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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커피마니아는 유전자부터 다르다 … 커피, 독과 약 사이 오묘한 존재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9-14 01:11:25
  • 수정 2020-09-14 12: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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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R·ABCG2’ 유전자 존재시 카페인 대사량 우수, 커피 자주 마셔 … 커피 이중적 효과엔 항산화물질 작용

‘커피공화국’이란 별명답게 시내 어딜가도 커피전문점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밥은 굶더라도 커피를 마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국내 커피업계 경쟁도 치열하다. 스타벅스, 엔젤리너스 등 기존 업체의 강세 속에 한 때 최대 점포 수를 기록했던 카페베네의 몰락과 저가를 장점으로 매장 확대에 나선 이디야의 약진이 눈에 띤다.

커피는 주로 사람들이 피곤함을 느끼거나 각성이 필요할 때 자주 마신다. 하지만 개인에게 나타나는 커피 효과가 제각각이라 과학자들은 커피와 연관된 유전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해왔다. 아직 이를 입증할 만한 임상근거가 충분히 확보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연구결과가 해외 학계를 중심으로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

메릴린 코넬리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커피를 마시는 습관과 관계 있는 유전자 변이 6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커피를 마시는 유럽과 아프리카 계통 12만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POR’와 ‘ABCG2’ 유전자 인자는 카페인 대사, ‘BDNF’와 ‘SLC6A4’ 인자는 카페인 섭취 뒤 신체에 주는 영향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GCKR’와 ‘MLXIPL’은 카페인 섭취로 인한 글루코스와 지질대사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발견된 커피 관련 인자 대부분을 가진 사람은 카페인 대사량이 좋고 커피를 많이 마셔도 카페인이 빨리 흡수돼 하루에 4~5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들 인자 중 1~2개만 갖고 있는 사람은 커피를 많이 마시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넬리스 교수는 “이번 연구로 담배나 알코올처럼 커피를 마시는 습관에도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라며 “이는 개인마다 커피 섭취가 왜 신체적으로 다른 영향을 나타내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를 달게 혹은 쓰게 먹는 데에도 유전자가 관여한다.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 행동학 유전학자인 다니엘레 리드 교수팀이 일란성 쌍둥이 243쌍, 이란성 쌍둥이 452쌍, 일반인 511명을 대상으로 단맛에 대한 민감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이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 단맛에 대한 민감도는 유전적인 성향이 30% 정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으로 단맛을 느끼는 민감도가 낮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당분을 더 많이 섭취했다.
리드 박사는 “선천적으로 청각이 약하면 라디오를 들을 때 볼륨을 크게 하는 것처럼 유전자에서 단맛 민감도가 낮으면 커피를 마실 때 설탕을 많이 넣는 등 달게 먹길 원한다”며 “단맛 민감도와 관련한 유전적 차이를 이해하면 설탕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엇갈린다. 커피에는 1000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이들 물질은 각기 어떤 질병에 관해서는 위험성을 낮추는 반면 다른 질병에는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진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커피를 섭취해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에는 당뇨병(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제2형 성인형 당뇨병), 일부 암, 파킨슨병 등이 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에는 고혈압(단기간 혈압상승), 철결핍성빈혈(철분흡수 방해) 등이 대표적이다.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히려는 시도는 종종 있었지만 임상근거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질병을 예방 혹은 유발하는 커피의 이중성은 유전자보다 항산화물질(chlorogenic acid, CGA)과 깊이 연관된다. 이 물질은 인슐린감수성과 베타세포 기능을 개선해 당뇨병을 예방하고,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감소시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춘다.

하지만 양이 과도할 경우 반대의 효과를 낸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커피를 과도하게 마시면 칼슘 불균형, 역류성식도염, 가슴두근거림, 메스꺼움, 불면증, 기억력 손실, 치아 변색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항산화성분 중 클로로겐산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빈혈인 젊은 여성은 커피 섭취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또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과 노인은 카페인 분해속도 느리므로 커피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명승권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으로 대표되는 치매는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생활습관병과 흡연·음주·운동부족·영양결핍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카페인의 경우 일부 동물실험이나 임상연구에서 신경보호 효과를 통해 인지장애 위험을 낮추기도 했지만 연구마다 결과가 달랐고, 이번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인지장애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장애를 예방할 목적으로 커피나 차를 많이 섭취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커피의 유익론과 유해론이 맞부딛히는 가운데 하루 1~2잔의 커피는 몸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커피를 먹지 않는다고 몸에 해로울 것은 전혀 없다. 
꼭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하루에 두 잔 이하로 마시되 오후 4시 이후에는 삼가는 게 좋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과 수면의 질은 깊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커피를 마셔도 잘 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느낌만 그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실제로 카페인반응이 적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수면다원검사를 해보면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깊게 잠들지 못해 수면의 질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수면 시 카페인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오후 1~2시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실제 잠들기 6시간 전에 카페인을 섭취하면 수면량이 평균 8분 줄고 3시간 전에 섭취하면 평균 27분 감소한다.

커피를 만들어 먹는 방법에 따라 카페인의 양과 영향이 달라진다. 커피는 가급적 원두커피로 마시는 게 좋다. 미국식(종이 필터 여과식) 커피는 카페인 함량이 낮다. 그러나 인스턴트커피(고온 고압 추출물은 분말화한 것)와 유럽식 커피(볶은 커피 원두를 그대로 끓이거나 헝겊에 거르기만 한 것)는 카페인 함량이 높고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올린다. 설탕이 많이 든 인스턴트커피, 휘핑 생크림이 든 테이크아웃커피는 고열량 고당분으로 비만과 충치를 유발하므로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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