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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미래형 신의료기술 ‘줄기세포치료’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7-06 08:30:02
  • 수정 2020-09-14 12: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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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성·효과 입증 단계, 암세포 변이 및 질환 감염 등 부작용 위험 … 줄기세포 생존 가능성 100만분의 1로 보기도

국내에서는 2006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 이후 줄기세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현재 의학계에서 줄기세포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는 연구 분야도 없다. 고령화사회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경우 아직 완치법이 없지만 줄기세포를 활용하면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세계 각국의 줄기세포 논문은 연평균 12.2%, 특허는 23% 늘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른 연구자에게 연구성과를 추월당할까봐 초조해하는 연구자들이 많고, 이같은 불안감은 연구결과 조작 등 각종 스캔들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게 2006년 발생한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국내에서는 줄기세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졌고, 주류 의학계 상당수 의사들이 줄기세포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종 질환에 대한 치료효과가 조금씩 입증되면서 관련 연구가 활기를 띠고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서서히 올라오는 줄기세포 치료제’ 보고서를 통해 “현재 27억5000만달러인 글로벌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15.4% 성장해 2018년에는 48억90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시술 건수가 많아지며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안전성에 대한 임상 근거가 부족한 데다 대학병원 교수들 상당수가 여전히 줄기세포시술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대부분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들의 수익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 쉽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임태환 보건의료연구원장은 “미래의학을 선도할 줄기세포 치료법은 질병치료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아직은 안전성과 효과를 측정하는 단계”라고 못박았다.

줄기세포는 근육·뼈·내장·피부 등 다양한 종류의 신체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으며 미분화세포, 만능세포 등으로 불린다. 사람의 배아를 이용해 만드는 ‘배아줄기세포(복수기능줄기세포)’와 혈구세포를 끊임없이 만드는 골수나 탯줄, 지방세포, 혈액 등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다기능줄기세포)’로 나뉜다.

이 중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구체적 장기를 형성하기 이전의 세포덩어리 단계로 뇌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는 뼈, 간, 혈액 등 구체적 장기의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로 제대혈(탯줄 혈액)이나 다 자란 성인의 골수와 혈액 등에서 추출한다.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 재생의학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는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 등이 포함된다.
증식이 어렵고 쉽게 분화되는 경향이 강한 대신 인체 장기의 특성에 맞게 분화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골수나 뇌세포 등 이미 성장한 신체조직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윤리논쟁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이용 가치는 떨어진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연구가 뒤늦게 시작된 편이다.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은 윤리적인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이점이 있으며 더불어 자신의 몸속에서 줄기세포를 얻어서 자신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면역거부반응과 같은 실질적인 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연골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시술이 수년 전부터 시행돼왔고, 골수줄기세포를 이용한 백혈병 치료는 점차 일반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골수줄기세포를 활용한 다발성경화증 치료도 국내에서 시도된 바 있다.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중간쯤에 태반줄기세포가 있다. 아기를 출산한 후 잘라낸 태반에는 줄기세포가 존재한다. 이를 오랜 기간 보존하다 아이가 성인이 된 뒤 병을 앓으면 치료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목적으로 국내에서도 줄기세포은행이 세워지고 태반을 보관하는 사업이 등장했다.

역분화줄기세포는 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피부 등 다 자란 체세포에 외래 유전자나 특정 단백질을 가해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유도한 것을 의미한다.  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고 분열능력에 한계가 없으면서도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할 수 있어 유도만능줄기세포라고도 한다.
역분화만능줄기세포라는 이름은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가 고안했다. 환자 자신의 체세포(성숙세포)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세포치료시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할 수 있지만 종양 발생 가능성이 크고 분화 효율이 떨어져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피부에서 세포를 떼어내 유전자정보를 가진 핵을 분리하고, 공여된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여기에 분리해 낸 핵을 집어 넣고 배양하면 환자와 똑같은 유전자 정보를 가진 배아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이 줄기세포를 간이나 콩팥, 심지어 뇌신경으로 분화시키면 자신의 손상된 장기를 대체하는 세포치료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배아줄기세포는 이론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래의 치료법으로 불리지만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난자공여나 인간복제 등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연구에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줄기세포치료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줄기세포치료술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안전성 및 유효성 검토를 거쳐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최종 승인된 치료법에 대해서는 환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국내에서 승인되지 않은 줄기세포치료를 임상시험이 아닌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불법 무허가 시술에 해당되지만 미용·성형 분야는 예외로 인정된다.

