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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여대생 성형사망 … 예뻐지려면 ‘턱 쳐야한다?’ 안면윤곽수술 주의보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12-22 15:02:54
  • 수정 2014-12-24 18: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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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초 치료방법이 위험부담 안고 있어 … 구강악안면외과에서도 수술하는 데 문제 없어

개원가 추산에 따르면 안면윤곽수술은 한해 전국적으로 약 5000건 정도 이뤄져 쌍꺼풀·코성형·지방흡입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턱부터 좀 쳐야겠다.” 흔히 여성들이 자신의 얼굴형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쉽게 내뱉는 말이다. 하지만 안면윤곽수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 W 모 성형외과에서 4시간에 걸쳐 광대뼈수술·턱수술을 받은 뒤 의식을 잃은 여대생 정모 씨(21)가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정 씨는 수술받다가 혈압이 떨어져 회복실에 옮겨졌지만 숨지고 말았다. 피해 여대생은 수술 전후사진 모델이 되는 조건으로 1000만원 수준의 수술비를 지원받아 수술대에 오른 상황이었다.

이 병원은 강남 지역에서 알아주는 대형 성형외과 중 하나다. 안전에 대한 중요성과 성형외과·치과 협진으로 더욱 드라마틱하고 안전하게 예뻐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던 곳이다. 정밀 검진시스템,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심폐소생기·윤상갑절개술 키트, 무정전 전원공급장치 등 기본적인 대책이 모두 갖춰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사고가 난 것이다.

이번 수술을 집도한 것은 A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38)다. 일부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만 턱뼈수술을 집도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구강악안면외과에서도 얼굴뼈를 다룰 수 있어 문제될 게 없다. 구강악안면외과는 구강암·양성종양 등 병적 질환을 치료하고, 주걱턱·무턱·안면비대칭·사각턱·광대뼈 수술 등 안면윤곽술까지 시행한다. 안면윤곽수술은 광대뼈·사각턱·양악수술 등 뼈를 교정해 얼굴형을 개선하는 수술 전반을 가리킨다.

안면윤곽수술 자체를 ‘얼굴 작아지는 수술’로 쉽게 생각하는 분위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안면윤곽수술은 애초에 ‘리스크’를 안고 가는 위험한 수술이다. 최근 얼굴형이 미인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턱을 쳐야겠다’는 무지막지한 발언을 서슴찮는 여성이 흔하다. 지하철 광고·온라인 커뮤니티·방송 등 주변에서 많이 보이니까 그만큼 익숙해지고, 눈에 익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요즘엔 얼굴이 작은데서 그치지 않고 턱이 갸름하고 짧은 동안형이 선호되면서 안면윤곽수술에 대한 욕구는 더욱 높아진다. 하관이 다소 긴 편인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에게 수술 비포애프터 사진은 마법처럼 느껴져 자꾸만 현혹되게 만든다.

양병은 한림대 성심병원 구강외과 교수는 “안면윤곽수술은 본래 미용목적이 아닌 치료를 목적으로 위험의 부담을 안고 나서는 것”이라며 “단순히 미용목적의 무분별한 수술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컨대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는 환자 중에는 이물림이 정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광대뼈가 너무 튀어나와서 보기 싫다’, ‘사각턱이 촌스러워 보인다’, ‘턱끝이 뭉툭하다’, ‘하관이 외모를 결정짓는다’며 돈만 있으면 턱부터 손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도 쉽게 수 있다. 몇몇 연예인들이 양악수술이나 안면윤곽수술 사실을 공개하면 ‘누가 봐도 양악한 얼굴같네’라고 욕하면서도 ‘나는 그렇지 않겠지’하는 환상만 커진다.

개원가 추산에 따르면 안면윤곽수술은 한해 전국적으로 약 5000건 정도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쌍꺼풀수술, 코성형수술, 지방흡입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돈이 된다. 안면윤곽수술을 시행하는 병원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 안면윤곽술에 ‘쁘띠’‘미니’‘퀵’ 등의 접두사를 붙여 빠르고 간편한 수술이며 그리 큰 수술이 아니라는 광고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조금만 고생하면 드라마틱하게 예뻐진다’는 메시지는 ‘꿈의 성형’으로 여기게 만든다. 게다가 의사들은 ‘안전대비만 철저히 돼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설득한다. 심지어 2~3일 뒤에는 회사·학교 등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복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결코 만만한 수술이 아니다. 뼈를 건드리는 만큼 2~3일만에 일상생활로 복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사각턱으로 고민하던 여대생 김모 씨(23)는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앞두고 안면윤곽수술을 감행했다. 여느 여성처럼 ‘턱을 쳐야 예뻐진다’고 생각해 콤플렉스를 개선하고 싶었다.

병원에선 금방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수술 후 한달 가까이 무지막지하게 부어 있어 누가 봐도 ‘큰 수술’을 받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수술 사흘째에는 입술이 얼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부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큰 부기는 빠졌지만 정확한 결과를 보려면 적어도 1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괜히 속은 듯한 기분이다. 매일매일 셀카를 찍어 부기가 어느 정도 빠지고 있나 들여다보는 게 요즘의 일상이다.

안면윤곽수술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수술이다. 안면부는 수많은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는 곳으로 안면윤곽수술은 자칫 출혈, 통증·감각이상, 안면신경손상, 부정교합, 청력이상, 저작(咀嚼)기능장애, 턱관절이상, 얼굴비대칭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후유증에 그치지 않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의료진이 수술 중 방심하면 안면의 정맥혈관을 터뜨릴 수 있다. 출혈이 경미한 경우 전기소작기로 정맥을 지혈하면 되지만 전문의가 당황하거나 경험이 적을 경우 출혈이 더 커지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낭패다.

양병은 교수는 “지혈이 잘 됐다고 생각해서 봉합 후 덮었는데 혈관이 잘 잡히지 않아 출혈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수술 중에 출혈이 기도를 막아 질식사를 유발할 수 있고, 양악수술시 위턱과 아래턱 사이의 기도 유지에 실패하면 목숨을 잃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유명 치대 악안면외과에서 세부 전문의 자격을 받다가 C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수년간 재직하다 2011년 일반치과로 개원한 O모 원장은 “병원 측에서 고수익을 노려 안면윤곽수술을 시행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종종 받았지만 수술 자체가 위험한 데다가 스태프 지원도 든든하지 않고 홍보가 미진해 환자가 찾아오지도 않아 결국 교수직을 그만 두게 됐다”며 “미용을 위해 턱을 너무 깎거나 후방으로 밀다보면 결국 씹는 기능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저하되고 발음이 어눌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술 중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모니터링을 잘 하고 있더라도 갑자기 혈압이 뚝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턱수술처럼 출혈이 많은 수술에선 심장운동을 억제함으로써 혈압 및 혈류량을 떨어뜨리는 베타차단제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적정 용량보다 베타차단제가 조금 더 투여되거나, 환자가 베타차단제에 대한 감수성이 높을 경우 갑작스럽게 심장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수술 중이 아닌 회복과정에서 심정지로 사망했다면 환자가 기존에 심장병이 있었는지, 의료진이 전신마취 전 이 같은 사항을 확인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조사 결과 고인이 특별한 심장질환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해당 병원으로부터 진료기록 등을 받아 수술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A 씨는 “수술 전 혈액, 소변, 엑스레이 검사 등에 이상이 없었고, 수술 중에도 특별히 문제될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의료진과 유족이 합의한 상태이나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과 의료과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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