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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수능 D-28, 시험 잘 보려 무분별한 약물 복용, 수험생에겐 ‘독’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10-13 15:11:34
  • 수정 2020-09-13 20: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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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황청심원, 졸음·두근거림 등 부작용 위험 … 기억력개선제도 임상근거 부족, 규칙적 식생활과 숙면이 최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시험 성적을 올릴 수만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나 건강기능식품업체의 수능 마케팅은 수험생과 부모들의 이런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다. 대표적인 게 우황청심원이다.

이 품목처럼 수험생에 헛된 기대를 갖게 하는 이미지를 구축한 사례는 보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우황청심원하면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약’으로 떠올리며,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시험 당일 자녀에게 권한다. 약국에서도 극구 이를 말리지 않는다. 우황청심원이 신경안정 측면에서 일정한 효과를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겨 오남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컨대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에 우황청심원을 먹이는 것은 응급처치를 늦추거나 기도를 막히게 할 가능성이 있다. 수험생에겐 수험 당일 졸음, 두근거림, 멍한 정신상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은 원래 뇌질환·중풍성질환·심장성질환·신경성질환에 처방하던 일종의 응급약으로, 1107년 중국 송나라 때 진사문이라는 사람이 발간한 ‘증주태평혜민화제국방(增註太平惠民和劑局方)’에 최초로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1613년(광해군 5년) 허준이 펴낸 ‘동의보감’ 잡병편 ‘풍(風)’ 항목에 처음으로 수록됐다. 동의보감은 우황청심원을 ‘심기가 부족하고 정신과 마음이 안정되지 못해 기뻐하고 성내는 것을 종잡을 수 없고, 정신이 착란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야사에 따르면 조선 태조 이성계는 혼수 상태에서 어의가 준 우황청심원을 삼키지 못해 사망했다.

이 약은 1970년대만 해도 중장년층의 고혈압·중풍치료제, 혼절시 응급약 정도로 여겨졌지만 현재 운동능력 마비, 언어장애 등을 일으키는 뇌졸중, 고혈압 같은 순환계 질환을 비롯해 두근거림, 정신불안 등에도 사용되는 등 ‘국민상비약’으로 자리잡았다.

대다수 의사와 한의사들은 우황청심원이 일부 신경안정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턱대고 복용할 경우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형철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우황청심원은 구급약으로서 약재의 효능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복용시 신경이 과도하게 안정되면서 졸음이 올 수 있다”며 “반대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긴장감이 커지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황청심원과 같은 응급약은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 있으므로 복용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며 “예비소집일이나 시험 2~3일 전에 반알 정도를 시험적으로 복용해 자신에게 증상이 어떤 지 확인보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수험생의 경우 어느 정도의 긴장은 집중력을 향상시켜 문제 풀이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수능시험 전 우황청심원을 복용해 긴장을 너무 이완시켜버리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고난도 문제를 신속하게 푸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체질에 따라 고가의 우황이나 사향을 대체한 물질로 인해 시험시간 동안 심장이 두근거릴 수 있다. 속쓰림, 두통, 소화불량 등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도 꽤 있다.

