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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메르스 양·한방 협진 진실공방 … 볼썽사나운 지분 싸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6-18 11:10:18
  • 수정 2015-06-19 15: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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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의협, “WHO가 SARS사례 들어 양·한방치료 병용이 메르스 치료에 유익 권고”

의협 “회의내용 기록에 불과, 중의학 유용 사례는 중국에 국한, 그마저도 中 정부 요청 따른 것”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메르스) 치료에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병용해야 한다는 한의사들의 주장에 의사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두 직군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SARS)이 유행할 당시 세계보건기구가 중의학·서양의학 병용요법의 효과를 인정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공포가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상황에서도 두 직군이 지겨운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대한한의사협회는 “메르스와 비슷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서양의학과 중의학(한의학) 치료를 병행한 결과 치료율은 높아지고 사망률은 낮아졌다는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가 있을 정도로 한의학 치료가 인정받았다”며 “뚜렷한 메르스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의 사스의 치료 사례를 참고해 메르스에도 한의학 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에서 사스가 처음 발병한 이후 광둥성 정부는 적극적인 한·양방 병행치료를 실시해 3.7%라는 평균 대비 낮은 사망률을 기록했다. 반면 광둥성을 제외한 북경 등 다른 지역에서는 사스 발병 초기 양방 중심의 치료를 실시했지만 사망률이 높아졌다. 홍콩의 경우 사망자가 100명이 넘어서야 한방과의 병행치료를 실시하는 등 환자 관리에 실패해 사망률이 17%에 달했다는 게 한의협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WHO가 공식적으로 ‘공공보건관리 상황시 한의학 치료 병행을 권고한다’고 밝힌 부분은 국제 전문가회의 검토(결과)를 기록한 것일 뿐 WHO가 공식적으로 중국의 전통의학과 현대의학과의 병용을 권고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방특위는 “한의협처럼 왜곡해서 해석할 것을 우려해 WHO는 보고서의 목적이 중의학 치료 권고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제출한 연구들을 보고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강조했다”며 “WHO가 중국이 발표한 연구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에는 중의학 연구에 대한 신뢰도가 이전부터 낮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스 사망률이 중의학으로 치료했던 중국(6.6%)보다 그렇지 않았던 홍콩(17.1%)이 높았다는 한의협의 주장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방특위는 “홍콩의 사스 확산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1755명의 환자 중 무려 386명이 의료진이었을 정도로 병원 내 확산이 심각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사스 감염자 중 건강이 이미 나빠져 입원해 있었던 환자의 비율이 높아 치사율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특위 관계자는 “감염된 홍콩 의료진 386명은 중의학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도 단 2%인 8명만이 사망했다”며 “숫자만 놓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행위는 한의사들이 얼마나 비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의협은 전 국민이 불안해하는 시국을 이용해 거짓말까지 해가며 한의학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한의협의 반복적인 거짓말은 결국 한의사에 대한 불신만 증가시켜 그 대가는 결국 한의사들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WHO가 갑작스럽게 중의학의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공개한 데에는 중국 측 전문가들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강석하 사이언티픽크리틱스 편집장(과학중심의학연구원 이사)은 16일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에 기고한 ‘WHO, 사스, 메르스 그리고 한의사들의 끝없는 거짓말’을 통해 “WHO가 아니라 한의협이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WHO가 전문가 회의를 열게 된 배경에 대해 “이 회의는 중국의 SARS에 대한 중의학 치료 연구들을 평가하기 위해 WHO와 중국 정부의 국가중의약관리국(SATCM)이 전문가들을 소집해 개최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13편의 임상시험을 제시하며 WHO에게 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달라고 요청해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28명으로 중국 20명, 홍콩 4명, 베트남 1명, 태국 1명, 미국 1명, 네덜란드 1명이다. 이중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온 전문가는 중국인이고, 네덜란드 전문가는 보건경제학자다. 업저버로 참석한 17명 중 중국인이 16명, 일본인이 한 명이었다.

강 편집장은 “WHO는 메르스 환자 치료에 대한 권고 사항을 제시했는데 여기에 중의학 또는 한의학 치료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WHO가 메르스 치료에 중의학 치료를 권고한 적이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메르스는 환자에게 해가 될지 모르는 방법까지 사용해야 할 정도로 치명적이지 않다”며 “한의사들은 메르스 위기 상황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거짓말을 중단하고 한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나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메르스로 인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허용이 무기한 연장되자 일부 한의사들이 떼를 쓰고 있다는 수위 높은 비판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 등 내용을 담은 ‘규제 기요틴’ 정책의 로드맵은 원래 6월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메르스 사태로 잠정 연기된 상태”라며 “당장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물거품이 된 일부 한의사들이 그 실망감을 엉뚱한 곳에 표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두 단체는 서로의 주장이 맞다며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표정은 달갑지 않다. 회사원 강모 씨(33)는 “한의학과 서양의학 중 어떤 게 메르스 치료에 더 효과적인지, 의사와 한의사의 말 중 무엇이 맞는지 국민들이 알게 뭔가”라며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서로 합심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시민연합 관계자는 “의협과 한의협간 지분 싸움은 오래전부터 지속돼왔지만 국가적 재난상황에서도 ‘내 말이 맞다’며 다투는 모습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라며 “제3자가 나서 두 직군간 갈등을 중재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의사든 한의사든 전문가로서의 권위와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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