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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심장스텐트 협진 두고 심장내과·흉부외과 주도권 다툼 팽팽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8-12 14:13:06
  • 수정 2015-08-17 09: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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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내과 “국민 상대로 새 의료행위 시험?” … 흉부외과 “미국·유럽 가이드라인 따라야”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이른바 심장스텐트 협진을 두고 심장내과 의사와 흉부외과 의사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경피적 관상동맥스텐트 삽입술 시 스텐트 인정기준(스텐트 고시)’의 실시가 심장내과 의사들의 격렬한 반대로 세번째 유예됐기 때문이다. 특히 협진 의무화를 반대했던 심장내과 측의 의견을 수용해 새 고시안에 스텐트 협진 수가를 신설,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간 협진을 의무가 아닌 자율에 맡긴다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흉부외과들의 불만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복지부는 지난달 24일 관련 고시 일부 개정안 행정예고를 통해 시행일자를 8월 1일에서 10일 1일로 유예했다. 심장통합진료 대상 환자는 관상동맥질환, 판막질환, 선천성 심기형 등 심장질환자로 심장내과(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가 함께 진료에 참여해 환자 치료방향을 결정한 경우 수가가 인정된다. 통합진료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실시해야 하고, 혈관조영촬영실에서 검사 중 실시한 경우는 50%만 산정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있으면서 심장수술이 가능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요양기관은 80곳 정도다. 심장통합진료료 신설로 인해 소요되는 재정은 연간 4억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심장내과 등 순환기계 의사들이 주축이 된 대한심장학회는 주치의 중심 진료를 논리로 흉부외과 스텐트 협진 의무화를 반대해왔다. 심장학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심장통합진료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역행하고 국민을 상대로 새로운 의료행위의 임상시험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심장학회 외에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등도 심장통합진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통합진료를 시행하면 환자의 입원기간이 늘어나 재정적인 부담을 겪게 되고 대기시간이 지연돼 물리적인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병원 입장에선 통합진료를 할 경우 진료 과정에서 비효율이 생기고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 병원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현재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대부분 병원은 협진에 필요한 다학제 진료팀을 구성하기 벅찬 상황”이라며 “중소병원의 경우 흉부외과의사 자체가 아예 없는 곳도 많아 시행이 당장 어려울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흉부외과 의사를 중심으로 심장협진시스템을 구축한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흉부외과학회는 흉부외과학회 역시 환자 최우선 진료를 외치며 스텐트 협진의 당위성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 단체는 지난달 29일 ‘관상동맥질환 치료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응급환자를 제외한 경우 관상동맥우회술을 할 것인지, 스텐트 삽입시술을 할 것인지 통합진료를 통해 결정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이는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스텐트 시술 시 흉부외과 전문의를 반드시 두도록 한 것은 환자의 불안 감소, 의료의 질 향상, 흉부외과 전공의의 미래에 대한 불안 해소 등에 도움될 수 있다”며 “경영 측면에서 부담을 느끼는 중소병원들이 많은데, 장기적으로 볼 때 흉부외과 전문의 채용은 수술시간 단축, 환자 사망률 감소를 통해 병원 신뢰도 향상 및 매출 향상에 도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텐트 협진 논란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최근 저수가, 내과적 중재시술의 성행 등을 이유로 외과가 심각한 침체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는 외과 중에서도 업무강도가 세고 고난도수술 건수가 많은 흉부외과를 대상으로 스텐트시술 협진 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기존에 스텐트 시술을 집도해왔던 심장내과 등 순환기계 의사들이 반발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저수가시대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진료과간 주도권 다툼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지난해 5월 20일 복지부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의 전문가회의 학회 자문을 통해 스텐트 급여개수 제한을 완화하기로 의견을 수렴했고 같은 해 7월 3일에는 스텐트 삽입 적응증에 대해 논의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9월 30일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스텐트 급여 개수 제한을 없애는 내용과 내과와 외과의 심장통합진료협진의 내용이 담긴 스텐트 고시를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심장학회 측은 “관상동맥우회술(CABG)이 가능한 병원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협진을 하게 되면 수술 시간이 지체돼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심장통합진료 협진에 반대 입장을 보인 반면 흉부심장외과학회는 “협진을 통해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했다.

그러나 고시 실시 5일을 앞둔 11월 25일 당시 복지부 보험급여과 팀장이 갑작스럽게 인사 이동되고 심장통합진료를 놓고 내과와 외과의 의견이 좁아지지 않자 정부는 고시를 6개월 유예하고 올해 5월 말까지 합의점을 찾을 것을 주문했었다. 그러나 이 유예기간 중 ‘심장통합진료료’ 신설안이 추가되면서 이견차는 더 심해졌다.
심장학회는 심장통합진료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의료현장을 잘 모르는 고시라며 반발했고 흉부외과학회는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 평가하는 등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두 학회가 의견을 모으지 못하자 복지부는 또 한 차례 고시를 연장하며 ‘자율적 인센티브’라는 심장통합진료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심장내과 의사들은 어느 정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문제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자율적’이라는 단어에 불만을 표출했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관계자는 “협진 의무화가 자율화되면 심장내과 의사들은 협진을 많이 의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환자는 흉부외과 의사들의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하게 된다”며 “이는 환자의 알권리는 물론 환자 안전과도 거리가 먼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렬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도 “환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의료진에게는 설명의 의무가 있다”며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 스텐트 시술을 받을지 관상동맥우회로술(CABG)을 받을지 환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은 뒤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고시를 강행하지 않고 양 학회의 의견을 조율해서 가겠다는 방침을 세운 건 바람직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고시 유예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렬 이사장은 “다학제 진료는 글로벌 진료의 모델이 되고 있는데, 심장통합진료만 진료과 간 협진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며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의사 중심의 진료 마인드로는 환자를 위한 안전한 진료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중심의 협진 및 통합진료 시스템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복지부 고시는 그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PCI는 가슴을 절개할 필요 없이 피부를 통해 관을 삽입,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혀 급성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을 치료한다. 가슴을 열지 않아 흉터가 없고 회복이 빨라 수술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 주로 선호한다. 하지만 외과 의사들은 내과에서 권유하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의 문제점으로 높은 재발률을 꼽는다. 김기봉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상동맥질환 치료 공청회’에서 “가슴을 절개하는 관상동맥우회술(CABG)은 재수술률이 1.8%에 불과하지만 PCI는 27.8%에 달한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진료지침은 다혈관질환, 좌주관상동맥질환의 환자의 경우 PCI보다 CABG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이 큰 수술을 받고 싶어 하지 않은 것을 알지만 재발률이 적은 근본적 치료법도 알 권리가 있으며, 이는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국가적 재정 소모를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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