항원항체반응의 차이에 따라 173종류로 분류하는데, 157번째로 발견됐다는 의미로 0157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이 균은 장점막에 부착해 식중독 등을 일으키고 70도 온도에서 2분 정도 지나면 사멸된다. 아직 이 균에 유효한 백신은 없으며, 잠복기는 3~8일이다.

이 감염병은 오염된 햄버거 등 갈은 고기를 섭취했을 때 감염률이 높다. 충분히 멸균되지 않은 우유, 주스, 균에 오염된 야채 또는 샐러드도 감염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균에 오염된 호수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수인성으로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많이 밀집한 환경에서 2차감염이 잘 일어난다. 
증세로는 발열을 동반하지 않는 급성 혈성 설사와 경련성 복통이 나타나지만 대부분 1주일이면 치료 가능하다.  합병증으로 용혈성 요독증후군 또는 혈전성 혈소판감소증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유아는 10% 정도에서 합병증이 발생하고, 이 중 2~7%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자의 경우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인한 사망률이 50%에 달한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바이러스(Japanese encephalitis virus)에 감염된 작은빨간집모기(Culex tritaeniorhynchus, 뇌염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인체에 감염돼 발생한다. 초기에는 고열, 두통, 무기력 혹은 흥분상태 등이 나타나고 병이 진행되면서 중추신경계가 감염돼 의식장애, 경련, 혼수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이 15세 이하의 어린이 및 청소년이며 최근 일본에서는 노인 환자가 많아지는 추세이다.
일본뇌염바이러스는 주로 돼지의 체내에서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건국대 폐렴사건으로 의심받은 브루셀라증은 브루셀라균에 감염된 소, 산양, 돼지 등의 변뇨·혈액·유즙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1887년 영국 군의관 ‘데이비드 브루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브루셀라증에 걸리면 3주 정도 잠복기를 거쳐 발열, 피로, 권태감, 두통, 복통 등 전신 증세와 함께 합병증으로 호흡기질환, 신경계질환, 척수염, 골수염 등이 발생한다. 치사율은 낮은 편이지만 심할 경우 심장내막 염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도 있다. 고열이 나는 게 주요 특징으로 이를 ‘몰타열(malta fever)’ 또는 ‘지중해열(mediterranean fever)’이라고 한다.
브루셀라증을 치료할 수 있는 특별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 가축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이미 감염이 됐을 경우엔 전염을 막기 위해 도살 처분한다. 대부분 1주일 이내에 낫고 전염력도 매우 낮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2002년 첫 환자가 발생한 후 2013년까지 70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큐열은 미생물인 ‘리케차’에 의해 동물에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사람에게도 전염된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에서 발견됐다는 의미로 큐열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병원체는 진드기에 의해 매개되고 오한, 땀, 권태, 설사 등 증상을 유발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이 건국대 폐렴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초기 감염의 대부분이 학교내 동물생명과학대 면역유전학실험실과 동물영양학자원실험실 등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인수공통감염병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브루셀라증이나 Q열의 경우 국내에서 흔한 질병이 아니고 사람 간 전파도 거의 없다”며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외에 독성물질에 의한 폐렴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동물사료 분쇄 과정에서 나온 먼지 등으로 과민성 폐장염이 발생했다는 가설을 포함해 진균류(곰팡이)나 일부 독성물질들을 발병 원인으로 보고 퍼즐을 맞추고 있다”며 “발병 원인과 전파 경로와 관련해서는 50% 정도까지 밝혀진 상태”라고 말했다.
과민성 폐장염은 곰팡이균이나 버섯의 포자, 동물 생산물, 진균 등이 호흡기를 통해 폐에 흡입될 경우 발생하는 질환으로, 이번에 발생한 의심환자들이 보인 것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중합효소연쇄반응(PCR), 배양검사, 혈청검사,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 등 총 4가지 유전자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최종적으로 이달 말 검체에 대한 조사결과가 모두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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