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0대에 접어든 직장여성 김모 씨, 묘하게 작년보다 옷 맵시가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체중계에 올라가봐도 몸무게는 변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던 몸매는 어쩐지 울룩불룩해진 모양새다. 엄밀히 말하면 얼굴, 등, 배, 가슴, 엉덩이가 무너지는 형상을 띤다.
다음달 휴가를 앞두고 근력운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조금만 운동해도 보디라인이 착 올라붙던 20대 때와 달리 운동 후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엔 ‘먹는 양은 줄었는데 살은 계속 쪄간다’고 푸념하는 친구가 늘었다. 그제야 김 씨는 ‘아, 이제 우리도 나이를 먹었구나’하는 현실감을 느꼈다.
해가 갈수록 이유 없이 조금씩 살이 붙는 나잇살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30대 이후 모든 이의 ‘공공의 적’이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28세를 기점으로 나잇살에 무너져 지금까지도 ‘리즈 시절’(전성기를 의미하는 신조어)을 되찾지 못하고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을 반복하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생체시계는 나이가 들수록 비만에 취약하게 설정돼 있다. 주범은 매년 줄어드는 근육량이다. 김하진 서울365mc병원 대표병원장은 “나이가 들수록 저절로 살이 찌는 이유는 근육량이 감소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근육은 지방을 태워 움직이므로 근육이 많을수록 더 많은 지방이 연소되지만 나이가 들면 근육섬유가 가늘어져 지방연소율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먹는 양이 줄어도 오히려 살은 붙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기초대사량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의 에너지 양으로 통상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1%씩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30세 여성이 근육량이 같은 20세 여성과 같은 칼로리를 섭취할 경우 10%의 잉여 칼로리가 남는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체내 지방으로 남는데 결국 복부가 처지고, 등에 주름이 지며, 팔뚝이 늘어지는 주범이 된다.
에스트로겐 수치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과 엉덩이를 풍만하게 하며 피부를 윤기 흐르고 탱탱하게 해주는 호르몬이다. 호르몬 변화도 나잇살을 부추긴다. 여성은 사춘기, 임신, 출산, 폐경 등을 거치며 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변하면서 비만에 더욱 취약해진다.
김하진 병원장은 “폐경 후엔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급감하면서 살이 찌기 쉽다”며 “허벅지 등 하체로 살이 몰리던 사춘기와는 달리 지방의 분해 및 저장에 관여하는 효소인 LPL(lipoprotein lipase)이 중년이 되면 복부에서 활성화되기 때문에 지방산(fatty acid)이 복부에 축적돼 남성형 비만인 복부비만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피부의 표피, 진피, 혈관에 분포하기 때문에 여성호르몬이 줄면 피부가 얇아지고 기저막이 평평해지며 콜라겐 함유량이 줄어들고 피부탄력을 떨어뜨린다”며 “얼굴의 모든 살이 점점 아래로 처져 이중턱을 만들고 목 뒤는 두둑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30세를 넘어선다고 몸매가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 20대 시절부터 관리해온 몸매가 빛을 발하는 김사랑·한고은·한예슬 등 30대 여배우들이 전성기를 다시 맞고 있다. 김하진 병원장은 “나잇살은 20대 시절의 생활습관을 반증한다”며 “20대 시절 불규칙한 생활, 무리한 클러빙, 운동 제로, 폭식, 식사 대신 간식을 달고 사는 습관, 과격한 다이어트를 일삼을수록 30대에 힘겨워진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습관들은 셀룰라이트를 생성하기 딱 좋다. 30세를 기점으로 지방이 늘어나고 피부층이 얇아져 팔뚝, 허벅지, 엉덩이를 중심으로 셀룰라이트가 생겨난다. 체중이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같은 양을 먹더라도 20대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 근육으로 쌓이던 영양소가 각종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30대가 되면 근육 대신 지방이나 셀룰라이트로 변하면서 살이 쪄 보이는 것이다.
셀룰라이트는 운동과 식이요법으로조차 잘 제거되지 않는다. 애초에 생기지 않게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나잇살을 생각하면 탄수화물의 결정체인 빵과 떡은 포기하는 게 맞다. 과일도 안심할 수 없는 식품군이다. 과일에는 탄수화물이 약 10% 함유돼 있고 대부분 과당이 들어 있어 많이 먹으면 살도 찌고 혈액 내 중성지방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무기질, 비타민, 항산화물질 등을 쉽게 섭취할 수 있어 하루에 한 두 접시 고루 섭취하는 게 필요하다.
이와 함께 평소보다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게 좋다. 살코기, 닭가슴살, 생선 등에는 지방연소에 도움을 주는 복합 리놀렌산과 철분이 풍부하다. 닭고기는 특히 칼로리가 적고 단백질, 아연, 비타민B군이 풍부해 지방 연소에 효과적이다.
달걀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이때 노른자도 함께 먹어준다. 흔히 노른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식욕을 줄여 비만 방지 효과가 있다.
커피나 차처럼 뜨겁게 마시는 음료는 체온을 높여 피부의 수분을 증발시키며 노화를 유발한다. 노화를 방지하고 싶다면 약간 찬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차가운 것을 마시면 우리 몸은 스스로 온도를 높이기 위해 교감신경을 자극해 지방을 연소시킨다. 쉽게 배탈나거나 과민성장증후군으로 고생하지 않는다면 적당히 차가운 음료로 바꾸는 게 도움이 된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찬물은 위장이 차가워지면서 위 기능이 저하돼 수분이 흡수되지 않고 위에 고이게 되므로 적당히 시원한 물을 선택하는 게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