K대 의대의 한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우황청심원은 복용한 뒤 심리적으로 위안을 얻는 ‘위약효과’가 큰 약 중 하나”라며 “양약이 아닌 한약 계통이라 개인마다 약효가 다르게 나타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시험 당일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다급하게 우황청심원이나 기타 약물을 다량 복용하면 졸림, 뇌기능저하, 소화불량 등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철 원장은 “체질상 우황청심원이 맞지 않는 수험생에겐 한방차가 도움된다”며 “눈이 침침할 땐 눈을 밝게 하고 머리를 가볍게 해주는 감국차(국화차), 눈이 건조하고 뻑뻑하면서 두통이 있을 땐 구기자차, 밤 늦게까지 공부해 체력이 떨어질 땐 오미자차가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우황청심원과 우황청심환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은 엄연히 다른 약재다. 글자 하나 차이지만 우황청심원은 한의학, 우황청심환은 중의학 처방에 따른 한약이다. 들어가는 약재의 종류와 양이 다르고 처방에 따라 전혀 다른 약재가 첨가되므로 구분해서 복용하는 게 좋다. 국내 출시된 우황청심원은 우황, 사향, 용뇌, 서각, 대두황권 등 총 30종류의 약재가 들어간다. 중국의 우황청심환은 우황, 당귀 등 총 5~10종의 약재가 함유된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우황(牛黃)은 소의 담낭·담관에 생긴 결석을 건조시켜 만든 약재로 진정작용, 혈압강하, 해열 등 효과를 나타낸다. ‘머스크(musk)’로 불리는 사향(麝香)은 중국 윈난성, 쓰촨성, 시짱(티베트)자치구 등 고산지대에 사는 사향노루의 생식기에 붙어있는 사향선을 건조시킨 약재다. 옛부터 기절한 사람을 깨우거나 흥분 및 경련을 가라앉히는 용도로 사용됐다. 사향노루가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돼 사향의 공급이 제한적인 까닭에 사향고양이에서 나온 분비물인 영묘향(광동제약), 인공으로 합성한 대체성분인 L-무스콘(조선무약 등 기타 제약사) 등이 대체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오리지널 우황청심원과는 효과에 적잖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국내 우황청심원 시장은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제비몰러 나간다’ CF로 유명한 조선무약의 ‘솔표우황청심원’과 후발주자였던 광동제약의 ‘광동우황청심원’이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퉜다. 하지만 조선무약이 2001년 첫 부도를 시작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현재 기업청산 수순을 밟으면서 광동제약이 시장점유율 1위로 우뚝섰다.

약국이나 한의원에서 기억력 개선제 또는 총명탕 등으로 홍보하는 제품도 굳이 사먹을 필요가 없다. 인체에서 효과를 입증할 만한 임상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보건당국으로부터 명확한 적응증을 받은 것도 아니다. 더욱이 해당 의약품의 약리기전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이 먹을 경우 오히려 어지러움, 신경과민, 구역감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기억력 개선제로는 뇌기능개선 및 두뇌영양제로 알려진 ‘아세틸엘카르니틴’이 대표적이다. 이 약은 뇌혈관질환에 의한 퇴행성질환을 예방한다고 허가받았으나 뇌혈액순환을 개선하는 것인지, 뇌내 아세틸콜린 양을 늘리는 것인지 불분명해 아직도 실효성에 논란이 많은 약이다.

이밖에 기억력 개선제에 단골로 들어가는 성분으로는 우리딘, 시티딘, 글루타민 등이 있다. 우리딘과 시티딘은 신경섬유의 성장 및 분리를 촉진해 더 많은 시냅스(신경·근육세포 연결지점)를 생성하도록 유도하고, 뇌활동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한다고 선전된다. 글루타민은 학습·기억에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한다고 홍보되고 있다. 글루타민은 근육운동 후 단백질보충제 및 항암치료후 기력회복제로도 애용되고 있지만 먹는다고 다 흡수되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효과를 이끌어낸다고 믿어주기엔 근거가 미흡하다.
이들 3가지 성분이 들어간 복합약은 혈관성 뇌질환 후유증, 기억력 장해, 집중력 장해 등의 정신 신경쇠약을 앓는 성인에게 투여되도록 허가돼 있다. 오히려 소아에게는 보호자의 지도 감독하에 복용시킬 것이란 주의사항이 달려 있다. 한마디로 이 약은 마땅한 약이 없거나 원인을 모르는 뇌 후유증이나 정신쇠약에 쓰는 약으로 유아나 청소년의 기억력 개선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임상근거가 없으므로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다보니 손님들이 기억력 개선제를 달라고 할 경우 마구 팔려나가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어서 적절한 제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수능이 약 한달 앞으로 다가운 상황에서 고가의 약을 따로 구입해 먹기보다는 위장에 편안하고 소화가 잘되는 식단으로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는 게 오히려 수험생에게 도움된다. 마무리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끼니를 거르면 뇌 활동에 쓰이는 포도당이 부족해 기억력 등이 저하될 수 있다. 반대로 시험 전날이나 당일 합격 기원 떡이나 엿, 사탕, 초콜릿을 과도하게 먹으면 뇌가 피로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루 7시간 이상 규칙적인 숙면은 뇌세포를 활성화시켜 집중력 향상에 도움되므로 반드시 지키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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