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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은 스탠딩오피스 지향 … 서비스직종은 “좀 앉아봤으면”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4-17 11:06:29
  • 수정 2015-04-24 19: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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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 앉아있으면 체내 염증물질 늘어 … 오랜 시간 서있기만 하면 하지정맥류 유발

사무직을 중심으로 스탠딩 오피스를 지향하는 문화가 번지고 있지만, 정작 서서일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다리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건강을 위해 잠시라도 앉기를 희망한다.

“매일 서서 일하는 게 건강해지는 비결이라고요? 정말 꿈같은 얘기네요.” 스탠딩워킹(standing working)이 오피스촌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말에 면세점 직원 서모 씨(30)는 혀를 내두른다.
최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을 중심으로 스탠딩 오피스를 지향하는 문화가 번지고 있지만 정작 판매서비스직 등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종의 사정은 정반대다. 이들은 오히려 다리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건강을 위해 잠시라도 앉기를 희망한다.

흔히 오래 서있는 것보다 오래 앉아있는 게 건강을 더 해로운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리·목 디스크 가능성을 높인다. 대체로 앉아 있을 때 척추가 감당해야 하는 하중은 서 있을 때의 1.5~2배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암학회의 연구 결과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서 일하는 사람의 사망률은 하루 3시간 미만 앉아서 일하는 사람보다 여성은 40%, 남성은 20% 높다. 앉아있으면 서 있을 때에 비해 혈액순환이 어려운데, 이런 경우 몸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혈액순환장애와 염증반응이 높아지는 것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는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와 관계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직장인의 평균 근무시간은 11시간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면 사무직 직장인들과 비슷한 시간 서서 일하는 서비스직종 종사자들의 건강상태는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나을까? 서 씨는 “백화점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람은 대개 하지정맥류가 나타날 기미를 느낀다”고 토로한다.

서서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인류는 수백년간 직립보행 하도록 진화해 왔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수십 년 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당연히 몸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무엇이든 정도가 있다. 피용훈 나누리병원 서울강남점 부원장(신경외과)은 “장시간 서서 일하면 오히려 혈액순환이 어려워져 피로가 쌓이고, 몸이 경직되며, 허리·목·어깨가 뻣뻣한 통증을 느끼고, 다리가 퉁퉁 부으면서 하지정맥류 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화점, 면세점 등 판매종사자는 매장에 자신이 앉아 있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다. 단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신발은 무조건 ‘검은색의 단정한 구두’가 기본이다. 옥죄는 구두를 12시간 이상 신고 계속 일해야 한다. 손님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매장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앉아있을 순 없다. 짝다리를 짚어도 안 되고 뭔가에 기대고 서 있어도 잔소리를 듣는다. 감정노동은 둘째 치더라도 몸이 너무 아파 그만두고 싶다는 사람이 적잖다.

서 씨는 “오히려 손님이 많이 올 때가 낫다”며 “매장이 한산한 데다가 다른 업무가 없으면 말 그대로 가만히 서서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어 있는 발에 내 몸무게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여서 생각보다 괴롭다”며 “서 있는 게 정말 힘들 땐 할 일이 없어도 쪼그려 앉아 물건정리를 하거나 일하는 시늉을 한다”고 덧붙였다.

휴식공간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모 백화점 여직원 휴게실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몇 개의 소파와 의자가 대충 놓여있고, TV가 걸려 있다. 몇몇 층에서 일하는 모든 브랜드의 직원들은 이 곳으로 모인다. 억눌린 발을 잠시나마 해방시키기 위해 구두를 벗고 있는 직원들의 ‘삶의 향기’가 꽉 차 있다. 대충 한 자리에 끼어 앉아 신발을 벗고 있는 것만으로도 잠깐 편안해진다.

이 정도는 행복한 축에 속한다. 매장 안 좁은 창고에 캠핑용 간이의자를 갖다 놓은 게 전부이거나, 쉴 공간이 없어 비상계단으로 가야만 하는 곳도 적잖다.

아침 8시 반부터 나와서 문을 닫는 오후 8시 반까지 일하고, 마무리 작업까지 하면 보통 오후 9시가 넘어 퇴근한다. 하루의 휴식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 눈치껏 돌아가면서 20분씩 쉬었다 오는 게 전부다. 퇴근할 때엔 아침보다 묵직해진 다리에 저릿한 통증을 끌고 집으로 돌아와 드디어 꽉 끼는 신발에서 퉁퉁 부은 발을 해방시킨다.

피용훈 부원장은 “움직임 없이 서있는 다리근육 속 정맥혈관은 노폐물이 쌓인 정맥혈이 정체돼 순환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이 과정이 오랜 기간 반복될수록 정맥혈관 속 판막이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정맥의 혈액을 순환시키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노폐물이 쌓인 정맥혈은 다리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데, 다리가 저리거나 당기는 증상이 일반적이다. 이밖에 하지부종, 다리가 무겁고 피곤하게 느껴지는 증상, 다리에 뜨거운 열감이 느껴질 수 있다. 또 다리혈관이 피부표면으로 비치거나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현상이 발생되곤 한다. 이들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정맥혈관에 이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하지정맥류 혈관초음파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사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의하면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1주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백화점 판매 근로자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근로기준법 59조에 따라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면 1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된다. 초과근무에 대한 임금을 따로 보장받지 못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하지만 백화점 판매 근로자들은 1주 12시간을 훌쩍 넘겨 일할뿐더러 추가수당은커녕 휴게시간 및 휴일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판매 근로자들이 부당대우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대부분이 한푼이 아쉬운 서민층이 대부분이어서다. 서 씨와 함께 일하는 판매근로자는 “마음같아서는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배운 게 없고 나이까지 많아 일할 곳이 마땅찮다”며 “조금이라도 더 벌려면 어쩔 수 없이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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