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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비뇨기 영상보조 소절개술 명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9-03 13:25:23
  • 수정 2021-06-14 11: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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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강경 및 로봇수술보다 우수 … 2014년 차병원에 새둥지, 비뇨기과 수가 개선돼야

양승철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교수절개 범위를 최소화해 병변을 제거하는 최소침습수술은 어느 진료과에서나 보편적으로 시행될 만큼 하나의 트렌드가 됐지만 15년 전만 해도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달랐다. 당시 수술은 메스로 병변을 크게 절제한 뒤 의사가 육안으로 내부의 장기 등을 보며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내부 장기에 수술도구가 접근하려면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절개 범위는 꽤 컸다. 이로 인해 수술 중 출혈이 심했고 수술 후에도 흉터가 크게 남았기 때문에 공포감이나 부담을 느끼는 환자가 많았다. 뒤이어 등장한 복강경수술은 수술에 대한 공포감이나 통증을 크게 줄여줬지만 정확성 면에서 개복수술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1991년 기존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의 장점만을 취합한 ‘영상보조소절개술(VAMS)’을 도입, 최소침습수술의 유행을 이끈 의사가 있다. 이는 양승철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교수의 이야기다.


양 교수는 1975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서 비뇨기과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에서 근무하며 신장이식 및 비뇨기질환 치료에 힘썼고, 6년간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장을 지내면서 외래 및 입원환자를 3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비뇨기질환 치료 분야를 선도해왔다. 2011년엔 자신이 도입한 로봇수술의 문제점을 폭로한 양심고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4년엔 세브란스병원과의 오랜 인연을 마무리하고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양 교수를 대표하는 수술기법인 영상보조소절개술은 신장이식수술에서 공여자의 고통과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1993년 개발됐다. 그는 “영상보조소절개술은 신장이식은 물론 신장암이나 전립선암 등 비뇨기계질환 치료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며 “절개창이 3~7㎝로 개복수술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아 흉터 크기가 작고, 복근 및 늑골 절제나 이산화탄소 가스 주입 없이 맞춤형으로 제작된 견인기구로 수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시술하므로 안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부위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잘 보이지 않는 내장 속은 복강경으로 점검하기 때문에 정확도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에 비해 높다”며 “환자의 고통이 적고 회복시간이 빠르며, 수술기구 대부분을 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어 치료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서울아산병원이 장기이식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과거엔 세브란스병원이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양 교수는 2010년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가 달성한 3000례의 신장이식 중 약 2000례에서 공여자로부터 신장을 떼어내는 수술(공여신적출술)을 담당했다. 기존 신장이식수술은 신장을 떼어내기 위해 과도하게 많은 부위를 절제해야 하는 점이 문제였다. 결국 신장 공여자는 장기이식이라는 신성한 일을 하면서도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양 교수가 영상보조소절개술을 개발한 것도 신장 공여자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식용 신장은 혈관과 오줌줄이 길게 나와야 이식 후 제대로 기능하기 때문에 절제 범위가 클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정상인이었던 공여자가 신장이식 후 되레 환자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는 신장이식 외에도 신장암, 전립선암, 방광암 등 대부분의 비뇨기계질환 치료에서 비슷한 형태로 나타났다.

비뇨기계 수술 종류로는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등이 있으며 각각 장단점도 명확하다. 기존 개복수술의 경우 의료진에게는 친숙하지만 복근과 늑간신경을 절단하고 절개창의 크기가 15㎝ 이상에 달해 수술 후 심한 통증, 복부 변형, 감각이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양 교수는 “일반인들의 인식과 달리 개복수술이 가장 안전하고 정확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며 “하지만 상처가 커 회복이 늦고 통증이 심한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의 경우 개복수술에 비해 통증이 적고 절개 범위가 작지만 장 손상 및 유착이 발생하거나, 시술 과정에서 복강 내로 공급되는 이산화탄소 가스가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 교수는 “개복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복강경수술은 복부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어 비디오카메라와 각종 기구를 넣은 뒤 병변을 치료하는 것으로 상처나 통증은 적지만 육안이 아닌 2차원 영상을 보며 수술하다보니 의사의 숙련도가 떨어질 경우 정확도 측면에서, 특히 수술 후 절개창을 꿰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수술은 두 개의 렌즈를 통해 의사가 병변을 직접 보면서 수술하는 느낌을 줘 숙련도가 낮은 의사도 사용하기 쉽지만 가격이 비싸고 응급상황 발생시 대처가 늦은 게 문제”라며 “신장은 피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절제시 갑작스러운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는 등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로봇수술 등 복강경 중심의 수술은 안전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로봇수술은 비싼 비용 대비 효과성 및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미지2]양 교수는 영상보조소절개술이 로봇수술보다 안전성 및 정확도면에서 확실히 우수하다고 자신했다. 한 연구결과 신장이식에 영상보조소절개술을 절개할 경우 로봇수술에 비해 이산화탄소 가스 사용으로 인한 수술 중 공여 신기능 저하 여부, 경복강 접근으로 인한 불필요한 장 손상 여부, 신혈관 절단 후 주머니에 넣어 꺼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짧을수록 좋음), 신 혈관 및 요관 길이(길수록 좋음) 등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암·방광암·전립선암 치료에서는 최소절개 후 암 덩어리만 떼어내 원래 장기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적합하다. 이같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최소침습수술의 비디오도감(Video Atlas of Advanced Minimally Invasive Surgery)’에 소개되기도 했다. 해외 술기가 아닌 국내에서 직접 개발한 수술기법이 해당 교과서에 실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양 교수는 수술에 필요한 견인기구 등을 직접 개발했으며 여기엔 수술기구 개발사인 미국 톰슨사의 도움이 컸다. 수술기구 디자이너 출신인 톰슨사 회장이 직접 세브란스병원을 방문, 약 2주간 양 교수의 수술을 참관하며 적합한 수술기구를 디자인했다.

