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에 대한 종식선언은 없었지만 환자들의 병원 왕래가 예전과 가깝게 늘어나면서 제약 영업사원들의 의료진 방문이 재개되고 있다. 종합병원 등은 아직 방문을 꺼려하고 있지만 의원급의 경우 조심스럽게 방문 의사를 타진한 뒤 방문에 나서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7월초부터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다. 제약협회 추산 6~7월 25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영업활동을 적극 독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종합병원 담당자들은 아직 방문을 하기 어렵지만 병원 인근 카페 등에서 타사가 활동하지 않나 예의주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1주일 정도 회사에서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할 일이 없어 일단 병원 근처로 출근한 뒤 병원 동향을 보고해왔다. 영업사원들은 주로 병원을 다닌다는 이유로 메르스 전파 우려 기간에 주변인들과 만남도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메르스 우려 기간에 일반약을 판매하는 제약사가 반사적인 이익을 얻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아직까지는 매출이 정확하게 잡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마스크뿐만 아니라 진해거담제나 감기약 등을 판매하는 회사는 매출이 올랐을 것으로 보는 게 약국가의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처방 감소를 메우기 위해 모든 회사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영업총력전을 펼치게 되면 리베이트가 다시 활성화되지 않겠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한 국내제약사 영업이사는 “3분기인 7~9월은 여름휴가 등으로 매출 자체가 감소한다”며 “6월 매출 감소를 7월에 만회하려고 당분간 거의 모든 제약들이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에서 영업사원은 의사 면담 약속을 잡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외국계제약사 영업본부장은 “전문약을 판매하는 외자사들로서는 영업사원이 한두 달 병원 방문을 안했다고 매출이 줄어들진 않는다”며 “다만 환자가 병원 방문을 기피해 생긴 절대적인 매출 감소분을 어떻게 복구해야 하느냐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 한 곳의 매출 감소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라며 “만성질환은 연간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소화기계 치료제들의 매출 감소는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제약협회는 메르스 후폭풍 피해 최소화를 위해 조만간 한국제약협동조합과 함께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와 국회 등에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 조치를 1년 유보해줄 것 을 골자로 하는 ‘제약산업 경영악화 타개를 위한 정책 건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매출 감소는 물론 공급된 의약품에 대한 수금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협회는 구체적인 피해 규모 조사 착수에 들어갔다. 결과가 나오면 정부의 장기저리융자 등 요청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환자 감소로 타격을 입은 병원들이 약품 대금 결제를 미룰 가능성이 높아 제약업계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