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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극한직업 ‘브라질리언 왁서’의 남모를 고역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12-24 19:06:46
  • 수정 2014-12-29 15: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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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소한의 매너만 지켜주세요’ … 이틀에 한번은 휴지찌꺼기·생리혈에 대변자국까지 처리해야

서울 3호선 신사역에서 지하철을 탄 여성 2명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브라질리언 왁싱 해보려고’. ‘이 추운날에 굳이?비키니 입을 일도 없는데 뭐….’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특히 생리할 때 신세계래’라는 말에 결국 둘이 왁싱숍에 가봐야겠다는 대화로 끝났다.

서양 여성들만 받을 것 같은 ‘퓨빅왁싱’(pubic waxing)이 한국에서도 점점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이태원에서 근무하는 A모 왁서(waxer)는 “요즘엔 강남 쪽 젊은 여성들은 퓨빅왁싱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예전처럼 목욕탕에서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일은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퓨빅헤어(pubic hair)는 음모를 전반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퓨빅왁싱은 크게 음모·회음부·항문의 털을 모두 제거하는 ‘브라질리언 왁싱’과 팬티 밖으로 나오지 않는 정도의 ‘비키니 왁싱’으로 나뉜다.

왁스를 따뜻하게 녹이거나 데워 제모하고 싶은 부위에 붙였다가 한번에 확 떼낸다. 이 때 고통이 만만치 않지만 일정 주기로 받다 보면 무뎌져 ‘시원하다’고 느끼게 된다. 털과 함께 각질, 솜털, 피지가 함께 탈락해 피부가 밝고 부드러워지는 데 도움이 된다.

퓨빅왁싱은 위생상의 문제, 개인적인 만족감 등을 이유로 계절에 상관 없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생리시 생리혈의 불편함, 성기 및 항문 부위의 기생충이나 세균감염 등을 방지하는 효과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보면 ‘무모증 고민 여기서 해결하세요’라는 글이 적잖다. 하지만 요즘엔 오히려 무모증 여성을 부러워하는 여성이 적잖다. 돈을 주고 털을 뽑는 고통을 겪어야 ‘센스있는 여자’로 여겨질 정도로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났다.

비키니라인 왁싱은 3~4만원대, 브라질리언 왁싱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모든 음모를 싹 제거해보리는 올누드, 모양을 디자인하는 고급 브라질리언 왁싱 등 요구조건에 따라 7만~15만원 선이다. 1개월에 1회 시술받는다고 가정하면 빈모증·무모증 여성이 오히려 부러울 정도라는 사람도 있다.

퓨빅왁싱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낯선 사람 앞에서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게 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다리를 마름모 모양으로 만들거나, 아기 기저귀를 갈 때마냥 엉덩이를 들어올려 항문을 오픈해야 한다. 애초에 잘 맞는 왁서를 만나 그 사람에게만 왁싱받는 여성도 있다. 일종의 신뢰도 형성이다.

보통 왁싱을 받는 사람만 당황하고, 민망한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왁서들도 남의 성기를 매일 들여다보는 게 신나는 일만은 아니다. 부위가 부위인 만큼 곤혹스러운 일이 종종 벌어진다. 

경력이 오래된 왁서들은 여성의 성기 부위를 봤을 때 ‘어딘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하기도 한다. A왁서는 “‘건강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를 구별하는 안목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며 “내가 아줌마라서 그런지 ‘산부인과에 한번 가 보는 게 어떻겠냐’고 편하게 말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곤지름, 질염 등에 걸렸는지 알아보고 귀띔해준다는 것이다.

A왁서는 ‘매너 좀 지켜줬으면 하는 손님’으로 물휴지조차 쓰지 않고 당당하게 베드에 눕는 여성을 꼽았다. 왁싱할 부위는 신체구조 상 아무래도 습기를 머금고 노폐물이 배출되기 어렵다. 게다가 관리조차 소홀하면 악취를 풍길 수밖에 없다. 
그는 “아직 왁싱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아닌 만큼 한국 손님은 남에게 아랫도리를 보여준다는 데 엄청난 긴장을 느껴 알아서 관리해 오는 편이지만, 외국손님은 당당함이 과도하도 못해 너무 편안한 마음으로 와서 곤란할 때가 적잖다”고 말했다.

며칠째 샤워하지 않은 듯한 체향, 볼일을 보고 제대로 뒷처리를 하지 않아 묻어나오는 휴지찌꺼기, 이따금 눈에 띄는 대변 자국 등이다. 생리 끝물인 손님이 오면 생리혈까지 보는 경우도 적잖다. 이런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틀에 한번꼴로 마주친다고 하니 아주 드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손님의 속살 매너는 국적과 나이를 가리지 않을 것이다.

왁싱숍의 베드 위에 1회용 위생용 시트를 깔아놓는 이유다. 라텍스 장갑을 끼고 시술해도 손청결제는 항상 옆에 두고 수시로 사용하고 있다. A왁서는 워낙 익숙한 탓에 고역스럽지만 프로답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처리해낸다. 직업의식이 강한 탓에 오로지 왁싱이 널리 확산돼 여성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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