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도덕적 이유로 시작, 힌두교 등에선 종교적으로 금지 … 청소년·임산부는 채식주의 피해야
많은 이의 선망의 대상인 가수 이효리 씨가 2011년 갑작스럽게 채식을 선언하면서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을 높아졌다. 한우 홍보대사를 맡을 정도로 육류를 즐겨했던 그는 유기견 관련 봉사활동을 하던 중 육류섭취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채식주의자로 변신했다.
채식주의자들은 대부분 도덕적인 이유로 채식을 택한다. 다른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육식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다. 또 철학적인 이유에서 채식을 시작한다. 과거 도살 등 동물학대의 현장을 목격해 트라우마로 남아 있거나 무자비한 동물 사육에 대해 죄책감을 가져 채식주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소화관 기능이 약하거나 육류를 먹으면 피부 등에 알레르기가 일어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채식주의자가 된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우유를 기피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본래 채식주의는 음식을 즐기는 방식이라기보다 육류를 구할 수 없는 지역의 불가피한 선택 또는 생명을 대하는 종교적 입장에 가까웠다. 다른 생명의 희생을 거부하고 곡물 및 채소로 영양분을 섭취하는 식사는 하나의 수행이었다. 불교, 도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 살생을 금하는 교리를 가진 종교에서는 육식 섭취를 금하고 있다. 유대교, 이슬람교 등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채식주의로 가장 유명한 나라는 인도다. 전체 인구의 20~30%가 채식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미국도 채식주의자가 흔하다. 웬만한 식당에는 채식주의자용 메뉴가 따로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2.8%의 미국인이 채식주의를 선언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어린아이에게 채식주의를 강요하면 아동학대로 간주돼 실형을 받을 수 있다. 채식주의자 선택 여부는 주위 사람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해야 될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다. 메이지유신 이전 일본은 대표적인 채식국가였다. 위정자였던 도쿠가와 츠나요시가 육식의 섭취를 엄격하게 금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육류섭취를 금지했을 뿐 일반 가정에서는 토끼, 사슴, 멧돼지 등을 은근슬쩍 섭취했다. 메이지유신이 일어나 육류 섭취금지가 풀리자 빠르게 육식이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불교 승려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사찰음식은 한국식 채식주의 문화의 정수라 불린다. 대규모 사찰에서 납품받은 식품 중에는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라면, 자장면, 두부 탕수육 등이 있다.
채식주의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 락토 베지테리언 (Lacto vegetarian), 오보 베지테리언(Ovo vegetarian), 비건(Vegan) 등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은 채식과 함께 우유, 계란 등 낙농제품 및 유제품을 섭취하는 것으로 채식주의자 중 가장 많은 수가 여기에 속한다. 채식주의에서 결핍되기 쉬운 단백질과 무기질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락토 베지테리언은 동물의 알도 먹지 않는 것으로 인도 및 지중해 연안의 나라에서 흔하다. 인도에서 일반적으로 일컫는 채식주의는 락토 베지테리언을 뜻한다. 힌두교에서 숭배하는 소의 젖인 우유와 유제품은 성스럽고 몸에 좋은 것으로 간주한다. 국내에서 배탈이 나면 돼지고기, 밀가루, 유제품 등을 먹지 말라고 병원에서 주의를 주지만 인도의 경우 우유를 마시면 오히려 배탈이 가라앉을 것으로 믿는다.
오보 베지테리언은 락토 베지테리언과 반대로 유제품은 먹지 않고 동물의 알은 섭취한다.
비건은 순수 채식주의자로 생선 및 가금류는 물론 달걀, 우유, 벌꿀 등 동물로부터 나온 음식은 모두 거부한다. 비건이 허용하는 유일한 동물성은 모유다. 더 나아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상태로 먹거나 말려서 섭취하는 행태를 로 비건(Raw vegan)이라고 한다.
세부적으로 채식주의는 11단계로 구분한다.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은 우유, 달걀, 생선, 닭고기 등까지 먹는 채식주의자이며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는다.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은 우유, 달걀, 생선까지 먹는다. 가금류, 조류는 먹지 않지만 어류는 섭취한다.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ism)은 대부분 채식을 하지만 때때로 육식을 하기도 한다. 일부는 공장식 농장에서 생산되는 고기를 거부하고 자연상태에서 자란 고기만 먹는다.
불교 채식주의(Buddhist vegetarian)는 모든 고기류와 양파, 마늘, 부추, 리크, 샬롯 등을 섭취하지 않는다.
자이나교 채식주의(Jain vegetarian)는 유제품은 먹지만 달걀, 꿀, 뿌리식물 등은 거부한다.
생식주의(Raw veganism)는 조리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되거나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음식을 익히거나 열을 이용해 조리하지 않고 주어진대로 먹는 것을 뜻한다.
과식주의(Fruitarianism)는 식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과실 및 견과류의 열매, 씨앗 등을 먹는 것으로 일부는 다 익어 땅에 떨어진 것만 섭취한다. 감자와 시금치 등은 먹지 않아 영양소 결핍의 가능성이 있어 그 수는 많지 않다.
최근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채식을 한다고 해서 다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고기가 아닌 튀김, 견과류, 밀고기 등 육류 대용품과 달걀을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살찌기 쉽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은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증가시켜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채식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한다면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게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곡물과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섭취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채식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필수 영양소를 충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채식으로 인해 결핍될 수 있는 대표적 영양소는 비타민B12다. 이 성분은 적혈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며 세포, 신경계, 엽산 등의 대사에 반드시 필요하다. 결핍시 악성빈혈, 신경손상, 엽산흡수저하 등을 유발하며 면역기능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비타민B12의 급원은 육류, 육가공품, 생선, 닭, 계란, 해산물, 어패류 등 동물성 식품이다.
급격히 성장하는 청소년시기에는 충분한 열량 및 단백질, 칼슘, 철분, 아연, 비타민D, 비타민B12 등이 필요하지만 채식으로는 이들을 모두 얻지 못한다. 충분한 열량이 공급되지 않으면 단백질 및 세포의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뇌기능 저하까지 가져올 수 있다. 완전한 단백질을 구성하는 동물성 식품에 비해 콩을 비롯한 식물성 식품은 1~2개의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한 불완전한 단백질을 구성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아미노산 급원을 동물성에서 섭취하는 게 좋다. 임산부의 경우 섭취한 열량과 영양소가 태아의 발달, 성장 등에 영양을 미친다. 식물성 급원으로는 철분·칼슘·비타민의 섭취 및 흡수가 부족하다.
채식으로 섭취한 영양소 중 철분, 칼슘 등 일부 무기질은 동물성 급원에서 얻은 것보다 흡수율이 낮다. 시금치 등 녹색채소에 들어있는 수산과 곡류에 함유된 섬유소 및 피틴산은 칼슘과 아연 흡수를 방해한다. 무계획적이고 극단적인 채식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채식으로 전환시 전문가와 상의해 식단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