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8.3%가 치매 진단시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에 걸리면 자신은 물론 가족의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점에서 암과 함께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치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 이전에 비해 인지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단순히 노화로 인한 치매 외에도 혈관성치매,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는 가역성치매,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 뇌손상에 의한 치매 등 종류가 다양하다.
초기 증상으로는 기억력이 감퇴되고,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며, 짜증이나 화를 잘 낸다. 또 음식을 자주 흘리거나 젓가락질이 서툴러지며 불면증이나 의심을 하는 편집적 행동, 불안감, 우울증 등이 나타난다.
치매가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먼저 환자의 병력 조사를 통해 치매 증상이 나타난 시점과 최근 있었던 일 등을 확인한다. 이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체중의 급격한 변화, 과거 신체 질환이나 뇌손상 여부,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에 대한 중독 여부 등도 점검한다. 이를 통해 신체 및 정신 상태에 대한 검사를 마치면 신경인지기능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실시한다.
치매로 진단되면 도네페질(Donepezil)이나 메만틴(Memantine) 등 인지기능 개선제로 치료한다. 치료제는 치매 진행속도를 늦추고, 심각한 인지장애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현재 치매의 진행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약은 없는 상태다.
이 질환은 조기진단 검사뿐만 아니라 간호, 복지, 작업치료, 물리치료, 전문요양 등 다양한 분야의 후속 치료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껴 진단 및 치료에 적극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조금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늦추면 초기에 증상을 호전시킬 기회를 놓쳐 기능 소실과 심각한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김태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억력 감퇴나 인지기능 장애 등이 나타날 경우 나이 탓이라고만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이럴 땐 치매선별검사로 치매 가능성을 체크하고, 가급적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치매 예방수칙으로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는 ‘삼삼삼(3·3·3) 치매예방수칙’을 제안한다. 삼삼삼 치매예방수칙은 3권(勸), 3금(禁), 3행(行)으로 이뤄진다. ‘3권’은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부지런히 읽고 쓰기를 권장한다. ‘3금’은 술, 담배, 머리를 다치는 것을 피하라는 의미다. ‘3행’은 정기적인 건강검진 받기, 가족 및 친구들과 자주 소통하기, 매년 치매 조기검진 받기를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60세 이상의 어르신은 가까운 보건소내 치매상담센터에서 치매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 치매체크라는 프로그램으로 치매선별검사를 집에서 해볼 수 있다. 온라인 PC버전과 스마트폰앱으로도 검사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최근엔 노인성 알레르기비염 환자는 치매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중생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연구 결과 치매검사를 통한 경도인지 장애의 비율은 비염이 있는 군에서 70%, 비염이 없는 군에서 52%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후각소실 및 감퇴 증상을 보인 환자도 인지장애 비율이 높았다.
조중생 교수는 “노년층은 평소 많은 약을 복용하고, 콧속 비점막도 일반 성인과 다른 양상을 보여 알레르기비염에 취약하다”며 ”노인들이 좀 더 적극적인 비염 치료를 한다면 삶의 질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