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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뜨끈뜨끈 온열치료법, 자신의 체질·상태 따라 골라야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4-12-24 10:53:40
  • 수정 2020-01-20 01: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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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질된 근육·관절 풀어줘 통증 없애고 질환 진행 늦춰 … 심혈관계·신부전·악성종양 환자는 피해야

온천에선 체온과 비슷한 36~37도 정도의 탕부터 입욕하며 서서히 온도가 높은 탕으로 옮기면서 즐기는 게 건강에 좋다.

스트레스와 피곤, 압박감으로 몸이 지쳤을 땐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는 것도 일상 속 여행이 되기도 한다. 특히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전국 유명 온천마다 나만의 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온천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치료와 휴양을 겸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요양 외에도 목욕의 용도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유럽, 미국 등에서는 목욕보다는 요양과 치료가 주목적으로 발만 담그는 족욕을 즐긴다.

온천과 관련된 국내 기록을 찾아보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상당히 많은 기록이 존재한다. 주로 질병이 있는 왕이나 왕족들이 즐긴 온천욕이 나타난다. 대체적으로 왕들은 온천을 매우 좋아해 시간이 나면 온천으로 휴양가길 원했다. 하지만 간관들은 주요 온천들이 궁과 거리가 멀고 왕이 행차할 때 동행하는 호종단의 규모도 매우 커 비용 발생의 이유로 극렬하게 반대했다. 고위관료들도 질병에 걸렸거나 은퇴를 하고 나면 지방으로 내려가 온천욕을 즐겼다. 충북 충주시의 수안보온천, 경북 울진군의 덕구온천과 백암온천, 전남 담양군의 담양온천 등이 전통적 온천지역이다.

일본은 ‘온천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온천문화가 발달됐다. 화산지대가 넓게 분포해 온천수가 풍부한 일본에서 온천욕은 일상적인 활동에 가깝다. 난치병에 걸려 현대의학으로 치유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최후의 방법으로 온천에 의지한다. 온천을 ‘신비의 샘’으로 여기는 것이다.

온천욕은 일종의 온열치료법이다. 더운물은 경직된 근육과 관절을 풀어줘 통증을 없애주고 만성 관절염 등의 진행을 더디게 해준다. 하지만 관절이 붓거나 열이 나는 급성기엔 온천욕을 하지 않는게 좋다. 피부노폐물을 제거하고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전신을 이완하므로 피로회복 및 신진대사 촉진에 효과적이다. 

온천의 기본적 요소는 열과 물이다. 어느 한쪽이 부족하면 나타나지 않는다. 일반적인 지하수에 비해 화학성분이 다량 함유돼 각 성분에 따라 다른 효능을 보이기도 한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유해물질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화산지대에 주로 분포하며 마그마 또는 지열로 덥혀진다. 한국은 화산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지열로 된 것이 대부분이다.

온천은 일반적으로 온도, 용출형태 등으로 분류한다. 서양에서는 20도 이상의 광천을 모두 온천이라 부르고 동아시아에선 25도보다 낮으면 냉천, 25~34도는 미온천, 42도 이상은 고온천으로 구분한다. 용출형태에 따라 용천과 간헐천으로 나누는데 용천은 계속 분출되고 간헐천은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나온다. 간헐천은 뜨거운 암석층의 영향으로 증기의 압력에 의해 지하수가 위로 솟아오르는 온천이다. 수온이 너무 높아 직접 들어가면 안된다.

단순천은 국내에 가장 많이 분포한 온천으로 이렇다할 주성분은 없지만 미량의 특이성분으로는 유리탄산이 꼽힌다. 수질이 부드럽고 몸에 자극이 적어 고령자에게 적합하다. 신경통, 피부질환, 부인병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이천온천, 유성온천, 덕구온천, 척산온천, 온양온천 등이 있다.

유황온천은 흰빛을 띄고 있으며 물에서 유황 특유의 달걀 썩는 듯한 냄새가 나는게 특징이다. 1㎏당 2㎎ 이상의 유황이 함유돼 피부·순환계질환 개선에 좋다. 비누를 사용해도 거품이 일지 않고 은제품은 화학작용을 일으켜 색이 까맣게 변한다. 관절, 말초모세혈관, 관상동맥 등을 확장시켜 관련 질환을 완화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침전물은 ‘온천의 꽃’이라고 해서 입욕제로 사용된다. 부곡온천, 도고온천, 백암온천이 유명하며 남한보다는 북한에 더 많이 분포돼있다.

식염천은 소금과 같이 짠맛이 나고 입욕하면 염분이 피부에 붙어 땀의 증발을 막아 목욕 후에도 몸이 지속적으로 따뜻해진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열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신경통, 근육통, 관절통 등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위장의 탕으로 음료용으로도 자주 쓰이는데 과도한 음용은 생리학적, 위생적인 면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탄산천은 고혈압탕, 심장탕 등으로 불린다. 주성분인 탄산가스는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와 심장의 부담을 덜어준다. 물을 마시면 위장활동이 왕성해지며 식후에 마시면 복부의 압박감, 팽만감을 줄여준다. 빈혈, 변비, 동맥경화, 불면증, 방광염 등에 효과적이다. 온양온천이 대표적이다.

산성천은 온천수 1㎏ 중 1㎎의 수소이온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무색 또는 약한 황갈색을 띄며 입에 머금어보면 신맛이 난다. 탕에 들어가면 따끔따끔하게 자극이 느껴진다. 피부가 과민하거나 살갗이 약한 사람은 피부염이 일어나기 쉽다. 성인형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증상 회복에 유효하다는 연구가 있다. 이는 피부증상을 악화시키는 인자 중 하나인 황색포도구균에 대한 살균작용 때문이다.

온천욕도 정도가 지나치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심뇌혈관계 질환을 가진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열탕에 들어가는 순간 피부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상승되기 때문이다. 장시간 입욕하면 혈관이 확장돼 오히려 혈압이 떨어진다. 급하게 탕에서 나오면 뇌빈혈이 유발될 수 있어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 악성종양, 신부전, 초기 및 말기 임산부 등은 온천욕을 피하는게 좋다.

나경원 울산자생한방병원 의무원장은 “고혈압, 저혈압, 빈혈 등 심뇌혈관계 환자는 열탕에 오랜시간 있거나 곧바로 냉수마찰 및 냉탕에 들어가는 목욕법은 삼가야 한다”며 “입욕은 체온과 비슷한 36~37도 정도의 탕에서 시작해 서서히 뜨거운 탕으로 옮겨가는게 좋다”고 말했다.

온천의 효능, 효과 등은 과거부터 경험으로 전해져 온 것이 많기 때문에 의학·과학적 근거가 적은 경우가 많다. 온천 내 함유 성분의 효능을 과신해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해 온천의 종류와 입욕법 등을 결정하는게 좋다. 또 식사 전후나 음주 뒤에는 입욕을 피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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