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2)이 하나(1) 되자는 의미로 21일로 정해졌다. 결혼식장에서 ‘평생 사랑할 것’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신도 모르는 새 서로에게 무뎌지는 부부가 적잖다.
언제부터인가 서로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기도 한다. 성관계를 시도하려는 배우자에게 ‘가족끼리는 그러는 게 아냐’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부부가 1년에 10회 미만 잠자리를 가질 경우 섹스리스(sexless)로 본다. 일본 성(性)과학회는 결혼 후 건강 등 특별한 이유 없이 1개월 이상 부부관계를 맺지 않으면 섹스리스로 규정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와 한국성과학연구소가 30세 이상 60세 미만 기혼남녀 1000명(남성 506명·여성 4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한국인 성의식 실태’에서는 최근 1개월 간 배우자와 성관계를 아예 갖지 않았거나 월 1회인 사람은 35.1%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섹스리스 부부비율은 이미 세계 평균인 20%를 추월한지 오래다.
중년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성욕저하가 부부관계를 피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 남성이 성생활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발기부전이다. 발기부전은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서서히 나타나는데 남성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실패한 것이라고 위안하다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발기부전을 앓는 남성들의 경우 성격이 예민해질 뿐만 아니라 부부관계 자체를 차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섹스리스가 되는 원인이 복잡하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성욕저하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여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져 몸에 변화가 오는 40대 중반에 접어들면 여성은 성생활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성욕저하는 여성 우울증의 초기단계로 가장 오래 가는 증상”이라고 지적했다.
성기능장애도 문제가 된다. 신 원장은 “폐경기 전 여성의 15~35% 정도가 성기능장애를 겪기 마련”이라며 “불감증, 성욕저하 등 성기능장애 때문에 부부관계를 피하는 여성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2012년 전남대 성의학연구소가 광주광역시 및 전남 거주 20~40대 기혼여성 6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여성 중 성기능장애 유병률은 42.9%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여성의 유병률은 51.8%에 달했다.
신 원장은 “여성은 출산 등을 겪으며 질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여기에 질건조증, 방광통, 요실금, 과민성방광, 자궁 및 난소의 혹 등은 성교통을 유발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대다수는 부부관계 시 아픈 게 당연한 줄 알고 무조건 참으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참다 참다 결국 부부관계를 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경우 대안이 될 수 있는게 ‘이쁜이수술’로 불리는 질성형수술이다. 질근육 손상 정도가 낮으면 운동요법·레이저 등을 병행해 치료하지만, 손상이 크다면 질성형수술을 시행하는 게 원칙이다. 질성형은 성감을 개선하고 외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시술되고 있지만, 무분별한 수술이 성행하면서 부작용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신용덕 원장은 “질 입구를 너무 많이 좁혀서 성관계시 분비물이 나오지 않거나, 성교통이 생기거나, 수술 전과 똑같이 불감증을 겪는 등 성적 만족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여성성형은 단순히 질점막을 절제해 봉합·축소해주는 형태로 질 및 골반근육의 재이완이 빠르게 나타나고, 성감 개선효과가 낮으며, 외음부 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레이저가 대세라고 해서 이 치료만으로는 강한 축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호산여성병원은 봉합수술을 시행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임플란트 보형물을 삽입하거나 레이저를 환부에 쏘아 통증 없이 늘어지고 이완된 질근육 및 골반근육의 탄력을 높인다.
사회는 이미 100세 시대로 가고 있지만 정작 중년 이상 부부가 어떻게 성생활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슈는 아직도 ‘입밖에 내기에 민망한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늘어가는 섹스리스 부부를 위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부간 소통이다. 신용덕 원장은 “부부간 스킨십 등의 친밀감이 사라졌다면 섹스리스가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무조건 성생활을 억지로 해내는 데 집착하지 말고 서로 장난, 말, 가벼운 터치 등 연인시절의 애정표현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성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섹스리스 극복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