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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식체 유발’ 추운 날씨 … 가장 좋은 ‘민간요법’ 뭘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1-07 13:03:51
  • 수정 2015-01-09 18: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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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지·검지 사이 꾹꾹 누르고 부드럽게 배 마사지 … 따뜻한 ‘매실차 한잔’

체한 경우 사혈요법을 쓴다면 바늘을 청결히 하고, 엄지·검지 사이를 꾹꾹 누른 뒤 부드럽게 배를 마사지해주면 증상이 완화된다.

여고생 김모 씨(18)는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겨울철에 음식으로 먹고 체해 고생한다. 최근에도 저녁에 친구들과 김밥을 먹었다가 크게 체해 혼났다. 머리가 어지럽고, 꽉 막힌 듯 속이 답답하고,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괴롭다. 중학생 무렵부터 스스로 속을 달래는 데 익숙해져 ‘민간요법’에 빠삭해졌다. 급우들도 체했을 때엔 양호실에 가지 않고 김 씨부터 찾는다.

김 씨는 “소화제를 먹고 화장실을 가봐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를 누르거나, 바늘로 손가락을 따거나, 매실차를 마시는 등 보통 어릴 때 엄마가 해준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증(dyspepsia)은 과식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후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소화가 어려워져 이마에 식은 땀이 흐르면서 명치가 결리거나, 손발이 차가워지고, 기운이 없어지며 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 메슥거림, 상복부의 타는 듯한 통증, 구역질, 설사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기분이 언짢거나 신경이 예민한 상태에서 식사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많이 마신 경우에도 발병할 수 있다.

사실 ‘체했다’는 표현에 정확히 상응되는 의학용어는 없어 의학적으로는 ‘체했다’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고 대개 ‘소화불량’으로 대체한다. 체증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특별한 치료 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 장기간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지만 쉽게 체하는 사람은 겨울철에 조금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진우 인산한의원 원장은 “추운 날씨에 온몸의 조직이 수축되고, 이 과정에서 체온을 올리기 위해 근골격계에 기혈이 몰려 소화기관에 비교적 자원이 부족하게 된다”며 “‘복무열통’(腹無熱痛)이라 해서 배는 따뜻할수록 소화가 잘 된다”고 설명했다. 추운 날씨엔 소화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쉽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 병원을 가기엔 애매하고, 그러하고 내버려두자니 너무 고통스러워 ‘민간요법’에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효과가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해서 모두 올바른 처치라고 볼 수 없다.

‘손끝 따주면 시원하다?’ 불필요한 처치 … 엄지·검지손가락 사이 합곡을 ‘꾹꾹’

체했을 때 으레 ‘손가락을 따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잖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사혈(瀉血)요법의 일종으로 본다. ‘아픈 부위의 피를 빼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동양의학에 기반된 것으로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다. 

흔히 집에서 바늘로 손가락에 피를 내는데, 이같은 자가사혈요법은 쉽게 생각할 게 아니다.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시술하거나, 바늘이 불결할 경우 조직손상, 탈진, 감염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지난해 한 방송에서는 이를 ‘생명을 위협하는 민간요법 1위’로 꼽았을 정도다.

무엇보다도 바늘을 소독하지 않고 사용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소독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 고령이거나 면연력이 저하된 사람은 자칫 균이 온몸을 돌아다녀 패혈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은 “바늘을 어느 정도 청결하게 관리한다면 식체에 손가락 따는 것은 상당히 효과적”이라며 “기혈이 정체된 가운데 손끝이나 발끝을 조금만 따도 혈압과 열이 내려가며 기혈순환이 촉진돼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한의사는 소화불량에 사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처치이고, 감염 등 득보다 실이 많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는 견해를 피기도 한다. 어린이의 경우 혈관이 미성숙해 사혈 부위가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야 한다.

한 원장은 “체할 때 누구나 할 수 있고 효과적인 게 엄지와 검지 사이의 움푹한 혈인 ‘합곡’을 꾹꾹 눌러주는 것”이라며 “합곡은 식체에 취혈(取穴)하는 사관혈 중 하나로 지압해주면 체증이 완화된다”고 조언했다.

등 대신 진동효과 큰 ‘가슴’ 두드리세요 … 배 마사지, 위장기능 복귀 도와 

체했을 때 환자의 뒤에서 등을 통통 두드려주거나 꾹꾹 눌러주면 ‘얹힌 게 내려간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한 원장은 “등을 두드리는 것은 구토가 나올 때 해주는 동작으로, 체했을 땐 배를 따뜻하게 마사지하면 위장기능을 복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처럼 어릴 적 배탈이 났을 때 엄마가 배를 문질러주면 나아지는 기분이 든 경험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몸을 두드려서 체증을 내려야 속이 풀릴 것 같은 사람은 차라리 가슴 부위를 치는 게 낫다. 가슴을 치면 위장에 자극을 줘 운동이 활발해지도록 도움을 준다. 위장이 가슴 부위에 위치한 것은 아니지만 위장으로 연결된 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가슴은 뼈가 감싸고 있어 복부를 두드리는 것보다 진동 효과가 크다.
 
따뜻한 매실차 OK … 살살 걸어주는 것도 효과

한 원장은 “체했을 때엔 매실차를 마셔주면 꽉 막힌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매실은 위장과 십이지장의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기능을 활성화하는 좋은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조선시대 임금은 여름철에 중신들에게 매실음료(제호탕)를 하사하기도 했다.

매실차는 전통적인 민간요법이지만 2000년 국민드라마 ‘허준’에서 나오면서 ‘체했을 때 마시는 음료’로 못을 박았다. 주인공 허준(전광렬 분)이 전염병에 걸려 고열·설사로 죽어가는 백성을 살려낸 음식으로 등장, 전국적인 사재기·품귀현상이 일어났다. 실제 동의보감에서는 매실을 ‘근육과 맥박의 활기를 찾아주고, 염증을 치료하며, 기침·갈증·설사를 멎게 한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생강차, 귤차, 계피차도 소화불량을 해소하는데 효과적이다.

한진우 원장은 “체증, 소화불량은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과식, 자극적이고 잘 맞지 않는 음식 섭취를 피하는 것과 함께 가벼운 소화불량에는 걷기를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식후 20~30분 가볍게 산책해주면 소화불량이나 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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