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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내일 당장 식탁 위 비타민 보충제를 치워야 하는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8-03 02:14:59
  • 수정 2020-09-14 12: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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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변 배출 안되는 지용성 비타민A·D, 과다복용시 부작용 … 비타민A 과잉, 폐암·심장병 위험 높여

비타민을 권장 섭취량 이상 섭취한다고 해서 몸에 좋다는 임상 근거는 아직 없다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비타민보충제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는 상황에서 비타민제라도 챙겨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비타민제를 복용할 때를 놓치면 식은땀까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국인의 비타민 사랑은 유별나다. 어느 한 외국 학자는 한국인들의 비타민 사랑을 놓고 ‘한국은 비타민왕국’이라고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시행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2013년도 기준) 음식을 통한 비타민A 섭취량은 남자 115%·여자 108%, 비타민B1은 남자 208%·여자 171%, 비타민B2는 남자 112%, 여자 107%로 과잉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C 섭취량은 남자 97%, 여자 101%로 남자만 3% 덜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 수치가 음식을 통한 섭취량만을 측정한 것이어서 비타민보충제까지 고려할 경우 더 상승한다는 점이다.

즉 개인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한국인은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방송에서는 현대인은 비타민 섭취가 부족하니 비타민제를 통해 보충하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비타민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더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는 “비타민을 권장섭취량 이상 섭취한다고 해서 건강이 좋아진다는 임상적인 근거는 현재까지 없다”고 못박았다.

비타민은 대부분 식품에 조금씩 함유된 복합유기화학물질로 체내의 다양한 생리반응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한다. 비타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100여년 정도 됐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동물의 성장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성분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물 등 5가지로 설명됐다. 하지만 이들 물질만으로 사료를 만들어 동물을 사육한 결과 생존하지 못했다. 학계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 추가로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관련 연구가 시작됐다.

1912년 폴란드의 화학자 캐시미어 풍크는 쌀겨로부터 각기병에 효과가 있는 성분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에 질소를 함유한 유기물질인 아민(amine)이 함유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라틴어의 ‘생명’을 의미하는 ‘vita’를 붙여 ‘vitamine’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라는 의미다. 이후 다른 화학자들이 모든 비타민이 아민을 함유한 게 아니라는 것을 밝히면서 철자는 vitamine에서 vitamin으로 바뀌었다.

비타민은 A·B복합체(B1, B2, B3, B5, B6, B7, B9, B12)·C·D·E·F·K·U·L·P 등으로 분류된다. 또 물에 녹느냐 기름에 녹느냐에 따라 수용성과 지용성 비타민으로 나뉜다. 지용성 비타민은 지방이나 지방을 녹이는 유기용매에 녹는 비타민으로서 비타민A·D·E·F·K·U가 해당된다. 이들은 수용성 비타민보다 열에 강해 식품의 조리가공 중 비교적 덜 손실되며, 장 속에서 지방과 함께 흡수된다.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아 몸 속에 축적되기 때문에 과잉섭취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수용성 비타민은 물에 녹는 비타민으로서 비타민B복합체·C·L·P 등이 포함된다. 대개 음식으로 섭취되고 일정량이 흡수된 후에는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 

보통 발견 순서에 따라 알파벳의 대문자가 붙여지는 게 일반적이다. 비타민K처럼 순서와 상관없이 체내의 기능을 나타내는 단어의 첫글자를 따기도 한다. 비타민K가 혈액응고에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응고라는 의미의 독일어 ‘Koagulation’의 앞자가 붙었다. 
비타민B는 한 가지 물질이 아니라는 게 알려지면서  비타민B 복합체군은 각각 B1(티아민)·B2(리보플래빈)·B3(나이아신, 니코틴아마이드)·B5(판토텐산)·B6(피리독신, 피리독살, 피리독사민)·B7(바이오틴)·B9(폴산, 엽산)·B12(코발라민) 등으로 불린다.

