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이하 COPD)은 폐 손상으로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에서의 COPD 유병률(2009~2013)’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만40세 이상 성인의 COPD 유병률은 13.5%(남자 20.6%, 여자 6.8%)로 COPD는 천식이나 폐렴, 결핵만큼이나 흔한 호흡기질환이다. 게다가 COPD는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삶을 잠식해서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사망률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1990년도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원인 6위였던 COPD가 2020년에는 3위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COPD 환자 중 실제로 진단을 받아 치료 받는 사람의 비중은 2.5% 남짓에 불과하다.
황용일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은 이렇게 낮은 진단률이 COPD에 대한 낮은 인지도 때문으로 생각하고, COPD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COPD 인지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금연클리닉에 방문한 흡연자 289명을 대상으로 대인면접설문조사를 통해 인구학적 특징과 응답자들의 현재 주관적인 건강상태, 응답자들이 알고 있는 흡연과 관련된 호흡기질환, COPD의 진단 또는 치료 여부, COPD에 대한 질환정보를 준 후 금연의지에 대해 물었다.
289명 중 36%(104명)의 응답자가 주관적인 건강상태가 좋다고 답했지만, 68.2%(197명)가 기침, 가래, 운동 중 호흡곤란과 같은 COPD와 관련 증상이 최소 한가지는 있다고 대답했다. 흡연과 관련된 호흡기질환을 세 가지를 말해볼라고 했을 때 폐암을 가장 많이 꼽았고(58.1%), 폐결핵, 폐렴, 천식, 기관지염, 폐기종, 후두암, COPD 순이었다. COPD를 흡연과 관련된 질환으로 생각하고 있는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반면 ‘COPD가 어떤 질환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21.8%가 호흡기질환이라고 대답했다. 황용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흡연자들의 COPD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고 흡연과의 연관성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COPD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D의 발생 원인은 기도와 꽈리에 손상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역시 흡연이다. 담배의 종류와 관계없이 하루 한 갑 기준으로 10년 이상 흡연한 사람은 COPD 발생 가능성이 높다. 간접흡연도 COPD 발생 원인이 된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폐활량이 매년 조금씩 감소하게 되는데, 흡연을 하면 폐활량이 현격하게 감소한다. 관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관절에 일찍 무리가 오는 것처럼 COPD도 흡연으로 폐를 지나치게 혹사하면 쉽게 발생한다. 흡연 이외에도 심한 대기오염이나 공기가 오염된 작업환경에서 오랫동안 일 하는 경우에도 발생 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대상자 중 COPD로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를 받은 2.4%를 제외한 사람들은 COPD로 진단을 받게되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것이냐는 질문에 66.7%만이 의사를 찾겠다고 했다. 그리고 COPD에 대한 교육 후 금연에 대한 의지도 변했다. 이미 COPD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들은 76.2%가 금연의지가 증가했다고 답변한 반만 COPD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은 86.3%가 금연의지가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또 COPD 관련 증상이 있는 사람의 81.2%가 금연의지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황용일 교수는 “금연에 대한 의지도 흡연자들의 특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며 “COPD에 대한 교육이 흡연자들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COPD는 대부분 흡연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담배를 끊는 것이 최우선이다. 금연은 치료약제에 대한 효과를 높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다.
약물치료는 기관지 확장제와 항염증제를 흡입제 형태로 사용한다. 약물치료는 증상악화 횟수를 줄여주고 삶의 질을 높여 준다.
증상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 매년 독감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황사나 대기오염이 심하면 실외활동을 삼가고, 기관지를 자극할 수 있는 연기와 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산소가 부족한 환자들은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서 장기적인 산소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치료방법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COPD의 증상은 수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한다. 폐기능이 50% 이상 손상돼야 증상을 자각하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그리고 이미 손상된 폐기능은 회복시키기 어렵다.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는 폐활량의 감소와 COPD와 동반되는 다른 질환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황용일 교수는 “아직 호흡곤란은 없더라도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있다면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COPD는 가슴 X-ray와 폐기능 검사로 비교적 간단하게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