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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황사 연평균 5.2회 한반도 덮쳐 … 발원지 점차 동쪽 이동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3-22 09:52:07
  • 수정 2015-03-27 02: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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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국사기 첫 등장, 고비사막·내몽골고원 모래 80% … 염소, 풀뿌리까지 뜯어먹어 황사 악화

한동안 잠잠했던 황사가 21일 한반도를 덮치면서 주말 나들이객들의 발길을 돌렸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은 20일 “중국 네이멍구 부근에서 발원한 황사 먼지가 한반도 쪽으로 날아와 21일 낮 동안 수도권을 포함한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옅은 황사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에 쌓여 있던 미세 먼지에 옅은 황사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21일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81~150㎍/㎥)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충청 지역은 옅은 황사의 영향으로, 호남·제주 지역은 국내외 대기오염 물질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151㎍/㎥ 이상)’ 단계까지 악화될 전망이다.
기상청이 1981~2010년 3~5월에 발생한 황사 횟수를 조사한 결과 연평균 5.2회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 봄에도 3~5회 정도의 강한 황사가 한반도를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에서 황사에 대한 기록이 처음 등장하는 곳은 1145년에 쓰여진 삼국사기다. 신라 아달라왕 21년(174년)에 ‘흙비’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황사는 시대나 왕조를 불문하고 임금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폭군이었던 연산군마저 흙비가 내렸을 때 ‘흙비가 내리는 천변이 내린 것은 모두 나의 허물 때문’이라며 신하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흙비라는 용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황사’로 바뀌었다.
2000년대 전후로 중국이 급격히 산업화되면서 단순한 모래먼지였던 황사는 각종 유해물질을 통해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존재로 바뀌었다.

황사의 발원지는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인 몽골과 중국 접경지역의 고비사막, 황하 중류의 황토고원, 내몽골고원 등이 있다. 이중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서 날아온 황사가 한반도로 넘어오는 것의 80%를 차지한다. 이들 지역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고, 연강수량이 200㎜에 불과할 정도로 비가 적게 내리며, 바람도 강해 식물이나 사람이 살기에 척박한 땅이다.

한반도에 황사가 날아오려면 발원지로부터 강한 편서풍이 불어야 한다. 겨울이나 봄 등 풍속이 강한 기상조건이 돼야 하고, 지표면에 식물도 거의 없어야 한다. 가뜩이나 건조한데다 이 지역 유목민들이 키우는 염소는 다른 가축과 달리 풀 뿌리까지 뜯어먹기 때문에 식물의 씨가 말라 버린다. 몽골 정부가 추산한 전체 초원의 가축 적정 마릿수는 4000만마리다. 하지만 실제 가축 수는 지난해 5200만마리를 넘어섰고, 올해에는 7000만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발원지가 한반도가 가까워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기상청이 1980~2012년 황사 발생 현황을 10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 황사 발원지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황사는 한 번 발생하면 무려 100만·에 달하는 먼지가 떠오르고 이 중 약 10만·이 한반도에 내려앉는다.

황사는 아황산가스, 납, 알루미늄, 다이옥신 등 유해한 중금속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인체에 들어올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눈 충혈 및 이물감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황사에 포함된 이물질은 눈에 들어가 각결막상피를 덮고 있는 막을 자극 및 손상시킨다. 이로 인해 바이러스균의 침투가 용이해지면 염증이나 감염이 유발된다.

특히 호흡기에 치명적이다. 정성환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이 인천지역 황사와 대표 나노물질인 티타늄 다이옥시이드(TiO2)를 12주간 실험용 쥐에 노출시키자 폐에 염증이 생기면서 폐포가 파괴됐다.
황사에 포함된 황산화물(SO)은 평소에는 대부분 기관지에서 걸러지지만 운동 등으로 호흡량이 많아지면 신체 유입량이 증가한다. 질소산화물(NO)과 미세 먼지 부유물에도 함께 흡입하게 된다.

이처럼 호흡기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취약한 기관 중 하나다. 환절기에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유해물질의 침투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각종 유해물질이 코로 들어가면 기도가 자극되고 염증이 유발돼 심한 경우 폐렴으로 악화된다. 천식 및 만성기관지염 환자,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및 65세 이상 노약자 등은 미세먼지와 황사에 단시간만 노출되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봄철 호흡기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과 충분한 수분섭취가 필수다. 물을 많이 마시면 콧물이나 가래 등 호흡기계 점액이 늘어나 몸 안으로 들어오는 미세먼지를 걸러내며, 신체순환이 활발해져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데 도움된다. 또 외출 후에는 반드시 양치를 하고 목 안까지 물로 헹궈내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피부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건강한 피부라도 미세먼지나 황사에 노출되면 모공이 막히고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모공이 막히면 피부의 재생 및 순환작용이 저하되면서 피부트러블이 발생한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환자는 피부가 건조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가려움, 발진, 피부염 등이 나타난다. 가렵다고 긁으면 피부에 상처가 나고 염증이 심해진다. 이 같은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보습은 필수다. 세안 및 샤워 후 물기가 마르기 전 보습제를 사용해 피부에 보호막을 만들어 주고, 외출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몸을 여러번 헹궈 이물질을 씻어내는 게 좋다.

황사에는 중금속뿐만 아니라 식중독, 폐렴, 비염 등을 유발하는 각종 세균까지 들어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황사철에는 평소보다 세균 농도가 최대 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구강청결이 특히 강조된다.
황사철에는 비강은 물론 구강내에도 각종 유해세균의 농도가 높아 입 속 전체의 위생관리가 중요하다. 외출 후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세균 억제효과가 입증된 구강청결제를 사용해 입 속 유해균을 살균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평소 입 안에는 여러 종류의 세균들이 살고 있다. 침 1㏄에는 약 1억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으며, 이 중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유해균은 대부분 치아와 잇몸 사이에 형성되는 세균막인 ‘플라크(속칭 프라그)’에 존재한다. 이 세균들은 음식물찌꺼기로 영양을 공급받으며 성장하기 때문에 입 속 전체를 청결히 유지해야 한다.

흔히 칫솔질을 규칙적으로 하면 구강을 청결히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칫솔이 닿는 치아면적은 전체 구강의 2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잇몸 경계, 혀 뒤쪽, 볼 안쪽 등 칫솔이 닿지 않는 나머지 75%는 제대로 세정되지 않아 각종 세균이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구강청결제는 입 안 전체를 씻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세균억제효과 없이 향료제품만 들어있거나, 살균효과가 미미한 제품보다는 항균력을 입증받은 제품이 좋다.

가래·기침도 황사철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세균이나 먼지가 호흡기로 들어가면 인체의 자정능력으로 가래 양이 늘어난다. 이 때 가래가 필요 이상으로 생길 경우 이를 내보내기 위해 기침을 하게 된다. 다른 증상없이 가래기침만 나온다면 종합감기약보다 가래기침치료제를 복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종합감기약에는 가래를 배출하는 성분 외에도 다른 성분이 복합적으로 포함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송재준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미세먼지나 황사가 호흡기로 들어가게 되면 만성기관지염 등 다양한 호흡기질환을 유발 및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발병원인을 제거하는 회피요법 및 약물치료 등을 적절히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평소 물을 자주 많이 마셔서 황사로 인한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노약자나 어린이는 황사로 인한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외출할 때 반드시 황사용 및 방진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다면 마스크 착용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먼저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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