지금까지 국내시판이 허가된 줄기세포치료제는 파미셀의 세계 첫 줄기세포 급성심근경색치료제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 부광약품 자회사인 안트로젠의 크론병성 누공치료제 ‘큐피스템주’, 메디포스트의 연골재생치료제 ‘카티스템’, 코아스템의 루게릭병치료제 ‘뉴로나타-알주’ 등 4개 뿐이다.

줄기세포치료술은 △하지허혈에 대한 자가골수줄기세포치료술 △심근경색증에 대한 자가골수·말초줄기세포치료술 △연골결손환자에서 자가골수줄기세포치료술 등 3개 만이 복지부의 승인을 받았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해지려면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 입증이 우선이다. 줄기세포 치료의 부작용은 줄기세포의 종류와 체외에서 거치는 제조 공정의 종류, 세포제공자 및 투여 받는 환자의 상태, 투여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세포제공자에게 내재돼 있던 질환 감염, 치료제의 체내 증식 및 변형, 면역반응, 암세포 변이, 투여 후 다른 신체 부위로 이동해 원하지 않는 세포로 분화 등이 거론된다.

안전한 제조 공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감염질환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추출한 줄기세포를 투여받으면 감염 위험성이 있다.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거부하는 면역반응도 빼놓을 수 없는 부작용이다.
특히 성체줄기세포는 분화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부작용 위험이 낮은 편이지만 다른 세포나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줄기세포가 투여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각막에서 뼈 세포가 자라나는 것처럼 몸속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은 치료 즉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수개월에서 수년 뒤 나타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자신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다시 자신에게 투여하는 것도 100% 안전하지는 않다. 줄기세포를 채취해 증식시키는 등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의 특성이 변하거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변형되거나 감염된 줄기세포를 다시 자신에게 투입하면 뜻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줄기세포의 치료효과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상당수다. 영화 ‘제보자’의 실제 인물로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등을 최초 폭로한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도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효과가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우석 사태가 벌어진 지 10년이 지난 현재 연구윤리가 어느 정도 제도화되기는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회의적”이라며 “과학적으로 볼 때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미래는 밝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전자가 조작된 줄기세포를 검증 없이 주입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줄기세포가 몸 안으로 들어가서 살아남는 경우는 100만개 중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 수준도 외국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이다. 성형미용 분야에서 활발히 시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120개 국가전략기술을 2012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바이오 분야는 미국의 77.3% 수준으로 5년 격차가 난다. 12개 바이오 세부 분야 가운데 줄기세포와 관련된 분화·배양기술은 미국의 85.8%(2.8년) 수준으로 평가됐다.

특히 국내 연구가 실용화(분화·배양기술) 기술에 몰려 기초기술은 취약한 점을 감안하면 전체 줄기세포 기술 및 연구 수준은 상당히 떨어진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2년 국내에서 발표된 562건의 줄기세포 관련 논문 중 네이처·셀 등 영향력지수(IF) 20 이상인 학술지에 게재된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또 최근 10년간 국내 논문의 피인용 횟수는 4점대로 세계 평균(6점)에 미치지 못한다. 피인용 횟수가 가장 높은 논문 상위 20개 중에도 국내 연구진 논문은 한 건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상위 500개 줄기세포 특허에서 한국은 1개만(점유율 0.2%) 뽑혀 미국 405개(81%), 일본 33개(6.6%)와는 격차가 컸다. 심지어 중국 2개(0.4%)에도 못 미쳤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개발 공로로 2012년 존 거든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는 “과거 황우석 사건처럼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줄기세포에 대한 기대감과 환상이 너무 크다”며 “환자와 가족들로부터 당장 시술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지만 이 기술이 환자맞춤형으로 발전하려면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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