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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대학생 스킨푸어족, ‘취업 스타트라인’부터 달라 울상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1-22 10:33:20
  • 수정 2015-01-23 18: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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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기에 점점 벌어지는 ‘피부격차’ … 면접관 98.1%는 지원자 인상 등 용모에 영향받는다

불황기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여드름, 면역력과 관련된 바이러스질환, 영양 불균형에서 비롯된 기미·주근깨 등이 나타나는 등 피부가 나빠질 우려가 높다.

상반기 공채 시즌을 앞둔 여대생 A(25)·B(24) 씨는 비슷한 스펙을 가졌다. 학점, 토익점수, 대외활동 등 모든 면에서 성실히 준비한 게 보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보이는 A씨에 비해 B씨는 걱정이 천근만근이다. B씨는 “서류를 통과해도 솔직히 첫인상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자신이 없다”며 “대학 입학 후 피부가 점점 나빠지고 여드름이 심해지고 있다. 나같은 경우가 ‘스킨푸어족’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면접의 모든 것이 외모에서 결정나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맞지 않느냐”며 “내 피부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를 개선할 여유가 안 돼 거의 체념했다”고 덧붙였다.

저소득층의 엥겔지수가 최대치에 달했다는 민간단체의 보고가 나오고 있다.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는 등 이같은 상황에선 피부질환이 생기고 상태가 악화되는 이른바 ‘스킨푸어(skin poor)족’이 등장하고 있다.

경제 불황기에는 아무래도 양질의 먹거리나 휴식 등을 챙기는 것에 소홀해지며 건강이 나빠지기 쉽다. 피부도 예외는 아니다. 피부는 직접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영양상태, 수면시간, 스트레스, 생활습관 등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 불황기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여드름, 면역력과 관련된 바이러스질환, 영양 불균형에서 비롯된 기미·주근깨 등이 나타나기 쉽다.

영국피부재단(British Skin Foundation)이 피부과 의료진 1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심리적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피부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스트레스성 피부질환은 20대 젊은이들에게서 두드러진다. 평소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코티졸과 안드로겐 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는데, 이들 물질은 피지 분비를 늘려 피부트러블을 유발하기 쉽다. 이밖에 과로 등으로 인한 다크서클, 피부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피부건조증 등도 나타나기도 한다. 여드름이 심해진 사람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심한 흉터가 지는 등 2차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해 악순환이 반복된다.

취업문이 바늘구멍보다 좁아지면서 대학 캠퍼스의 낭만이 사라진 지 오래다. 치솟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복학하는 것을 반복하는 등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적잖다.

좁아진 취업시장에 대비해 1학년부터 스펙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 학점관리나 영어능력을 키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만그만한 스펙을 갖춘 경쟁자가 늘다보니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로 ‘첫인상’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아주 미인형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범하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여러명이 한번에 들어가는 면접장에서는 묻히기 쉬운 인상에 그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실제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국내외 기업 인사담당자 523명을 대상으로 ‘인상이 면접에 미치는 영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대상자 중 98.1%가 ‘지원자의 인상이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학생 10명 중 3명이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피부과치료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가 타고난 사람이야 큰 걱정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노력’으로 이를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피부관리는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시간, 비용 등 적잖은 투자를 해야 어는 정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능력은 기본에 ‘용모단정’까지 갖추려니 젊은층의 고민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A씨는 실제로 취업을 앞두고 면접에 대비, 피부관리에 적잖이 신경쓰고 있다. 스스로 틈틈이 물을 마시거나, 밀가루음식을 자제한다. 부모님이 여유있는 편이어서 이런저런 지원을 받고 있다. 주1회 에스테틱(회당 5만원) 등 관리실에 다니고, 지난 가을에는 칙칙한 피부톤을 개선하려고 레이저토닝 치료(패키지치료 당 60만원)를 받기도 했다. 여성의 피부관리의 기본이라는 기초화장품 중 에센스만 백화점에서 구입하고, 나머지는 잘 맞는 브랜드에서 고른다. 생기 넘치고 밝은 그의 모습은 호감을 가질 만하다.

B씨는 상황이 이와 대조된다. 학비를 벌기 위해 과외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하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챙기지 못한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주로 먹는다. 피부상태가 점점 뒤집어지고 있지만 피부과 상담 후 가격을 들은 이후로 엄두를 내지 못한다. 관리실도 마찬가지다. ‘안되겠다’ 싶어 소셜커머스 제품을 구입한 뒤 피부관리실에 갔더니 실장이 ‘피부상태가 나쁘니 패키지관리를 꼭 받아야 한다’고 강권해 포기했다. 기초제품은 로드숍에서 가장 저렴한 3000원대의 알로에수딩젤 하나만 쓴다. 이마저 동나서 매장에서 받은 샘플지를 쓰고 있다. 

그는 “최근 가정 형편에 따라 토익학원 수강 여부가 갈리며, 취업전선 스타트라인이 달라진다는 기사를 읽었다”며 “토익뿐만 아니라 외모관리, 대외활동, 해외연수 등에서 이력서의 질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대세를 바꿀 수 없지 않느냐”며 “외모를 가꾸고 싶고, 좋은 인상으로 호감을 얻고 싶지만 그러질 못해 현실적으로 박탈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여대생 주모 씨(26)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최근엔 ‘면접사진’을 어떻게 찍느냐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며 “입사서류에 내려고 평범한 증명사진을 준비했는데, 친구에게 ‘미쳤냐’는 이야길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엔 면접용 입사사진의 정석이 있는 모양”이라며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정장까지 풀코스로 빌려주는 곳이 있어 좀더 비용을 내더라도 다들 이런 곳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주 씨가 말하는 ‘정석사진’은 여성의 경우 보통 파란 배경에 업스타일 머리를 하고, 흰블라우스·검정 자켓을 기본으로 청순한 메이크업을 한 것이다.

주 씨는 “사진관에서 찍으면 2만원대에 촬영할 수 있지만 전문점을 찾으면 5만~10만원대까지 올라 가격이 부담이 된다”며 “그렇다고 나만 후줄근한 사진을 낼 수 없어 결국 다시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 한숨이 마음에 걸려 빨리 취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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