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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취업난 속 심야 아르바이트에 시들어가는 청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4-13 02:27:54
  • 수정 2020-09-14 13: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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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보다 시급 50% 더받고 일자리 구하기 쉬워 선호 … 잦은 심야 근무, 뇌 해마세포 파괴해 집중력·기억력 감소
최근 취업난이 가중되고 중산층 위축으로 가계 형편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청년의 수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편의점, 카페, PC방부터 콜센터, 택배업체 등에서는 남들이 모두 잠든 심야 시간에도 구슬땀을 흘려가며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된 야간 업무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피폐하게 만든다. 특히 아르바이트는 일반 정규직보다 고용 상태가 불완전하고, ‘갑의 횡포’에 시달리는 빈도가 높기 때문에 야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취업포털사이트 알바인의 최근 조사결과 주요 구인·구직 포털에 등록된 야간ㆍ심야 시간대 채용 공고 건수는 약 6000~7000건이었으며 야간근무를 원한다고 등록된 이력서 수도 1000여건이 넘는다. 야간 및 심야 시간대 알바의 공급과 수요는 항상 많은 편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주간보다 시급이 많다는 점은 청년들이 야간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야간 업무를 할 경우 기본 시급의 50%에 해당하는 수당을 더 받을 수 있다. 대학생 김모 씨(22)는 “시급으로 치면 주간보다 야간에 2000원 가량 더 받을 수 있고, 하루 일당으로 계산하면 2만원 정도 차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야간 알바는 주간에 비해 일자리를 구하기가 비교적 쉽다. 휴학생 윤모 씨(27)는 “야간 아르바이트의 경우 대부분 업무 강도가 높아 일찍 그만두는 사람이 많고, 그만큼 채용 공고도 자주 올라오는 편”이라며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처럼 고강도가 아닌 편의점이나 카페 일은 야간이 되면 비교적 한가해 개인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악덕 사업주들은 임금 체불 등 불법을 저지르며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을 정신적·경제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일부 편의점이나 PC방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근로기준법 상 야간에 지급해야 하는 시급에 못 미치는 6000~7000원을 받고 있다. 야간근로 수당은 5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2013년 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청소년 아르바이트 민원 1476건을 분석한 결과 임금 체불(85.6%)이 가장 많았고, 폭행·폭언 등 부당 대우(7.5%), 부당 해고(3.2%)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불법행위를 당하지 않으려면 근로계약서 작성이 필수다. 이 조사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비율은 72.6%로 작성한 비율(27.4%)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임금 체불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 사업주는 임금, 근로·휴게시간, 휴일·연차 유급 휴가에 관한 사항 등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고, 아르바이트 근로자에게 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 계약서 교부는 아르바이트생의 의사와는 상관없다. 사업주가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최저임금 5580원을 위반하는 사업는 과태료 2000만원이 부과된다.

이태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대학생에게 아르바이트는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생존방책이나 다름없는 만큼 일자리의 양과 질 관리가 절실한 때”라며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시급 등 아르바이트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위반 업주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는 아르바이트생의 건강이다. 8시간 이상 야간 근무를 할 경우 일정한 휴식시간이 주어져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사업장은 거의 없다.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는 알바생들은 건강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잦은 야간 노동이 생체리듬과 호르몬분비를 교란시켜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멜라토닌(melatonin)은 뇌 속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신경호르몬으로 세포내 유해산소를 제거하고 발암물질에 의한 세포손상을 막는 등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 해가 진 후 어두울 때 분비량이 증가하고 수면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로 ‘밤의 호르몬’ 또는 ‘수면호르몬’으로 불린다.
김선영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계속된 야근으로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드는 대신 에스트로겐은 증가해 생리불순, 유산,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잦은 야간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수면부족은 뇌의 해마세포를 파괴해 집중력·기억력·인지능력을 떨어뜨리고 만성피로, 불안감, 신경과민, 우울증, 좌절감 등을 야기한다. 조은정 서울시북부병원 스트레스우울증클리닉 과장은 “잦은 야근은 뇌를 혹사시켜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이런 경우 뇌의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세포와 뇌세포를 연결하는 수상돌기가 파괴되면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줄어든다”며 “이로 인해 기억력, 정보처리능력, 학습능력, 집중력이 떨어져 방금 들은 업무지시 사항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아침에 주차한 차를 찾지 못해 헤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초년생들은 야간 아르바이트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과호흡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답답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이산화탄소나 산소의 농도가 조금이라도 높아지거나 떨어지면 정상인의 경우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민감한 사람들은 숨이 가빠지면서 숨막히는 공포감에 빠진다. 이같은 신경성 호흡곤란을 ‘과호흡증후군’ 또는 ‘과환기증후군’으로 부른다. 대뇌 수용체의 민감성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일어난다. 주변 이산화탄소 농도의 미세한 증가를 감지한 수용체들은 응급상황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대뇌로 보내고, 인체는 질식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빠져 최대한 열심히 호흡하게 된다.과호흡으로 혈액내 이산화탄소가 부족하고 산소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혈액이 정상치에서 벗어난 알칼리성으로 기울어 환자는 더욱 답답함을 느끼고 심한 경우 흥분상태에 빠져 실신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성훈 대전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호흡 증후군은 주변 상황에 감정적 반응이 호흡기를 통해 표현된 것으로 극심한 불안, 긴장, 극도의 충격 등이 원인이 된다”며 “심리적으로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이나 스트레스 조절이 미숙한 사회초년생에서 발생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심야 아르바이트 도중 먹는 야식도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저녁 늦게 음식물을 섭취하면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저하돼 평상시 먹는 식사량보다 과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이나 기능성 위장장애 등 소화기질환이 동반 될 수 있다. 또 치킨, 피자, 족발 등 자극적인 음식들을 자주 섭취하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성인병의 발병률이 증가하며 체지방이 축적돼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혼자서 근무하는 편의점, PC방 알바생들의 경우 취객이나 강도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2013년 전국 2만4000여개 편의점에서 257건의 강도사건과 2975건의 절도사건이 발생했으며, 범인은 대부분 야간 및 새벽 시간대 여자 종업원이 혼자 근무하는 시간을 노렸다.

이처럼 심야 아르바이트에 대한 문제가 수두룩하지만 이를 해결할 만한 제도는 아직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에 야간근무 수당과 미성년자 및 임산부의 야간근로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이는 5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심야 알바생의 고충을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독일에서는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과 가정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영업시간 제한법’을 시행해 야간영업 및 휴일영업을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노동자의 휴식권을 위해 주중 영업시간을 밤 10시까지로 규제해 심야 영업을 금지한다.
알바인 관계자는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도 보호받을 수 있는 규정 및 알바생들의 안전을 위해 2인 이상 고용하는 사업주의 배려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도 심야 알바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과도한 야간 아르바이트로 정상적인 생체리듬이 깨지면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강박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불안증이나 우울증의 위험을 높인다. 가급적 잦은 심야 아르바이트를 피하고, 주 3회 이상 충분한 휴식과 숙면을 취해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만들어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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