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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심폐소생술 거부 선언해야 입원하는 병원 국내서 등장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5-08-16 18:55:56
  • 수정 2015-08-18 18: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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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선 DNR 팔찌 차면 연명치료 못해 … 요양병원 중심 확산 전망, 사전의료의향서도 입법화 진행

‘심폐소생술 거부’(do not resuscitate, DNR)는 호흡정지나 심장무수축 상태가 되면 심폐소생술(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등 연명치료를 하지 말아달라고 환자가 미리 선언해놓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우 DNR이 표기된 팔찌를 찬 환자가 응급사태에 빠지면 응급구조사나 의료인이 발견해도 CPR을 하지 않게 돼 있다.

보통 ‘메디컬 팔찌’는 응급시 CPR 시행 여부, 통증치료 여부, 알레르기 여부 등을 기술해놨으며 의료인은 이를 응급처치시 확인하도록 돼 있다.

DNR은 심폐정지된 환자에게 생명을 연장시키는 응급조치인 CPR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의 약자로 응급상태의 CPR은 물론 연명치료, 중환자실 입원치료 등도 거부한다는 포괄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식물인간 및 뇌사 상태에서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향도 담고 있다.
DNAR(do not attempt resuscitate)은 더 엄격한 DNR로서 환자 가족이 CPR이나 연명치료를 요청해도 절대 시행해선 안된다는 내용이다. 이에 비해 DNR은 환자 가족 등이 동의하면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사망은 심장이 멈추거나 숨을 쉬지 않는 것이다. 멎은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심혈관 관련 약제를 투여하거나, 심장박동을 대신해 심장마사지를 하거나, 기관 삽관을 하고 튜브로 산소를 공급하며 인공호흡기를 통해서 대신 숨을 쉬게 하는 게 연명치료다.

심폐소생술은 심장기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멈췄을 때 사용하는 응급처치로 심장마비의 경우 6분 이내 신속히 조치하지 않으면 뇌로 가는 산소가 결핍돼 사망하거나 심각한 뇌손상을 입을 수 있다. 강제적으로 흉부를 압박해 심장의 압력을 높이면 피가 돌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늑골골절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골절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심정지는 바로 사망하기 때문에 골절은 추후의 문제로 넘기는게 관례다.

미국에서는 지병이 있는 환자가 생명을 연장해 가족들에게 경제적·정신적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거나, 종교적인 문제로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경우에 DNR이 종종 활용된다.

‘심폐소생술 거부’(do not resuscitate, DNR)를 명시한 한국계 미국인 박마리아 씨의 메디컬 팔찌

한국계 미국인 박마리아 씨는 “사람이 죽은 뒤에 힘들게 다시 이승으로 건너오는 건 본인의 자유가 아니겠느냐”며 “메디컬 팔찌를 한 뒤 옆집 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부러워하면서 자기들도 얼른 만들어야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시한부 환자를 대상으로 이런 서약서가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뉴서울성모병원은 심폐소생술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입원을 받아준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최선을 다해 치료했지만 더 이상 회복의 가능성이 없을 때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권유받는다.

환자가 고통받으며 생명을 연장하는 게 무의미해졌을 때에도 마지막 실 한가닥이라도 붙잡아 보고 싶은 마음으로 한달에 1000만원에 가까운 종합병원 중환자실 치료비를 부담하는 게 아직도 한국인의 정서다. 하지만 보호자의 경제적·심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한국판 DNR이 수년 내에 자리잡을지 모른다.

현재 서울대병원이 임종을 앞둔 환자나 중증 환자에게 ‘사전의료의향서’를 받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등 보호자가 두루 인지하고 동의해야 하며, 병원 밖에서는 사실상 효력이 없다. 외국의 DNR과 같은 연명치료 거부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일명 ‘웰다잉법’이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법의식이 동시에 변화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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