이처럼 여러 장점을 갖춘 영상보조소절개술이지만 시행하고 있는 병원은 아직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일부 명문대 의대 교수들의 편협함이 우수 수술기법의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스로 주류라고 지칭하는 일부 의사들은 여전히 비뇨기계수술에서 개복 후 직접 손을 이용해 수술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다”며 “직접 사람의 손으로 수술하는데도 절개창 크기가 5㎝ 안팎에 불과하다는 등 자신이 실시하는 수술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만 의료 쪽은 주류가 인정하지 않는 신기술이나 수술법은 무조건 배척하는 경향이 짙다”며 “진정한 의사라면 자신의 주장을 무조건 우길 게 아니라 부족하거나 잘못된 점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며, 후배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차병원 행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차병원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 의료계에서는 로봇수술의 문제점을 폭로한 양 교수를 세브란스병원 측이 의도적으로 밀어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훌륭한 후배들이 빛을 보도록 길을 열어준 것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병원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차병원 행을 결심한 것은 개인적인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양 교수와 차병원의 첫 만남은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의 아버지(차경섭)가 운영하던 작은 산부인과에 양 교수가 외진을 가며 인연이 시작됐다. 현재 강남차병원장인 윤태기 원장과 연세대 동기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너인 차 회장의 역량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양 교수는 “불임치료를 주력으로 삼는 등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추진력을 갖춘 차 회장의 마인드와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 ‘까칠하다’고 소문난 양 교수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그는 워낙에 직설적인 성격 탓에 선배나 후배에게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양 교수는 “지금은 덜 그렇지만 과거엔 잘못된 점이 보이면 바로바로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렸고 언어도 다소 거칠었다”며 “특히 쉴 때 담배를 피는 후배를 보면 ‘의사가 될 자격이 없다’며 호되게 야단을 쳤고, 한 선배 의사에게는 ‘이럴 거면 정치나 하시지 왜 교수를 하십니까’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철두철미한 성격 답게 건강관리에도 철저하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장 시절엔 술을 많이 마셨지만 최근엔 거의 끊다시피 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벽예배를 가기 전 오전 4시쯤 일어나 윗몸일으키기를 30~40분씩 하기도 했다”며 “수술 많이 하는 의사는 경추와 요추가 손상되기 쉬워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한 운동과 바른 생활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비뇨기계질환 예방의 특효약이라고 강조한다. 양 교수는 “전립선 등 비뇨기계 건강에 자신이 없다면 술·담배부터 끊으라”며 “육류는 일정량 섭취하되 기름진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고령층의 경우 전문가와 상담 후 자신에게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원로로서 절망적인 비뇨기과의 현 상황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양 교수는 “의료계, 특히 비뇨기과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비합리적 수가로, 중소 규모 비뇨기과의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외형상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며 “정상적인 진료만으로는 병원 운영이 힘든 상황에서 리베이트까지 무조건 나쁜 것으로 몰아 배척하니 의사들은 난감할 따름”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일부 의사들이 임상근거가 부족한 비보험 시술을 남용하거나 과잉진료 및 과잉수술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라며 “비뇨기과의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려면 정부는 현실적인 수가 책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의료인은 불필요한 진료행위를 자제하는 등 의료윤리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승철(梁承哲)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교수 프로필

1975 연세대 의학과 학사
1978 연세대 대학원 의학과 석사
1981 연세대 대학원 비뇨기과학 박사
1981~1983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학교실 연구강사
1985~1986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학교실 전임강사
1986~1994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학교실 조교수
1999~2002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2002~2007 연세대 의대 비뇨의과학연구소 소장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학교실 주임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과장
2014~현재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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