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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무뚝뚝한 독일·영국인, 우울증 위험도 높은 이유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9-30 00:16:02
  • 수정 2020-09-14 12: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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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인 15% 가을·겨울철 울적함 경험, 2% 계절성우울증으로 악화 … 멜라토닌·세로토닌 분비 감소와 연관

일반인 중 약 15%가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기분이 울적해짐을 경험하고, 2~3%는 계절성우울증으로 악화된다. 가을은 정말 남자의 계절일까. 낙엽이 떨어질 즈음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나 가을타나봐”라고 말하는 남자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사실 계절 변화에 따른 우울증은 여성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계절 변화가 기분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으로 발전한 상태를 ‘계절성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라고 한다. 1984년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의 노만 E.로센탈 박사가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국내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2013년 기준 7만7000여명으로 4년 전에 비해 11.7% 늘었다.

계절성정동장애(우울증)의 발생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된다. 노만 박사가 일조량이 많은 플로리다 지역과 부족한 북부 알래스카 지역의 계절성 우울증 발병률을 비교한 결과 플로리다 지역은 100명 중 한 명, 알래스카는 10명 중 한 명 꼴로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발표된 해외연구 결과 일반인 중 약 15%가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기분이 울적해짐을 경험하고, 2~3%는 계절성우울증으로 악화된다. 대개 20대 이상에서 발생하고 나이가 들면서 발생빈도가 점차 감소한다. 겨울철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 국가에서, 낮에 햇빛을 쬘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들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전체 우울증 중 계절성이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가을·겨울우울증과 봄·여름우울증으로 나뉜다.

뇌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시계’는 우리의 생활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계절에 반응하며, 특히 하루 중 낮의 길이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햇빛이 줄면 ‘멜라토닌(melaton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늘어나는 반면 엔도르핀의 분비가 줄면서 신체리듬이 깨져 우울증이 생긴다. 멜라토닌은 뇌 속 송과선이라는 부위에서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 등 호르몬의 영향으로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생활리듬은 낮과 밤의 주기(cycle)에 따라 맞춰져 왔다. 해가 뜨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자게 된다. 보통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환경의 변화에 적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된다. 이로 인해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이 부족해지면 무기력, 활동량 저하, 슬픔 등이 유도된다. 

일반 우울증과 가장 큰 차이점은 수면시간과 식욕이다. 보통 우울증에 걸리면 입맛이 없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하지만 계절성 우울증이 오면 오히려 식욕이 왕성해지고 수면시간이 과도하게 길어진다. 아직까지 이런 차이점이 발생하는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기분, 수면, 기억력, 불안, 식욕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이 연관된 것으로 추측된다. 일조량이 감소하는 가을과 겨울엔 멜라토닌과 정반대로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감소한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면 식욕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기온이 서늘해지면 혈관이 수축되고 위장 부분의 혈액량이 증가하면서 위장운동과 위산분비가 활발해진다. 이로 인해 소화가 촉진돼 입맛이 당기고 공복감을 빨리 느끼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계절성 우울증 증상은 보통 봄이 되면 완화되지만 식욕이 왕성해진 탓에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갑작스러운 체중변화로 행동이 느려지고 외모도 변화하면서 자존감이 하락, 대인기피증세가 동반된다”며 “이런 증상은 대중에게 알려진 사실과 달리 남성보다 여성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계절 변화와 더불어 자신의 고민을 마음 속에 담아두는 한국인의 특성은 계절성 우울증 발병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우울증이 왔을 때 불면증, 식욕저하, 불안, 체중감소, 건강염려증 등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한다. 특히 자살과 같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거나 실제로 시도한 비율이 6.9%로, 미국인(3.8%)의 2배 가까이나 됐다. 
이는 국가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이 2012년에 발표한 2010년 기준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12.4명이다. 같은 기간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자 수는 31.2명으로 미국의 약 2.5배 수준이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을 생각하는 한국인 우울증 환자 대다수는 감정이 억압돼 있고, 표현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자살 징후가 나타날 정도가 돼야 알아차리고 병원을 찾는다”며 “병원에 와서도 이런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매일 일정한 기간 동안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을 실시하거나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우울증까진 아니더라도 우울감을 경험하는 빈도가 잦을 경우 낮시간에 외부활동을 늘려 햇빛을 많이 받는 게 좋다. 낮 동안엔 커튼을 걷고 의자 배치는 눈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에너지를 높여주며 정신적·신체적 만족감을 준다. 달거나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피한다.

정성훈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실내 조명을 밝게 유지하고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되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좋다”며 “이런 방법으로 극복되지 않으면 전문의의 상담과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치료가 필수적인데,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사회적 인식 탓에 치료를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항우울제는 다른 항정신성 약품들과는 달리 습관성이나 정신이 멍해지는 증상이 거의 없다. 약물은 15일 이상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섣불리 약을 중단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의사의 중단지시가 있을 때까지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이밖에 광선요법이 계절성 우울증에 도움될 수 있으며, 약을 복용할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심각할 때에는 전기충격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우울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평소 받는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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