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에 대한 녹십자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시도 논란 속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FIDELITY MANAGEMENT&RESEARCH COMPANY)가 일동제약 지분 1.01%를 매각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공시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보유한 일동제약의 주식 250만6600주에서 25만2838주를 처분해 225만3762주를 보유하고 있다. 피델리티의 지분은 10.00%에서 8.99%로 줄었다. 하지만 일동제약의 주주명부 폐쇄일은 지난해 12월 31일로, 지난달 24일에 매도한 0.18%의 지분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갖는다. 피델리티의 실제 유효 지분율은 약 9.17%가 된다.
피델리티 측은 이와 관련해 단순 주식 처분이라고 설명했다. 피델리티는 일동제약과 녹십자가 경영권 갈등을 보이면서 주가가 오르자 차익을 챙겼다. 일동제약 주가가 1만3000원대에 사서 9월 보유 주식을 처분할 당시 1만8000원대를 넘어서며 30% 가까이 급등해 44억5700만원 가량의 차익을 거뒀고 24일 4만6000주 가량을 장내 매도할 당시 처분 단가가 2만원을 넘어서 3억2200만원 가량의 차익을 거뒀다.
현재 지분율 32.52%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 일동제약 측과 29.36%를 가지고 있는 2대 주주인 녹십자 측의 지분 차이는 3.16%P에 불과하고 일동후디스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1.36%는 상호출자로 인해 의결권이 제한돼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1.8%P 차이로 줄어들었다.
녹십자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건은 40%의 지지를 얻지 못해 무산될 가능성이 높고 감사의 경우 30%의 지지를 얻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사외이사 선임 결정 요건은 전체 의결권 주식 수 중 찬성표가 4분의 1 이상이면서 표결 참여 주식 중 과반 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감사선임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쳐 1인으로 보기 때문에 3%만 의결권이 행사된다. 2대주주인 녹십자측의 경우 27.49%를 가진 녹십자(녹십자홀딩스)는 지분 3%만 행사할 수 있다. 0.88% 지분을 가진 녹십자홀딩스와 0.99% 의결권을 가진 녹십자셀은 의결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
이번 20일 일동제약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벌어진 피델리티의 주식매각건은 주총에 큰 변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이후로 보이는 M&A 과정에 있어 녹십자측에 자신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경종의 의미로도 읽혀진다.
피델리티는 지난해 3월 일동제약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반대하면서 녹십자 편에 섰다. 이번 주총에도 녹십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일동제약은 녹십자가 제안한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을 반대한다고 9일 공식 밝혔다. 녹십자가 주장하는 대로 협력과 상생을 위한 신뢰 형성에 대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일동제약 측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