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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예비맘·임산부를 위한 ‘치과진료 가이드’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1-09 13:17:21
  • 수정 2015-01-12 11: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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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웬만하면 임신 전 충치 등 치료해야 … 꼭 필요하면 안정적인 ‘임신 2기’ 노려라

임신은 산모가 면역계·혈관계·내분비계·심리상태 전반에 걸쳐 생리적 불편감을 겪는 일시적 상태로, 치과 치료시 일반인과 다른 치료법을 쓰지는 않지만 가능한 광범위한 치료 및 외과적 시술은 출산 후로 미루는 게 좋다.

주부 남모 씨(36)는 임신을 계획하며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나섰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첫 임신을 준비하려다보니 건강상태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남 씨의 주치의는 ‘이왕 신경쓴다면 치과검진도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평소 치과공포증으로 스케일링도 제대로 받지 않던 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치과는 여전히 ‘무서운 곳’이다. 하지만 예비 엄마 중 아이를 생각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미리 치과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임산부의 잇몸질환·충치는 영아의 감염 및 충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치과치료, 웬만하면 임신 전 끝내야 … 꼭 받아야 한다면 임신 1·3기는 위험, ‘2기가 무난’

일부 임산부는 임신한 상태에서 치과치료를 받는 것을 막연히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임산부도 필요에 따라 치과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치료보다는 구강 위생관리에 신경쓰는 것을 추천한다.

구영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임신은 산모에게 면역계, 혈관계, 내분비계, 심리상태 전반에 걸쳐 생리적 불편감을 겪는 일시적 상태”라며 “일반인과 달리 치료 방식을 바꾸지 않으며, 가능한 광범위한 치료 및 외과적 시술은 출산 후로 미루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선택적인 치과치료는 임신 1기, 3기 후반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 1기는 기관형성기로 태아가 환경적인 영향에 매우 민감한 시기다. 3기 후반은 자궁이 외부 자극에 극도로 예민해져 자칫 조산할 위험이 있고, 산모가 오랜 시간 누워서 치료를 받는 게 매우 불편하다. 임신 말기에는 ‘앙아위 저혈압증후군’(supine hypotensive syndrome)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이는 임산부가 누운 자세를 취하면 자궁 중력에 의해 하대정맥이 압박돼 혈압 저하, 심박출량 감소, 의식장애 및 소실, 발한, 오심, 호홉곤란 등이 야기되는 것이다.

정복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통합진료과 교수는 “임신시 방사선 사진 촬영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며 “진단 과정에서 방사선 사진이 꼭 필요한데, 치과용 X-레이의 방사선 조사량이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1기에는 태아가 방사선에 민감하므로 어떤 방사선에도 노출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은 이런저런 신체변화로 인해 그 자체만으로 여성에게 힘든 시기”라며 “전신적인 변화가 외부의 치료에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힘든 시기이므로 가능한 임신 전에 필요한 치과 치료를 마무리하고, 임신기에는 가능하면 치료를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임신하면 미각이 변하고 구토반응이 호발돼 조그만 자극에도 예상 외의 반응을 나타낼 우려가 있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꼭 치료받아야 한다면 어디까지? … 안정적인 2기에 치료하는 것 추천

아무래도 임신 개월수에 따라 치료받을 수 있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진다. 임신 전기간 동안 스케일링 등 구강위생 시술은 받을 수 있다. 임신 1기에는 태아에 대한 잠재적 손상이 우려돼 스케일링 등 간단한 치료 정도만 시행한다. 급하지 않은 것은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안정이 되는 임신 2기에는 일상적인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전악 방사선 촬영·광범위한 보철물 제작·발치·임플란트 식립·라미네이트 치료·심한 외과적 시술 등은 산모에게 스트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분만 후로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들 치료는 시술 시간이 길어 스트레스를 유발할 우려가 높아 웬만하면 출산 후로 미루는 게 낫다. 임신 3기 초반까지는 일반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중반을 지나며 바로 눕는 게 힘들어지므로 긴급하지 않은 치료는 최대한 연기하는 게 좋다.

가벼운 미백치료라도 미루는 게 마음이 편하다. 구 교수는 “미백 치료가 산모나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는 아직 없다”며 “다만 미백제에 들어있는 ‘퍼옥사이드’(과산화물)가 산모나 태아에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으므로, 출산 후로 미루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미백제가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치면 어떡하지’ 같은 괜한 걱정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임신 2기에 활동성 질환을 조절해 임신 말기나 분만 직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점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며 “심한 충치로 치성 감염을 가졌거나 잇몸에 치주염이 있으면 신속하게 치료해 임신 말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소마취제, 태반 통과하지만 유해하지 않아 … 오히려 마취 없으면 통증에 자궁수축 우려

부득이하게 치료받아야 하는 산모라면 ‘마취제’에도 신경쓰이게 된다. 치과용 국소마취제(리도카인 등)의 보조성분 흔히 쓰이는 에피네프린(epinephrine)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이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만 과량 사용하면 혈압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구영 교수는 “마취제와 혈관수축제는 모두 태반을 통과하는 성분이지만 태아에게 유해한 영향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며 “보통 8~10개의 앰플까지는 해가 되지 않고, 발치할 때엔 대개 1~2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치료받으면 통증으로 인한 혈압상승 및 자궁수축이 일어날 수 있다.

정복영 교수는 “치과 공포가 심한 사람에겐 항불안제로 아산화질소( N₂O ) 가스를 흡입시켜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며 “35분 미만으로 1회 정도 사용하는 것은 특별한 유해성이 없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임신한 치과의사나 치과진료보조원의 경우 반복적으로 가스에 노출되면 임신율이 감소하고 자연유산 확률이 높아질 수 있어 직업상 가스 노출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르몬 불균형·체온상승 ‘치주질환’ 나타나기 쉽다

임신하면 모체면역이 저하되고 염증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져 잇몸의 염증·출혈 등 치주질환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평소보다 체온과 침의 산성도가 높아져 입속 환경이 변해 세균이 쉽게 번식해서다. 이같은 변화엔 ‘호르몬 불균형’도 한몫 한다. 평소 건강한 잇몸을 가진 사람도 치주질환이 생길 수 있다.

구영 교수는 “대개 임신 2개월경부터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의 분비가 증가하고 섬유소용해(fibrinolysis)가 일어나면서 청결하지 못한 구강 상태와 겹치면 염증반응이 증가되기 때문”이라며 “‘임신성 치은염’(pregnancy gingivitis)은 염증물질 중 하나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유발, 면역반응과 자궁수축반응을 일으켜 조산의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복영 교수는 “치석을 제거하고 적절한 구강위생을 유지하면 대개 정상 잇몸으로 돌아오지만 심한 경우 임신한 여성 중 약 1%에서 증식성 반응이 악화돼 화농성 육아종(pyogenic granuloma), 임신성 종양(pregnancy tumor)으로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며 “외과적 절제나 레이저 절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아교정 중 임신했다면 … 특별히 해로울 건 없지만 ‘구강관리’ 철저해야

임신 중 치아 교정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한번 내원시 시술 시간이 길지 않아 치료를 지속하는 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호르몬으로 인해 치주염이 생기기 쉬운 상태에서 교정기를 착용하면 치태 관리가 어려워지므로 치주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구강위생에 신경써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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