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준 중앙대 교수, 둔위교정술로 성공률 70% … 선진국, 제왕절개술보다 우선적으로 권고
산모 하복부 밀어올려 태아 자세 조절 … 마취 없이 초음파로 위치·심장박동 확인하며 진행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태아 둔위교정 시술로 지금까지 200명 이상의 태아를 자연분만하는데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출산을 앞둔 태아의 머리는 보통 산모의 뱃속에서 아래쪽으로 향하는 게 정상이다. 간혹 일부 태아는 머리가 위쪽으로 향하고 엉덩이가 밑으로 향하는 ‘둔위(역아)’ 자세를 보일 때가 있다. 국내 신생아의 4~5%는 출산 시 둔위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때 자연분만을 하면 발이나 엉덩이부터 나와 머리가 걸려 나오지 못하는 위험이 커 대개 제왕절개를 실시한다. 하지만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산모가 늘어나면서 둔위 태아를 정상적인 자세로 돌려놓는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을 선택해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광준 교수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300건의 둔위교정술을 실시해 210여명 태아를 정상 자세로 돌리는 데 성공해 70%의 성공률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시술 경험 및 노하우를 갖춰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둔위교정술은 임신 말기인 36~37주인데도 태아가 역아 상태로 있을 때 의사가 산모의 하복부를 손으로 밀어 올리면서 머리의 방향을 아래로 조절해 태아를 정위(두위, 머리가 아래로 있는 자세)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마취나 별도의 기구 없이 초음파로 태아의 위치를 보고 심장박동 등을 확인하면서 진행한다.
둔위교정술은 의학 교과서나 외국 학회 진료지침에도 명시된 시술법이다. 이미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적극 활용돼왔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데다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아직 제왕절개를 권하는 분위기다.
김광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제왕절개 시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둔위 시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는 데 부담이 크지 않아 이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둔위교정술을 가르치고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아 생소한 느낌이 드는데 시술 과정을 잘 관찰하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킨다면 배우기 쉽고 안전한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미국, 네덜란드 등 각국 산부인과학회에서는 둔위교정술은 매우 안전하며 만삭의 둔위 산모에게 우선적으로 권유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여러 산부인과 의사들이 둔위교정술을 배우기 위해 중앙대병원을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며 “이 시술이 국내에 널리 퍼져 많은 역아 산모들이 자연분만으로 출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