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 신모 씨(29)는 최근 왁싱숍에 갔다 난처한 일을 겪었다. 꾸준히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았지만 마지막 왁싱 후 피부가 심하게 따끔거린 것이다. 왁싱숍에 문의하자 ‘그날 특별히 이상이 있지는 않았다’며 ‘보습관리를 받으러 오라’고 말했다. 신 씨의 상태를 살펴보던 왁서는 “피부가 많이 쓸렸다”며 “혹시 여드름약 같은 것을 복용하느냐”고 물었다.
신 씨는 다가올 웨딩촬영을 위해 피부과에서 여드름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왁서는 “아무래도 여드름약을 복용하면 피부가 얇아져 예민해지기 쉽다”며 “당분간 왁싱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모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 중 6개월~1년 이내에 여드름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이를 뒤로 미루는 게 좋다. 레이저치료보다 왁싱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먹는 여드름약 중 로아큐탄, 이소트레티노인, 아큐테인 성분 등은 피지분비를 억제하는 기능으로 여드름 치료에 흔히 쓰인다. 이들 성분을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피부 재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들 여드름약은 피부를 건조하게하고 가려움증, 피부 벗겨짐 현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건조증 부작용은 점막 부위에 쉽게 나타난다. 비강, 안구, 입술 등 모든 점막에서 유발될 수 있다.
이때 왁싱하면 여러개의 털이 한번에 뽑히면서 피부에 심한 자극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 자극이 심한 경우 미세한 각질이 함께 탈락해 상처를 입기도 한다.
황규광 세련피부과 원장은 “여드름약 성분 중 레티놀, 아큐레인, 로아큐탄, 미노신, 항생물질 등은 피부를 얇게 만들기 쉬워 왁싱 시 피부가 상처입을 우려가 있다”며 “특히 브라질리언 왁싱은 비키니라인을 중심으로 성기와 항문 부위의 잔털까지 깨끗이 없애는 시술로 다른 피부보다 약한 점막 부위에 이뤄지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레이저 제모는 선택적으로 모낭에만 작용하며 박피처럼 피부를 깎아내는 치료가 아니므로 로아큐탄을 복용하는 중이라도 치료에 큰 지장이 없다. 제모 시술 중 체크해야할 약물로는 피임약, 아스피린 등이다. 검증된 레이저를 사용하고, 에너지파워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경험 이 풍부한 의사에게 시술받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퓨빅왁싱(pubic waxing)이 자연스러워진 분위기인 만큼 이같은 주의사항을 캐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과거 ‘음지의 문화’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젊은 여성 사이에서 마치 네일케어를 받듯 ‘관리’의 하나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음모를 제거하는 퓨빅왁싱은 단순히 미적인 목적으로만 시행되지 않는다.
여성은 생식기 특성상 ‘위생 문제’가 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퓨빅왁싱은 제대로만 받으면 여성 건강에 이로운 측면이 있다. 가령 음모가 난 면적이 넓거나 밀도가 높은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쉽게 생리혈이나 분비물이 체모에 묻어 불쾌한 냄새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음모를 제거하면 생리 시 관리가 수월해지고 평소에도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위생 목적으로 여성제모를 선택하는 여성이 상당수다.
여성의 감기로 불리는 질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음모의 숱이 많을 경우 피부가 습해져 질염을 유발할 수 있다. 생리가 시작되면 습한 상태가 심해져 증상이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몸에 필요 없는 것은 없다’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털은 햇볕이나 찬 공기 등 자연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역할이 줄어들었다.
여성 제모가 성병 중 하나인 ‘사면발니’(속칭 사면발이, phthiriasis)를 예방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면발니는 음모에서 기생하는 ‘이’ 같은 존재로 털을 모두 제거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치료다.
영국 메트로지는 2013년 ‘드라마 섹스앤더시티’가 전세계 사면발니 감소에 기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영국의 경우 1954~1964년 사면발니가 0.8%에서 3.2%로 4배가 증가했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1997년 0.41%에서 2013년 6월기준 0.17%로 감소했다.
이 매체는 사면발니가 감소한 것은 성관계가 줄어서가 아닌 2000년 방송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던 에피소드가 방영된 이후라고 밝혔다. 영국피부과협회의 쿤센 첸(Kun Sen Chen) 박사는 “최근 사면발니 환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체모에 대한 문화적 태도와 시선이 달라지며 제모가 당연시됐기 때문”이라며 “드라마 주인공인 캐리 브래드쇼는 100만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오던 전염성 질병인 사면발니 제거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