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에 ‘민간잠수부 인터뷰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홍가혜(27) 씨가 지난 1월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자궁경부암 투병 사실을 털어놨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HPV에 감염됐다고 단기간에 자궁경부암이 되는 게 절대 아니다.”며 “HPV 중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감염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자궁경부암 전단계인 자궁경부이형성증으로 이어지며,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자궁경부암으로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즉 정상→경증이형성증→중증도이형성증→중증이형성증→상피내암(0기암)→자궁경부암(1·2·3·4기) 순으로 암화된다.
자궁경부암은 크게 편평상피세포암, 선암 등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뉘며 이들의 특징을 모두 가진 혼합체인 혼합암종(선편평상피세포암)도 있다.
학회 소속 모 의대 교수는 “자궁경부암 양성으로 진단됐더라도 그걸로 끝이 아니라 정밀검사를 받아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며 “자궁경부 표면의 정상 상피세포에서 시작해 미세한 현미경학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자궁경부 상피내이형성증(정상조직과 암조직의 중간)을 거쳐 상피내에만 암세포가 존재하는 자궁경부상피내암(자궁경부암 0기)으로 진행하게 되고, 이 단계에서 치료하지 못하면 다시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 상피세포에서 침윤암이 되는 과정은 수년 내지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자궁경부암이 진행되면 질 분비물의 증가, 성교 후 출혈, 간헐적인 질 출혈 등이 발생하므로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도 꼭 산부인과에 내원해 검사받아야 한다. 심각한 상황에서는 냄새가 심한 △질분비물의 증가 △골반통증 △지속적인 질출혈 △빈혈 증상 △다리 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암이 자궁경부 병변이 방광·직장으로 침범할 경우 방광출혈이나 직장출혈이 유발되기도 한다.
암이 의심되는 경우 기본적으로 ‘자궁경부 세포진검사’를 시행한다. 이후 질확대경검사생검, 자궁경관내 소파술, 자궁경부 원추절제술 등 조직검사를 시행해 암 발생여부와 암세포의 침범정도를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세포의 경도이형성증의 약 15%가 7년 정도 후 상피내암으로 진행하고, 이 중 50~60%가 14년이면 미세침윤암으로 악화된다. 미세침윤암은 3년이 경과하면 임상적인 자궁경부암으로 악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검사 결과는 CIN1(경증의 자궁경부상피이행증), CIN2(중등도의 자궁경부상피이행증), 암으로 가기 직전단계의 CIN3로 나뉜다. CIN3 단계, 자궁경부암 1기 초기에서도 제때 치료하면 완치율이 90%를 넘는다. CIN1이나 CIN2로 판정되면 미혼인 경부 대부분 전기·고주파·레이저로 자궁경부 병변을 파괴시키는 자궁경부소작술이나 열응고술을 많이 시행한다.
간혹 염증이 심하게 동반됐다면 원추절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자궁경부를 고깔 모양으로 도려내는 시술이다. 예전엔 직접절개로 이뤄졌지만 요즘엔 고주파를 이용하기도 한다. 대개 5~7㎜로 얇게 도려내며, 그 이상 깊게 절제할 필요는 없다.
김태준 원장은 “물론 원추절제술 이후에도 바이러스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지만 드물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원추절제술을 받았다고 해서 임신이나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돼있지만 일부 보고에서 원추절제술을 크게 받았을 때 조산율이 조금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늘어진 자궁을 살짝 묶어주는 맥도널드수술 등 적합한 처치를 받으면 문제가 없다.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 경우 크게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활용한다. 이들 치료법은 암의 진행 정도인 ‘병기’에 의해 선택되는데 암의 크기, 연령, 전신상태, 향후 출산 희망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전암성 병변에는 원추절제술만으로도 완치될 확률이 높아 치료 후 임신이 가능할 수도 있다. 다만 침윤성 자궁경부암은 대부분 광범위 자궁적출술(radical hysterectomy)이나 항암화학 방사선치료를 받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가지 치료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병변이 많이 진행된 경우는 수술을 하지 않고 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