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는 단순히 ‘주관적인 기분상의 문제일까’. 사회 곳곳에서 생활악취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공업단지와 축산 농가지역 주변에서는 악취를 내는 사업장과 지역주민 사이에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악취방지법은 △농수산물 도매시장 및 농수산물 공판장 △도축업 시설 △축산폐수배출시설 △폐기물처리시설 및 폐기물 보관시설 △하수종말처리시설 △자동차 수리업 △담배 제조업 등 악취배출시설이 대상이다. 그밖의 비신고대상 시설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관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악취 방지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공공시설에 대책이 집중된 관계로 일반 시민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 최근 악취 관련 서울시 민원 중 75% 이상이 악취배출시설 외 비신고대상 시설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엔 음식점, 하수관로 등에서 발생한 생활악취 관련 민원이 2159건에 달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창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별도 조례를 제정해 생활악취를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악취방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대기오염물질은 오염물질과 오염원을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규제할 수 있지만 악취는 좁은 지역에서 나타나고 금방 사라지는 데다 개인의 기분상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관리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악취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각종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악취는 불쾌감을 주는 냄새로 사람의 후각에 작용해 쾌적한 생활과 건강을 훼손한다. 악취를 맡으면 먼저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이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면서 짜증, 히스테리, 불면증 등을 호소하게 된다. 생리적으로 혈압상승, 호르몬 변화에 의한 생식계 이상, 후각 감퇴, 두통, 구토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람은 시각자극 뇌세포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청각, 후각 순으로 세포가 많다. 이처럼 후각피질이 가장 미미한데도 냄새에 불쾌한 반응을 많이 느끼는 이유는 생존 본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냄새는 소음이나 불쾌한 시각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며 “시각과 관련된 신피질은 사고·판단,·해석을 담당하는 반면 후각과 관련된 구피질은 본능에 가까운 원초적인 반응을 관장한다”고 설명했다.

악취에 대한 피해는 생리적, 신체적 요인보다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악취에 의한 인체영향은 감각적 불쾌감, 혐오감, 호흡기계 점막의 자극 등 호흡계 영향, 눈의 자극 등 점막염증, 혈압 및 맥박 변화 등 순환계 영향, 후각감퇴 등이다.
불쾌한 냄새를 맡으면 반사적으로 호흡이 멈춰지고 호흡 리듬의 변화가 일어나며 냄새가 계속되면 구토가 나올 수 있다. 
좋은 냄새를 맡을 땐 깊은 호흡과 동시에 혈압의 변화가 있는 것은 기분이 좋아진다. 반대로 악취는 혈압이 일단 하강한 후 상승해 맥박을 변화시키는 정신적 불안을 가져온다. 심장혈관의 정상 활동기능도 저해할 수 있다.

또 위장활동을 억제하고 소화액의 분비를 저해해 식욕감퇴, 수분섭취 저하, 메스꺼움, 구토를 일으킨다. 마음이 초조해 안절부절 못하거나 두통이 발생하고 고농도의 악취에 장기간 노출되면 불쾌감과 혐오감이 극에 달한다. 정신집중을 방해해 판단력과 기억력을 저하시키며 대뇌 사고활동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런 영향은 극히 주관적어서 불쾌한 정도나 냄새 유발물질의 종류는 사람의 태도, 성질, 시간 등에 따라 다르다.

늘 접촉하는 악취의 자극은 내분비계통의 기능을 혼란스럽게 하고 유기체의 대사기능에 악영향을 끼친다. 악취가 장기간 반복되거나 지속적으로 악취물질의 자극을 받으면 후각피로나 후각상실을 겪게 된다. 후각상실은 인체 제일 방어선의 파괴를 의미하며, 악취의 자극이 지속적으로 대뇌 후각중추에 전송되도록 허용해 오랜 시일이 지나면 뇌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고 대뇌 피질의 흥분 및 억제 기능을 혼란시킨다.

대기환경보전법은  ‘황화수소(H2S), 메르캅탄류(R-SH), 아민류(R-NH2), 기타 자극성 있는 기체상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냄새’를 악취라고 정의한다. 즉 악취를 유발하는 물질은 단일성분이 아닌 혼합 상태의 화합물이고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현재까지 인간이 알아낸 약 200만 가지의 물질 중 40만 가지가 냄새를 갖는 물질이다. 이런 물질은 각자 특유의 냄새를 갖고 있으며 악취농도도 각각 다르다.
악취는 온도가 25~30도일 때 세기가 강해지고 온도가 낮아질수록 영향이 감소한다. 또 습도가 60~80%일 때 인체는 악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다. 

악취 유발 물질로는 △암모니아 △메틸아민·디메틸아민 등 아민류(R-NH2) △황화수소메틸·메르캅탄·황화메틸 등 황화합물 △부틸렌·벤젠·톨루엔 등 탄화수소류 △포름알데히드·아세트알데히드 등 카르보닐화합물 △아세트산·프로피온산 등 저급 지방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물질은 휘발성이 좋고, 증기압력이 크며, 유기용제에 비교적 쉽게 녹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 질소(N) 혹은 황(S) 화합물이 포함되며, 일반적으로 비금속 화합물의 악취가 금속물질보다 심하다. 

암모니아 농도가 1ppm 이상이면 코와 눈이 따끔꺼리는 자극을 받게 된다. 메틸메르캅탄은 양파 냄새가 특징으로 0.002ppm 이상일 경우 중추신경 마비, 최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황화수소는 계란 썩는 냄새가 나며 0.02ppm 이상 농도에 노출되면 눈이 충혈되고 호흡장애와 두통이 동반된다. 황화메틸은 양배추 썩는 냄새가 특징으로 0.01ppm이 넘으면 약간의 마취효과가 나타나지만 독성은 낮은 편이다. 트리메틸아민은 생선이 썩는 듯한 고약한 냄새가 나며 0.005ppm 이상에 노출될 경우 폐, 간, 눈 등 기관이 자극을 받게 된다.

노영란 한양대 환경산업의학연구소 교수는 “악취의 상당 부분이 미생물에 의해 유발되고 주원인 물질인 암모니아 같은 화학성분 때문에 두통 등 각종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이런 생활환경에 노출되면 감각기능이 항진돼 알레르기나 아토피의 발병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2012년 서울시는 악취 민원 현황을 기준으로 주요 악취 배출원 사업장 6개 업종을 선정했다. 직화구이 음식점이 28%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이 16%, 인쇄시설 11%, 자동차정비소·염색 및 아크릴공장·세탁소 등 7~9%를 차지했다. 
조용모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들 사업장 인근 주민 83%가 ‘악취를 맡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약간 고통스럽다’와 ‘고통스럽다’는 응답이 각각 33%를 차지했다”며 “하지만 현재 악취관리법은 기준이 너무 느슨하고 비신고대상 시설은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도시지역의 생활악취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생활악취는 사업장 및 하수관 등이 원인이지만 실태 분석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악취 특성을 고려한 실태 분석과 적합한 관리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