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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수준 높은데 암 오진은 여전 … 조기진단 집착이 화 부른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5-18 01:41:14
  • 수정 2020-09-14 13: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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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암 오진 최다, 초기 방사선 판독 오류 치명적 … 유관상상피내암 60% 수술 필요없어

국내 의료기관 오진 사례 중 10건이 암이었으며, 특히 폐암의 오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경기도 평택에 사는 강모 씨(36) 2008년 3월 우측 흉부통증으로 경기도 평택의 한 종합병원에서 흉부 X-레이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후 두 차례 더 흉부통증이 생겨 같은 병원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정상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잦은 기침과 호흡곤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2010년 다른 병원을 찾은 결과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투병 중이지만 병원 측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진료를 했기 때문에 오진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3년 전 김모 씨(63)는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아 위내시경검사를 받고 위염을 진단받았다. 이후 1년간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다른 병원에 가 검사받은 결과 위암4기를 진단받았다.
윤모 씨(50)는 건강검진 결과 자궁경부암인 것으로 확인돼 자궁과 난소를 절제했지만 조직검사 결과 단순한 염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의료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지만 암에서는 치명적 오진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오진 피해 사례 10건 중 6건이 암이었으며, 폐암 오진이 가장 많았다. 한국소비자원은 2012∼2015년 2월 접수된 오진 관련 피해구제 건수(480건) 가운데 암 오진 피해(296건)가 61.7%를 차지했다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피해 사례 296건 중 진료 과정에서 오진을 받은 경우가 218건(73.6%)으로 건강검진의 78건(26.4%)보다 많았다. 유형별로는 폐암 오진이 60건(20.3%)으로 가장 많았고 유방암은 48건(16.2%), 상부위장관암 39건(13.2%), 간담도췌장암 36건(12.2%) 등이 뒤를 이었다. 

폐암의 경우 단순 방사선검사(X-ray)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확진을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요한데, 초기 방사선 판독이 잘못돼 제 때 치료받을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다.
김태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흉부 X-레이는 1㎝ 이상의 폐암을 발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조기폐암의 40% 이상을 놓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내과 전문의도 “증상이 계속 해결되지 않으면 CT 등으로 추가 검사를 해야 하지만 자세한 설명 없이 정상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에서는 ‘0기 유방암’으로 불리는 유관상피내암(D.C.I.S, ductal carcinoma in situ)의 오진 위험이 높아 유방 절제 등 불필요한 치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성메리메디컬센터의 마이클 라지오스 박사팀의 연구 결과 유방조직검사로 유관상피내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약 20%가 오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질환은 종양이 유관 벽을 뚫고 유방의 지방세포로 침범하거나 유방 밖으로 전이되지 않는 ‘비침윤성 유방암’으로 0기 유방암으로도 불린다. 
환자의 60~70%는 그대로 두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30%는 암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수술로 절제하는 경우가 많다. 

또 마이클 바움 영국 런던대 외과 명예교수는 “여러 나라에서 조기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유방암 검진률이 높아졌지만 ‘그냥 놔둬도 암으로 발전하지 않을 이상’을  ‘현재 진행 중인 유방암 초기’로 진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방암 조기검진에서 오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안 해도 될’ 유방절제술로 이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냥 놔둬도 괜찮은 암이라도 보통 의료진은 ‘떼어내야 한다’고 진단하고 유방 전체를 떼어내는 절제수술을 시행한다는 게 바움 박사의 지적이다. 

병원의 열악한 환경도 암 오진에 한몫한다. 폐암이나 유방암을 제대로 판정하려면 영상자료를 세밀하게 판독해야 하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는 적고 영상자료 수는 밀려들오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검사결과도 잘못 나오게 된다.

의료기관별로는 종합병원이 296건 중 114건(38.5%)으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의원이 110건(37.2%), 상급종합병원이 72건(24.3%) 순이었다.
피해자 연령별로는 50대가 108건(36.5%)으로 제일 많았고 40대가 55건(18.6%), 60대가 39건(13.2%)가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피해자가 166건(56.1%)으로 여성(130건, 43.9%)보다 많았다. 
오진 피해에 대해 병원의 과실이 인정돼 배상이 이뤄진 경우는 181건(61.1%)이었지만 병원의 과실을 묻기 어려운(무과실) 경우도 39건(13.2%)으로 확인됐다. 최고 배상액은 간암 진단 지연에 대한 책임으로 지급된 1억6600만원이었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병원과의 의료소송에서 승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최근 암 오진이 잦아들면서 암에 한해 병원 측의 과실은 인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앞서 예로든 강 씨 사례에서 병원 측에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소비자원은 의사의 오진으로 강씨가 폐암 진단 시기를 놓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첫 X선에서 보이는 작은 폐병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 CT검사가 필요했지만 실시하지 않았고, 이후 실시한 R검사에서 병변이 계속 커졌지만 의사는 계속해서 정상으로 판독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초 X-레이 사진에서 나타나는 폐병변은 2㎝ 이하의 단일성 폐 결절로,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완치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소비자원은 “암 오진 피해를 예방하려면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진 건강검진을 받고 진료 전 자신의 병력 및 증상에 대해 의사에게 상세히 고지해야 한다”며 “검진 결과를 꼼꼼히 확인해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반드시 추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오진 사례가 잦자 관련 사례나 의료분쟁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에 한국의료중재조정중재원은 지난해 오진 실례를 포함해 150건의 의료분쟁 상담 내용과 관련 판례를 담은 ‘의료분쟁 상담 사례집’을 발간했다. 이 책에 따르면 똑같은 CT영상에서 뒤늦게 암의 단서가 발견된 경우 오진으로 조기치료 기회를 놓쳤을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의무기록과 영상필름 등을 확보한 뒤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중재원은 “판독이 정확했는지, 암 판정의 난이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의사가 위험 방지를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를 다 했는지 등 전반적 사항을 검토해 책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경례 한국소비자원 의료금융팀장은 “오진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유를 묻고, 의사는 진료 시간이 짧지만 환자의 호소에 성실히 답변해야 한다”며 “이런 과정을 소홀히 해 오진으로 이어질 경우 소송을 걸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등 실익이 크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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