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수면 단계에서 심한 잠버릇이 나타나는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는 치매나 파킨슨병이 없더라도 인지기능이 저하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122명 중 파킨슨병·치매로 장애가 발생했거나 추적이 불가능한 환자를 제외한 84명을 10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환자군의 9%가 렘수면 행동장애를 진단받은 지 3년 만에 파킨슨병 또는 치매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18%는 진단 시점으로부터 5년 뒤, 35%는 6년 뒤에 파킨슨병이나 치매 판정을 받았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파킨슨병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46%에서 기억력이나 수행능력을 포함한 인기지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된 사실이다.
즉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84명 중 18명은 파킨슨병 또는 치매가 발병했고, 나머지 66명 중에서도 거의 절반의 환자에서 인지기능 저하가 관찰됐다.
사람은 깊은 수면 단계에 이르게 되면 눈을 빠르게 움직이는 급속안구운동 상태로 접어든다. 이를 ‘렘(REM: Rapid Eye Movement, 급속 안구 운동)수면’ 상태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는 대체로 근육이 이완돼 움직임이 거의 없이 꿈을 꾼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으로,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숙면을 취하면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깊은 수면을 취하더라도 꿈을 꾸는 동시에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거나 과격한 행동과 함께 욕을 하는 등 격한 잠버릇을 보이는 경우 질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에서 이런 잠버릇이 나타나면 렘수면 행동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윤인영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는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감퇴하는 퇴행성질환의 일종으로, 조기진단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국내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퇴행성질환 이환율은 진단 6년 후를 기준으로 35%로, 이는 이전 서구에 비해 약간 낮은 비율이긴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인 ‘영국의학저널(BMJ, British Medical Journal)’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