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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메르스 넘긴 의료계, 의사vs간호사vs간호조무사 3파전에 몸살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9-07 15:53:24
  • 수정 2015-09-11 09: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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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협 “간호조무사 폐지 및 새 보조인력 필요”, 간무협 “보조인력 느낌 주는 명칭 개정해야”,

대한의사협회가 새 개정안에 포함된 간호사의 간호지원사 지도·감독권 부여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의료계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간 업무영역 다툼에 휘말렸다.

의협 “간호사에 조무사 지도·감독권 부여 반대”

간호조무사를 간호지원사 1·2급으로 바꾸는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한간호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모두 강력히 반발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간호조무사 직군 자체의 폐지를 주장해온 간호사들은 이번 개편안이 간호조무사들의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마치 전문성을 갖춘 직군으로 보이게 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대로 간호조무사들은 새 개정안이 마치 간호사들의 보조인력으로 종속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갈등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뿐만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번졌다. 대한의사협회가 새 개정안에 포함된 간호사의 간호지원사 지도·감독권 부여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의료계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간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간호인력을 ‘간호사, 1급 간호지원사, 2급 간호지원사’의 3단계 체계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간호조무사의 명칭이 간호지원사로 변경되고, 간호지원사는 교육 수준과 업무 범위에 따라 1급과 2급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시·도지사가 급수 없이 ‘간호조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엄격한 질 관리와 수급 조절이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1급 간호지원사는 복지부장관 ‘면허’, 2급 간호지원사는 복지부장관 ‘자격’이 부여된다. 현재 간호조무사는 2급 간호지원사로 전환되며 1년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 근무경력, 교육과정 등을 거쳐야 1급 간호지원사 시험(경력상승제)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경력 승급제를 용인한 셈이다.
명칭의 경우 당초 간무협은 ‘간호실무사’를 요구했지만 간협이 반대하며 제안한 ‘간호지원사’가 받아들여졌다.

근무경력 등을 토대로 간호사 전환을 허용해달라는 간호조무사협회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정부는 현행 교육체계를 전제로 간호지원사의 간호대학 입학 기회를 확대하고 교육기간을 단축해주는 등 상위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은 간호사와 간호지원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내용도 담았다. 핵심은 그동안 의사에게만 부여됐던 간호지원사의 지도·감독권을 간호사도 행사할 수 있는 점이다. 간호지원사는 간호사의 지도 아래 간호업무를 보조(의원급 의료기관은 예외)할 수 있지만 간호계획을 수립하거나 환자의 보건위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무는 수행할 수 없다. 

그동안 간호사는 전문대(3년제) 또는 종합대(4년제) 간호학과에서 배출됐지만 간호조무사의 경우 학원을 중심으로 양성돼 부실 운영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간호지원사 양성기관에 대해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해 교육과정·시간, 실습교육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평가인증을 받은 교육기관을 졸업한 경우에만 간호지원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번 간호인력 체계 개편방안은 2013년 이후 복지부가 추진하던 간호인력 개편 작업의 결과물이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포괄간호서비스 조기 확대를 위해 정부가 서둘러 간호인력을 확충하려 마련한 대책이기도 하다. 

간호대 정원은 2007년 1만1000명에서 2014년 1만9000명으로 늘었지만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간호사들이 많아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력난이 심하다. 간호사 면허등록자 32만명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45% 수준인 15만명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한국적 병간호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포괄간호서비스의 조속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안정적 간호인력 수급을 위해 간호인력 확충을 지원하고 간호인력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간협과 간무협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협은 개정안이 간호조무사가 간호지원사로 이름만 바뀐 것에 불과하다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간호조무사가 매년 5만명 이상 양성되면서 합벅적으로 간호사를 대체·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간호사와 보조인력간 업무 구분 폐지, 간호조무사 제도 폐지 등을 전제로 2013년부터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복지부는 이를 무시한 채 기존 간호조무사를 간호지원사로 자동 전환하고 1급에는 면허까지 부여하는 내용을 입법예고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간협은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기존 간호조무사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전문대와 학원에서 간호보조인력을 양성하되 2년제로 한정해 인력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2년제 간호보조인력은 2년제 전문대학, 1년제는 현행대로 학원이나 특성화고 등에서 양성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보조인력이 경력을 바탕으로 지위가 상승하는 체계를 반대한다는 게 기존 간호사들의 입장이며 이를 고수할 방침이다. 간호보조인력의 명칭도 간호지원사 등 간협과 협의한 뒤 결정해야 하며 ‘00간호사’ 등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간무협은 이번 개정안에서 명칭을 지원사로 변경하는 점과 면허 부여가 1급 간호지원사에게만 한정된 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간무협 관계자는 “1급 간호지원사에게만 면허를 부여하는 것은 반쪽짜리 면허에 불가하다”며 “간호조무사를 1급으로 전환하는 대상자 선정에서 의료기관 근무경력을 포함시켜 국가보건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력을 배제시켰다”고 지적했다.

간무협 관계자는 “개정안은 간호사만 간호조무사 지도 권한을 행사토록 함으로써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현재 의사의 업무지시를 받는 간호조무사를 간호사 보조인력으로 종속시키는 독소조항”이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를 간호지원사로 명칭을 개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는 간호조무사 명칭을 직종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이름으로 변경하겠다는 당초 방침을 포기하고 결국 보조 및 조무와 동일한 의미인 간호지원사로 개정안을 내놓았다”며 “간호인력의 대표 작명소가 간협이고, 복지부는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간 영역다툼에 갑자기 의협이 끼어들며 갈등 양상이 복잡해졌다. 의협은 간호사에게 간호조무사의 지도감독권을 부여할 경우 자칫 의료현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간호사의 간호지원사 지도감독권 부여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4년제든, 2년제든, 1년제든 모든 간호인력은 기존과 동일하게 의사의 지도·감독하에서만 진료 보조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즉 4년제를 졸업한 전문 간호사라할지라도 어디까지나 의사가 주, 간호사는 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간호교육과정은 4년제와 3년제에 한해 간호사 면허가 부여되며, 2년제(전문대)와 1년제(학원)에 대해서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주어진다.

가뜩이나 보수적인 의료계에서 대부분이 여성인 간호사가 의사의 고유권한인 지도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전문병원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여성, 특히 간호사의 근무환경이나 입지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의사들이 간호사와의 관계를 전형적인 수직적 갑을관계, 주종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의 고유 권한인 지도감독권을 간호사가 행사할 경우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의사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협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형적인 직능이기주의라며 맞섰다. 간협 관계자는 “간호는 간호사의 독자적인 업무 영역으로 의사는 24시간 환자 곁에서 모든 간호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이런데도 오직 의사만 모든 간호인력을 지도·감독해야하고 간호사에게 간호보조인력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은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의협이 의료법과 관련된 의사독점주의를 개선하지 않는 한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발전과 혁신의 길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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