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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포르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흥행 이유는?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2-26 11:22:15
  • 수정 2015-03-02 16: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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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설정으로 성에 대한 판타지 대리충족 … 섹스리스 부부 적잖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스틸컷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단 6시간 전야 3회 개봉만으로 3만9432명을 모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외화 멜로영화 1위를 기록한 ‘색, 계’의 하루 공식 오프닝 기록인 4만696명에 버금가는 것으로 가학적 성행위 묘사에 호기심을 갖는 중년 여성들 사이에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로 소개되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북미 및 전세계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 전세계 4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10일 만에 벌어들였다. 작가 E.L.제임스가 영화 ‘트와일라잇’ 팬픽(fanfic, 영화주인공이나 아이돌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팬이 재창조한 소설류의 글)으로 쓰기 시작한 스토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영화화되기에 이르렀다.

섹시한 억만장자 크리스찬과 남자 경험이 없는 여대생 아나스타샤의 성애를 담은 작품으로 아찔한 사랑에 빠진 순수한 여대생의 본능을 깨우는 파격 로맨스다. 원작 소설은 전세계 서점가를 강타하며 1억부를 팔아치웠다.

실제로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다 갖춰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로 장면 하나하나가 클리셰(cliche, 상투적 표현) 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레이는 돈 많고 얼굴도 잘생긴 데다 잘빠진 몸매와 세련된 매너를 지닌 매력적인 남자다. 그는 “사랑은 하지 않고 섹스만 한다. 그것도 거칠게”라고 말하며 자신의 가학성애적 취향을 숨기지 않는다. 성적 경험이라곤 전혀 없는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만나자마자 빠르게 빠져든다.

흔히 10대나 좋아할만한 것으로 여겨지던 로맨스소설에 기혼 여성들이 열광하는 것은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설정을 통해 성에 대한 판타지를 부담감 없이 대리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성관계가 뜸하거나 형식적이어서 ‘불만족스럽다’고 토로하는 여성이 적잖은 게 현실이다.

한국성과학연구소가 2006년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섹스리스 부부는 약 30%에 달했다. 섹스리스는 특별한 이유없이 최근 2개월간 성관계가 월 1회 미만이거나 전혀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섹스리스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맞벌이’다.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해 둘만의 시간을 보낼 기회 자체가 부족한 게 섹스리스를 유발한다. 직장 여성은 회사일과 집안일에 에너지를 쏟다가 몸과 마음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섹스는 ‘피곤한 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야근, 잦은 술자리 등에 지친 직장 남성도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다보면 성욕이 점점 둔화된다.

여기에 임신까지 겹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출산 후 여성의 몸은 매우 약해진 상태로 질점막이 얇아지고 회음부에 상처가 남아 세균감염이나 출혈이 나타나기 쉽다. 여기에 정맥류, 치질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잠자리 생각이 들지 않는다.

관계 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하다. 출산 직후에는 신체가 정상리듬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애액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출산 후 회음부가 완전히 회복되는 데엔 1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사람은 6주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출산 6주 후 정기검진을 받을 때까지 관계를 피하는 것을 추천하는 의사도 있다.

모유수유를 하느라 유선이 발달돼 신체접촉 시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자신감 상실도 문제가 된다. 임신 중 체중이 불어나 몸매에 자신감을 잃기 쉬운 상황에서 질근육까지 늘어나면 성관계 시 남편에게 헐거운 느낌을 줄까봐 불안해한다.
이렇게 출산과 육아로 10~15년을 흘려보내면 남편의 성욕은 사라지거나 적어지고, 아내는 반대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성욕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전세는 역전된다.

직장생활로 10~15년 단련되면 남자는 어느새 사회 중심에 서 있게 된다. 이 때쯤 남자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게다가 체력관리를 잘 하지 않았다면 발기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진 데다가 술담배와 함께 살았다면 최악의 경우 발기가 안 될 수도 있다. 사이즈에 대한 왜소콤플렉스나 조루 증상까지 겹친다면 잠자리를 아예 기피하게 된다.

신 원장은 “출산을 여러번 겪을수록 남녀 모두 성관계를 회피하는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신혼기 성관계에 물리적 자극이 워낙 강했던 만큼 서로 상대에게 예전과 같은 탄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중년여성은 스스로 ‘예전같지 않다’고 느끼며 의사를 찾아 이쁜이수술, 질축소성형수술에 관해 상담하는 것으로 고려하게 된다.

질근육 손상 정도가 낮으면 운동요법, 레이저 등을 병행해 치료하지만, 손상이 크다면 질성형수술을 시행하는 게 원칙이다. 질성형은 성감을 개선하고 외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 시술되고 있지만, 무분별한 수술이 성행하면서 부작용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신 원장은 “질 입구를 너무 많이 좁혀서 성관계시 분비물이 나오지 않거나, 성교통이 생기고, 수술 전과 똑같이 불감증을 겪는 등 성적 만족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질점막을 절제해 봉합·축소해 주는 형태의 과거의 여성성형은 질 및 골반근육의 재이완이 빠르게 나타나고, 성감 개선효과가 낮으며, 외음부 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었다. 레이저가 대세라고 해서 무조건 이 치료만 단독 시행하면 강한 축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즉 봉합수술을 기본으로 레이저나 임플란트보형물 삽입 등을 병행해야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호산여성병원은 봉합수술을 시행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임플란트 보형물을 삽입하거나 레이저를 환부에 쏘아 통증 없이 늘어지고 이완된 질근육 및 골반근육을 탄탄하게 개선한다.

신용덕 원장은 “섹스리스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는 게 아니라 진행형으로 나타난다”며 “종국엔 단순한 피부접촉도 어색해하는 사이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욕구불만이 이어지면 서서히 부부간 마음이 벌어지고 관계가 틀어지기 쉽다”며 “자칫 자녀에게 ‘사랑 없는 형식적인 부부 모습’을 학습시킬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섹스리스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배려다. 예컨대 출산한 아내에게 여성으로서 충분히 아름답다는 인식을 반복해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 마음이 열려야 몸도 열린다. 육아나 업무 등으로 지친 배우자에게 마사지 등으로 신체피로를 풀어주고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시도하면 정신적, 심리적으로 친밀해져 섹스리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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