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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주류업계·복지부 외면에 문닫은 카프병원, 2년만에 재개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5-19 14:04:32
  • 수정 2015-05-22 10: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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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간 50억원 지원 돌연 중단, 복지부 사태 관망만 … 천주교 서울대교구 인수

주류업계와 보건복지부의 무관심 및 지원 중단으로 문을 닫았던 비영리 알코올중독 치료·재활병원 ‘카프(KARF·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병원’이 2년 만에 재개원하게 됐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노동조합(카프노조)은 2013년 재정난 악화로 문을 닫은 카프병원이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에 인수됐고, 지난 7일 새 이사진이 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이 병원은 2004년 국회가 술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29개 주류회사를 대표하는 한국주류산업협회가 면책을 위해 매년 50억원을 지원한다는 조건 하에 건립됐다.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6000여㎡ 부지에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 100병상 규모로 의료진과 일반직원 등 70여명이 근무하면서 값싼 비용으로 알코올중독 환자를 치료해왔다.

2009년 이후 외래환자가 매년 1000명 안팎씩 증가해 2012년에는 입원 523명, 외래 6214명 등 총 6737명의 알코올중독 환자가 카프병원을 이용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두 달간의 입원 치료와 10개월 가량의 재활치료를 받았으며 총 치료 비용은 400만원 정도였다.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한 예방사업도 벌였다.
대다수 알코올중독 치료 병원은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의 비율이 90%를 넘지만 이 병원은 환자가 원할 때에만 입원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었다.

하지만 2010년 주류협회가 돌연 지원 규모를 35억원으로 축소하고, 2011년엔 지원을 아예 중단하면서 재정난에 허덕이게 됐다. 결국 직원에게 임금을 주지 못하는 등 재정난에 몰렸다가 2013년 6월 문을 닫았고 입원치료 중이던 환자들은 반강제로 병원을 떠나야 했다. 주류업계의 누적 미출연금은 150여억원에 달했다.

당시 주류협회는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주류업계는 예방사업 위주로만 하지 치료사업은 하지 않는다”며 “보건복지부가 전국에 6개의 알코올 치료 전문병원을 지정하는 등 알코올 환자 치료환경이 크게 개선돼 카프병원은 예방사업만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프병원 관계자는 “당시 주류업계가 건강증진기금 회피 목적으로 병원을 설립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음주에 대한 건강증진기금을 물려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잠잠해지자 재단을 없애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4년 1월엔 성공회대가 병원 인수에 나섰지만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노조 측과 의견이 맞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노조는 “성공회대 측이 내건 독립법인 불가, 건물매각 필수, 자금지원 불가 등 조건으로는 공익사업인 알코올중독 치료사업의 유지·발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복지부는 노동조합에 국세청, 주류협회, 주류회사에서 집회를 하지 않고 향후 개최되는 이사회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각서에 서명을 해야만 밀린 6개월치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압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알코올중독 치료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남성의 19.7%, 성인 여성의 5.4%가 고위험음주자다. 30~40대 남성의 경우 4명 중 1명이 고위험음주자로 추정되며 국내 알코올중독 환자는 200만명에 달한다.
알코올중독의 치료 및 재활엔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교육·주거·직업 등이 갖춰져야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지역사회 이용시설은 0.02개, 사회복귀 훈련시설은 0.01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알코올사용장애 치료율도 6.6%에 불과하다.
하지만 알코올중독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주류업계와 관련 정책사업을 추진해야 할 복지부는 이같은 사태를 관망하고만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원하게 된 카프병원은 서울대교구가 운영을 맡게 되며, 기존 직원 전원을 고용하고 알코올중독 예방·홍보·연구·치료·재활 등 고유사업에 충실할 계획이다. 카프병원은 “2년여간 병원을 휴업한 만큼 당분간 운영을 정상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알코올중독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치료하고 조속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인권을 중시하는 천주교가 카프병원의 새로운 운영주체가 된 것은 병원 운영에서 공공성을 유지하고 적극적인 공익활동을 벌이는 데 도움될 것”이라며 “그동안 카프병원을 ‘계륵‘ 취급했던 복지부는 책임지고 알코올중독 예방·치료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고비로 연간 5000억원 가량을 쏟아붓는 주류업계가 고작 50억원을 투자하는 데 인색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단지 유명 연예인을 홍보모델로 쓰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갖고 알코올중독 예방·치료사업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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