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교육 수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팀이 제5차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 6178명(남성 2672명, 여성 3506명)을 대상으로 교육수준과 대사증후군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여성을 교육 수준에 따라 1구간(7년 미만, 1064명), 2구간(7~9년, 373명), 3구간(10~12년, 938명), 4구간(12년 이상, 1131명) 등 총 4개 군으로 나눈 뒤 대사증후군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학력이 낮을수록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남성은 교육 수준과 대사증후군간 뚜렷한 연관성이 없었다.
이는 여성의 경우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가공식품 등을 적게 먹고 운동을 실시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반면 남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유병률은 비교적 학력 수준이 낮은 1구간에서 47.5%(440명)로 가장 높았고, 2구간 33.1%(115명), 3구간 13.4%(120명) 등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4구간에 해당하는 여성은 5.5%(59명)만이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었다.
반면 남성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구간이 39.7%(323명 중 120명)로 가장 높았고, 1구간이 35%(409명 중 124명)로 뒤를 이었다. 이어 3구간이 30.6%(786명 중 229명), 4구간 24.9%(1154명 중 275명) 순이었다.
고 교수는 “개발도상국은 사회·경제적 역동적 발전 양상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대사증후군의 관계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유병률 패턴은 서구 국가의 결과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선행 연구 대부분이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진 가운데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상황을 알아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유병률은 31.3%(남성 29%, 여성 32.9%)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대사증후군은 △중심비만(허리둘레 남성 102㎝, 여성 88㎝ 초과) △높은 중성지방(150㎎/㎗ 이상) △낮은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남성 40㎎/㎗ 미만, 여성:50㎎/㎗ 미만) △높은 공복혈당(100㎎/㎗ 이상) △고혈압 중 3가지 이상에 해당될 때 진단된다.
유병률 증가의 원인으로는 서구식 식습관과 좌식행동,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비만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인은 육류, 기름진 음식, 가공식품으로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지만, 활동량은 적어 소모하는 칼로리가 적다.
예방을 위해서는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통해 체중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평소보다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하루 30분 이상씩 운동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대사증후군은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 사망 원인인 암, 심혈관질환, 당뇨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3~5배 높아진다. 당뇨병이 없더라도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정상인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은 1.3~1.5배까지 높아진다.
비만인 2명 중 1명꼴로 대사증후군을 앓는다. 비만인의 내장지방은 체내 염증을 일으켜 면역력을 낮추고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내장지방은 당뇨, 고지혈증뿐 아니라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지방간을 유발한다.
고 교수는 “국내에서 대사증후군은 향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별과 교육수준을 고려해 대사증후군의 예방 및 관리를 목적으로 금연, 음주, 비만 예방을 위한 공중보건정책의 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