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스마트기기 주의 … 초콜릿·녹차·땅콩 니켈 함유량 높은 식품, 알레르기 증상 유발
일명 ‘쇠독’으로 불리는 금속알레르기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다. 합금으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를 착용했을 때 가렵고 따가운 느낌이 들거나, 진물·염증 등이 나타나고, 붉은 반점·두드러기·색소침착 등이 나타날 경우 금속알레르기를 의심할 수 있다. 액세서리에 사용되는 금속 부품은 여러 종류의 금속을 합쳐 만드는 경우가 많다
금속 중에서도 녹기 쉬운 저품도 금속이 주로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니켈, 코발트, 크롬은 금속 알레르기에 가장 취약하며 다음으로는 아연, 망간 순이다. 백금, 은, 금, 알루미늄은 금속알레르기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니켈과 크롬은 저가에 합금이 쉬워 많은 용도로 활용되지만, 여름철 땀 속 염소 이온과 융합하기 쉬워 땀에 잘 녹기 때문에 피부에 염증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중 니켈은 생활 중에 흔히 접하는 금속을 도금하는데 많이 사용되며, 금속 안경테, 머리핀, 귀걸이, 치아교정기, 금속단추, 메달, 벨트 버클, 브래지어 와이어, 후크, 지퍼, 동전, 시계, 문고리, 클립, 라이터, 펜, 가위, 우산, 매니큐어 등 다양한 생활물품에 이용된다.
비단 악세사리뿐만 아니라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기기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아이패드(iPad)의 표면 코팅에 포함된 니켈 성분이 피부발진을 일으켰다는 논문이 미국 소아과학회 학술지에 소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부설 레이디 어린이병원 피부과의 섀런 제이컵과 셸라 아드마니 박사는 ‘아이패드 - 어린이들의 니켈 노출을 증가시킴’이라는 증례보고를 통해 니켈 알레르기가 있는 11세 소년의 사례를 소개했다.
통상적인 치료법에도 반응하지 않는 6개월 이상 지속된 온몸 가려움증을 호소한 11세 소년이 피부검사를 통해 니켈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인물질로 매일 같이 이용했던 아이패드가 지목됐다.
소년의 가족이 2010년 구입한 아이패드의 뒷부분 표면 코팅에 니켈이 포함돼 있었는데, 아이패드에 케이스를 씌워 사용했더니 가려움증이 더 이상 재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니켈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가능한 증상을 자극하는 원인 제품을 찾아 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물기까지 있으면 니켈을 녹여 피부에 스며들게 할 수 있으므로 땀이 많은 여름철이나 습한 환경에는 자주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다.
금속이 체액에 포함된 염소 이온에 녹으면 몸의 단백질과 작용해 피부에 거부반응이 나타난다. 금속알레르기는 땀이 많고 피부가 약한 사람, 각질층이 얇은 사람에게 더 잘 나타난다. 액세서리나 안경 등의 금속 부분에 접촉한 부위가 가렵고 따갑다면 금속알레르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엔 액세서리를 바로 빼고, 얼음찜질로 가려움증을 가라앉히는 게 좋다.
하지만 이후에도 가려움증이 계속되고 진물이 나는 등 증상이 심해지면 피부과를 찾아가 치료받아야 한다. 보통 피부과에 가면 증상에 따라 가려움증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나 항알레르기제를 바르거나 복용하고, 염증이 심할 경우앤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금속으로 된 물건을 사용하기 전에 피부과 검사를 통해 자신이 어떤 금속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 미리 아는 게 중요하다.
또 이들 금속알레르기는 음식과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한 연구에서 음식에 포함된 니켈 함량을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니켈에 의한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이 있는 환자와 자주 재발하는 만성 습진 환자와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특이하게도 다량의 니켈이 들어 있는 음식물을 제한하면 증상이 호전됐던 것.
이와 관련된 연구를 시행한 박천욱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실제로 니켈알레르기를 가진 실험자를 대상으로 니켈 제한 식이요법을 시행했더니 3주 후 피부병변, 가려움과 같은 증상이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8주 후에는 대부분의 피부병변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니켈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식품은 코코아, 땅콩, 초콜릿, 콩류, 아몬드, 참깨, 다시마 등이 대표적이다. 가령 코코아 음료수를 마시거나 땅콩 한 봉지를 먹으면 일시적으로 니켈을 많이 섭취함으로써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녹차, 홍차, 우롱차와 커피 등도 니켈을 포함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마신 녹차로 인해 알레르기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한국인의 대표 식품 김치와 깍두기에도 니켈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김치를 만드는데 여러 가지 야채가 이용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다행히 주식인 쌀과 보리에는 과일과 야채보다 니켈이 적게 포함돼 있다. 한국요리에 주로 쓰이는 파, 마늘, 생강, 설탕, 소금 등의 양념의 니켈 함유량도 적은 편이다.
박 교수는 “증상 완화를 위해 니켈 함유식품 섭취를 피하는 시기엔 니켈이 들어 있는 시계, 목걸이, 귀걸이, 금속버클이 있는 허리띠, 바지의 금속단추 등과도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며 “담배에도 니켈이 들어있는 만큼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금연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어린이 금속제 장난감도 삼가야 할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