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한모 씨(21)는 최근 남자친구와 첫경험을 가진 뒤 몸 상태가 영 좋지 않다. 몸살이 난 듯 전신이 아프고 쑤시고, 특히 옆구리와 복부에 통증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단순 감기로 여겨 몸살약을 복용했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소변을 볼 때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자 결국 병원을 찾았고 ‘급성 신우신염’으로 진단받았다.
급성 신우신염은 요로감염의 일종으로 신장에 세균감염이 발생한 상황이다. 원인은 세균감염이며, 원인균 중 85%가 대장균으로 알려져 있다. 요도 주위와 회음부에 상주하는 대장균과 같은 세균이 요도를 타고 상부로 올라가며 유발한다.
이밖에 비뇨기계와 관련된 수술로도 생길 수 있다. 또 요로 사이에 구조적 이상이나 역류 현상이 나타났나 요로종양·협착·결석, 전립선비대증 등으로 소변의 흐름이 자유롭지 못할 때에도 발생할 수 있다.
신우신염은 신장염과 달리 급성으로 진행되며 다양한 요로감염질환 중 특히 증세가 가장 심한 편이다. 초기에는 오한, 39도 이상의 고열, 무기력증, 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해 착각하기 쉽다. 다만 감기와 차이가 나는 것은 옆구리, 등, 복부 부위가 심하게 아프면서 배뇨통과 오줌소태증세, 혈뇨 등의 배뇨증상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며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 무리가 생긴다. 심각한 경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패혈증이나 신장농양 등 합병증을 동반, 신장기능이 저하되거나 만성신우신염 등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 초기에 적극적인 항생제 투여와 충분한 수액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에는 가수 신지,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리지가 이 질환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실제로 신우신염은 젊은 여성에서 흔한 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신우신염에 걸린 17만 3099명 중 여성이 87%(15만611명)을 차지해 남성보다 월등히 많았다. 여성 중에서도 20~30대에서 흔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여성은 해부학적 구조상 남성에 비해 요도가 짧고 넓어 급성세균성방광염이 생기기 쉽다”며 “이같은 방광염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할 경우 세균이 신장까지 침범해 신우신염이 유발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같은 감염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생활습관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여성은 화장실에 다녀온 후 뒤처리에 신경써야 한다. 가령 배변 후 대변내 균들이 회음부 쪽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앞에서 뒤로 닦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여성 중에는 한 씨처럼 성관계 후 신우신염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적잖다. 김 원장은 “여성은 성기가 안쪽에 위치해 남성보다 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갖고 있다”며 “성관계에 앞서 외음부 주변을 청결히 하고, 파트너도 가볍게 샤워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성교 후에는 바로 배뇨하는 게 세균침투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매일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정상적인 소변량이 배출되도록 한다. 평소 가벼운 방광염 증상이 느껴진다면 그때그때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신우신염을 예방할 수 있다.
김태준 원장은 “신우신염은 적절한 조치로 예방하는 게 가장 좋지만 한번 걸리면 자연치유되지 않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의심되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항생제 처방으로 초기치료를 시작한다. 배양되는 세균의 감수성에 따라 항생제를 변경하기도 한다. 단순 급성 신우신염은 1~2주간 먹는 항생제로 치료한다.
위장이 좋지 않아 먹는 약을 복용하지 못하거나 신체 전반에 걸쳐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입원해서 항생제 주사치료를 받기도 한다. 이같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72시간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농양 형성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한다. 이런 경우 염증세포가 증가해 있거나, 농뇨(고름뇨)와 세균뇨가 보인다.
치료 후 증상이 나아진다고 해서 완치된 것은 아니므로 요검사를 통해 최종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의사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며 상태를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