비타민은 인체 신진대사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지만 보충제 등을 통해 과다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특히 소변으로 배출되는 수용성보다는 체내에 축적되는 지용성 비타민이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엔 저명한 암 전문가인 팀 바이어스 미국 콜로라도대 암센터 교수가 장기간 하루 권장량보다 많은 비타민을 섭취하면 암과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줬다. 팀 교수는 “영양 보충제가 실제로 환자들의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일부 환자들은 비타민을 먹는 동안 더 많은 암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비타민A는 눈의 망막에 있는 간상세포내 감광색소인 로돕신(rhodopsin)을 생산해 시력을 유지하고 세포 재생을 촉진해 구강, 기도, 위, 장의 점막을 보호한다. 세포산화를 막는 항산화제 역할도 한다. 이 영양소가 부족하면 야맹증, 안구건조증, 각막연화증 등이 발생하며 면역력이 일정 부분 감소하기도 한다. 동물 간, 생선 간유, 전지분유, 달걀, 당근, 시금치, 해조류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하면 피로감, 두통, 구역질, 설사,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부건조증, 어지러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간 손상, 출혈, 혼수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임신부가 과잉섭취하면 태아의 조산과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을 다량 섭취할 경우 폐암 및 심장병 위험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독일 식품의약청은 베타카로틴이 첨가된 주스나 비타민 영양제의 구입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가 성인용 종합 비타민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비타민 A가 축적되면 뇌와 간을 손상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루 세끼를 챙겨 먹으면 비타민A가 결핍되는 경우는 적다. 이로 인해 비타민 보충제 등을 과잉섭취할 경우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이상하게도 당근 등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과잉증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비타민D는 대부분 햇빛을 통해 얻으며 식품엔 달걀노른자, 멸치·연어·고등어·청어 등 생선류, 간, 말린 표고버섯 등에 함유돼 있다. 자외선이 피부에 자극을 주면 비타민D 합성이 일어난다. 최근 피부노화 등을 막기위해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는 사람이 늘면서 비타민D 부족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타민D 결핍증 환자는 2007년 1800명에서 2011년 1만6000명으로 5년새 1만4200명이나 늘었다.
지용성으로 몸속에 들어오면 지방조직에 흡수되지만 지방조직은 비타민D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따라서 지방량이 많은 비만 환자일수록 비타민D 부족이 오기 쉽다. 결국 비만한 사람들은 비타민D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비만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 영양소가 결핍되면 골다공증, 구루병, 다발성경화증, 심장병, 정자운동 저하, 당뇨병, 암, 호흡기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이 영양소는 특히 암예방 효과로 잘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비타민D가 대장암 예방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입증됐지만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등 다른 암은 아직 예방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비타민D를 과다섭취할 경우 독성이 생기며 특히 어린이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영유아가 비타민D를 과량 섭취할 경우 정신발달장애, 혈관수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과량의 비타민D 섭취는 고칼슘혈증과 고칼슘뇨증을 일으키고 연조직에 칼슘을 축적시킬 뿐 아니라 신장과 심혈관계를 손상시킨다. 비타민D중독 증상으로 식욕부진, 메스꺼움, 근력약화, 두통, 신장결석, 관절염, 동맥경화, 고혈압 등이 있다. 

최근엔 체내 비타민D가 과다 축적되면 뇌졸중, 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샤나 듀럽(Darshana Durup)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의 연구결과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은 사람은 정상인보다 사망위험이 최대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승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대인의 비타민D 부족증은 염려할 수준이지만 무분별한 과잉섭취는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며 “굳이 보충제를 복용하고 싶다면 하루에 1~2알로 제한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농제품 등 비타민D가 포함된 식이를 섭취하고 하루 15~20분 정도 일정시간 햇볕을 쬐는 게 보충제 복용보다는 개인의 건강 유지에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타민E는 다른 지용성 비타민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섭취량이 하루 800∼1200㎎을 넘어가면 비타민K의 흡수를 방해해 혈소판 응집 감소, 수술 후 출혈, 위장장애, 근육약화, 두통, 만성피로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영양소는 해바라기씨·유채씨 등 식물성 유지, 마가린, 쇼트닝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기름기 있는 생선, 갑각류, 견과류, 곡류, 녹색채소, 동물성 유지의 경우 함유량이 적은 편이다. 

비타민C는 수용성 비타민인데도 이례적으로 과다섭취할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타민C는 1970년 노벨 화학상·평화상 수상자인 미국 라이너스 풀링 스탠퍼드대 교수가 “고용량 비타민C를 먹는 것만으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 뒤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돼왔다.
고용량의 비타민C를 먹는것만으로도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일반인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박현아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선행 연구결과 비타민C는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산화스트레스를 줄이고 감기 증상을 성인은 하루, 소아는 4일 정도 단축시키는 데 도움되지만 굳이 감기 예방과 치료를 위해 따로 비타민C 섭취를 권장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한국인의 비타민C 하루섭취권장량은 100㎎이므로 비타민C를 그램 단위로 복용하면 권장량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를 더 많이 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많은 양의 비타민C를 섭취하게 되면 흡수되지 못한 비타민C가 장내에 남아 메스꺼움, 복부팽만 등이 나타나고 신장에 결석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위장이나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고용량의 비타민C 섭취를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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