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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머슬녀’ 열풍, 이대로 괜찮을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6-22 19:05:14
  • 수정 2015-06-24 19: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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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체중에 근육미까지 갖춰야 하는 숙제만 늘어 … 진정한 머슬녀는 간데 없고 성형만 부추겨

트레이너 정아름, 유승옥, 이연, 예정화 등 최근 방송가는 머슬녀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근육은 이제 여성에게도 필수 요건이 됐다. 과거보다 ‘건강미’를 선호해서 몸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언론과는 달리, 오히려 여성이 수행해내야 할 ‘퀘스트(Quest)’만 늘었다.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트레이너가 진행하는 1분 체조가 나오고, 케이블 방송에서는 한 시간 내내 몸을 가꿔야 한다고 설파한다. 가수 박진영 씨는 ‘여자는 얼굴보다 몸매가 착해야 한다’고 노래한다. 대중매체에서 시작된 몸에 대한 관심은 미인의 기준을 통째로 바꿔버렸다. 이제 미인의 첫 번째 요건은 아름다운 몸매다.

유산소운동으로 바짝 마른 몸매보다 탄탄한 느낌까지 줘야 하는 만큼 몸매의 기준은 점점 혹독해지는 추세다. 최근 이같은 근육열풍을 반영하듯 한국의 여성 보디빌딩은 기존 단순 근육질 몸매보다 팔과 다리, 허리, 엉덩이, 가슴 등 부분별 근육을 통해 여성미를 더 부각시킬 수 있도록 바뀌었다. 경쟁 부문도 세분화됐다. 전반적으로 근육질을 가장 강조하는 부문이 ‘피지크(physique)’이고 그보다 근육질을 덜 강조한 게 ‘피트니스’다.

요즘 유행하는 ‘보디피트니스’, ‘비키니피트니스’ 등은 피지크와 피트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육질을 덜 강조한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가미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육과 여성성의 조화를 중시하는 점은 같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일반 여성들도 이같은 분위기에 너도나도 근육을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다. 마른 몸매는 근육이 차오른 몸매는 단순히 달리기나 사이클을 탄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근육운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단순히 근력운동만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섹시미의 기준으로 건강미가 꼽히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한국에서는 머슬녀 열풍이 분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은 ‘마른 체형’이다. 사실 기존 세계적인 피트니스 대회의 여성 비키니선수 몸매와 한국 선수의 몸매를 비교해보면 아직까지는 한국 여성 선수의 몸매가 상대적으로 마른 것을 볼 수 있다.

뒤처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수많은 여성들은 오늘도 저녁을 굶고 덤벨을 든다. 하지만 이런 경우 근손실만 초래될 뿐 건강이 상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대다수 여성 피트니스 대회는 사실상 ‘새로운 섹시스타’를 뽑는 등용문이 된 분위기다. 이렇다보니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여성스럽기만 한’ 선수가 수상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생활을 오래 해 온 여성 트레이너 중에는 ‘(요즘의 선수 수상 기준을)이해할 수 없다’고도 말하는 사람이 적잖다. 모 트레이너는 ‘굶다시피 다이어트해서 셀룰라이트는 그대로 비치는데 엉덩이만 뒤로 뺀다고 몸짱인 게 아니다’고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방송에서도, SNS에서도 머슬녀가 대세를 이루자 시대의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피트니스센터 웨이트트레이닝 존에는 혼자 근육운동을 하는 여성도 조금씩 늘고 있다. 본격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이 창피한 여성은 집에서 홈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단련시키려고 한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여성 사이에서 가장 핫한 SNS 동영상으로 ‘마일리 사이러스 하체운동’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미국 유튜브 운동채널 ‘엑스히트 데일리’(Xhit daily)가 공개한 운동 프로그램이다. 할리우드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의 이름을 딴 다리운동으로 고강도 맨몸 근력운동을 17분간 끊임없이 지속해 ‘악마의 운동’으로도 불린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10㎏ 이상 체중감량에 성공했으며 그녀의 늘씬한 각선미를 따라 잡자는 의미에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몸짱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몸짱의 기준도 세분화돼가고 있다. 이제 마르기만 한 몸은 ‘재미가 없다’고 한다. 납작한 배, 날씬하면서도 탄탄한 꿀벅지, 봉긋 솟아올린 가슴과 애플힙까지 갖춰야 한다.

5년째 다이어트로 167㎝에 49㎏을 유지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 씨(26·여)는 “요즘에는 몸매의 기준이 키에 대비한 몸무게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며 “한국사람들은 전부 해부학 박사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몸매를 보고 칭찬한다기보다 단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며 “사람을 볼 때 고기 부위를 나누듯 전체 비율은 물론 골반의 유무, 가슴라인, 종아리·허벅지 길이 및 둘레 비율, 종아리 알크기, 힙의 납작한 정도, 팔 근육의 모양 등 몸매를 평가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발달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탄력 있는 몸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회사 상사로부터 ‘골반이 너무 없어 몸매가 별로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은 이후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마음이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대중의 관심은 ‘얼굴’에서 ‘몸’으로 옮겨가고 있다. 얼굴은 정형화된 미인이 아니라도 좋다. 다만 몸매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졌다. 성형수술을 찾는 사람 만큼 PT(개인트레이닝)에 투자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당분간 이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조짐이다.

몸매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세계 1위 성형 강국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 성형수술 시장 규모는 약 21조 원인데, 그 중 한국의 시장 규모는 5조 원으로 세계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요커’ 지난 3월호에는 ‘세계 성형수술의 중심지’라는 제목으로 한국을 조명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고, 구글에서는 ‘plastic surgery’란 키워드를 치면 자동검색어로 ‘plastic surgery korea’가 뜬다.

성형미인이 늘면서 ‘의란성 쌍둥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비슷해진 얼굴에서 탈피하려는 열망이 몸매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있다. 타고난 몸매는 축복이라 성형으로도 고치는 데 한계가 있다.

강남 미인도 속에 나올 법한 전형적인 성형 미인에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진짜 미인을 찾기 위한 노력은 타고난 체형과 꾸준한 운동 없이는 닿기 어려운 ‘몸짱’에 열광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성형시장이 무너질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몸짱 열풍에 힘입어 손쉽게 몸매를 교정하려는 사람들은 성형외과 문을 두드린다. 종아리 라인, 엉덩이 볼륨, 가는 허리를 만드는 ‘보디라인’ 성형이 대세로 떠올랐다. 식단과 운동을 통해 기본적인 몸매를 만들고 보톡스나 지방흡입, 가슴성형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완벽한 몸매로 거듭나는 게 현재의 흐름이다. 미에 대한 집념은 트렌드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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