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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떨어질 생각 없는 질염, ‘자가치료’ 괜찮을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12-12 19:50:24
  • 수정 2014-12-15 17: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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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인균 달라도 나타나는 증상 비슷해 … 정확한 문제점 찾아 치료해야 재발 막아

질염은 보통 질 내부 균형이 무너지면서 박테리아· 바이러스·곰팡이균이 증식해 생긴다.

여대생 양모 씨(24)는 3년 전 시작된 질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아랫도리가 가렵고, 꽉 끼는 스키니진을 입는 날에는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더니 어느새 고질적인 질염으로  굳어버렸다. 아무리 샤워할 때 신경써서 씻어도 그때 뿐이다. 괜히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냄새를 풍기지는 않을까 위축감이 든다. 결국 몇번을 미루다 산부인과를 찾아 ‘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질염은 ‘여성의 감기’로 불릴 정도로 흔하지만 쉽게 드러내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보통 질 내부 균형이 무너지면서 박테리아· 바이러스·곰팡이균이 증식해 생긴다. 습한 여름에만 빈번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레깅스, 스키니진, 레이스속옷 등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옷을 입는다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발병한다.

질염에 노출되면 질 주위 및 외음부가 가렵고 따끔따끔하거나, 질 분비물이 증가하거나, 배뇨시 동통 및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분비물이 늘어나며 악취를 풍긴다.

무엇보다도 재발이 잦은 게 문제다. 치료 후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다시 기승을 부려 신경쓰이게 만든다. 심승혁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질염으로 치료받은 여성의 50%는 1년 이내에 재발될 정도”라며 “임신 여부, 당뇨병 유무, 면역억제제나 항생제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해봐야 하며 성관계시 콘돔을 사용하면 재발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았는데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의와 상의한 뒤 질염치료제를 4~6개월 장기간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현주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골반 내 만성적인 염증이 있거나, 질내 항상성을 저해하는 병원균이 존재하거나, 당뇨·아토피 등 질환에 걸리면 질염이 초래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며 “ 질점막을 자극하는 세정제 등을 사용하는 외적 요인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화장품숍 일반 여성세정제, 자칫 질내 젖산균 희석시켜 질염 원인 되기도

질염을 자주 겪는 여성은 재발의 징조가 나타나면 ‘이번에도 또 질염이 왔구나’하고 직감한다. 이런 경우 자주 병원을 찾는 게 부담스러워 자가치료하는 사람도 적잖다. 가장 많이 찾는 게 ‘여성세정제’다. 최근엔 약국뿐만 아니라 일반 화장품숍에서도 여성세정제를 판매하고 있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심승혁 교수는 “화장품숍에서 판매되는 여성세정제는 보통 질내 산도를 낮춰주는 성분이 주가 된다”며 “이는 급성·만성 질염엔 모두 치료효과를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 일반 세정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질내 정상세균총인 ‘젖산균’을 희석시켜 오히려 질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고 원장도 “질내는 약산성인 점막의 적정 산도, 상재균의 균형에 의해 항상성이 유지되고 있다”며 “질내 세척은 필요시 병원에서 처방받은 저자극 성분의 약산성 제품으로 주 1~2회 이내 소량 사용하는 게 좋다”며 “감염이 확인되거나 상처, 가려움이 유발된다면 사용을 중지하라”고 조언했다.

질염 일으키는 원인균 다양 … 질정·연고 등 자가치료 의존해선 곤란

질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다양하지만 가려움증, 배뇨통 등 증상은 비슷하다. 원인균에 따라 세균성 질염, 트리코모나스(Trichomonas) 질염, 칸디다성 (candidiasis, 진균) 질염등으로 분류된다. 심 교수는 “질염을 일으키는 균이 다르더라도 가려움증, 냄새를 동반한 질분비물이 나타나는 등 증상이 비슷해 스스로 약국에서 질정이나 연고를 구입해 사용하는 여성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원인균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므로 자가치료를 한다고 해서 큰 개선효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냉 검사, 산성도 측정, 도말검사(세균을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법) 등으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고현주 원장은 “정기적인 부인과 진료가 이뤄진다는 조건 하에, 2일간 자가치료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으면 의사의 진료처방을 구해야 한다”며 “특히 질염의 증상은 자궁경부 또는 자궁내막의 다른 질환에 의해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어 자가치료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솔깃해지는’ 민간요법 … 유산균 복용·브라질리언 왁싱 도움될까

질염을 달고 살다보면 민간요법에 빠삭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근 여성 커뮤니티에서 질염을 관리하는 데 인기를 끄는 게 ‘유산균 섭취’와 ‘브라질리언 왁싱’이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음모·회음부·항문의 털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왁스제를 녹여 제모를 원하는 곳에 바른 뒤 패치 등을 붙여 빠르게 떼어낸다. 월경시 생리혈이 음모에 묻는 불편함, 성기 및 항문 부위의 기생충 및 세균감염을 방지해 음부 위생관리, 가려움증 방지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자주 질염을 겪는 여성은 한번쯤 혹하게 된다.

고현주 원장은 “질염은 질 주변이 습한 경우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므로 외음부 제모가 가려움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시술 전후 제균과 보습이 문제가 되면 오히려 가려움증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 피부에 가해지는 자극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도구를 쓰면 모낭염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피부 상태에 따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염에 ‘유산균이 좋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세균성 질염은 질내 산도를 유지시키는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가 없어지고 대신 가드네넬라(Gardnerella) 등 유해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감염증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세균성 질염에 노출되면 나쁜 균은 100~1000배 증식하고, 좋은 균인 질내 유산균이 점점 사라진다. 유산균제품,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섭취해 다시 좋은 유산균을 채워 질염을 극복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고현주 원장은 “항생제 연관 설사의 예방으로 잘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은 세균성 질염의 완치와 재발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이는 아토피로 인한 질외음부염에도 개선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유산균이 함유된 요구르트나 프로바이오틱스제재를 복용했을 때 질염을 예방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는 미미하다. 심승혁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제에 함유된 젖산균의 종류나 성분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경구복용이나 경질적용에 대한 근거(먹고 바르는 것의 효과 입증자료)가 마련돼있지 않았다”며 “이들 제품만 맹신해선 안 되고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 근본적으로 재발 원인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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