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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vs중소병원 전쟁터된 서울 서북부, 공멸인가 상생인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12-05 19:42:50
  • 수정 2014-12-12 12: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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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구성심병원 222병상 불과, 지역주민 불편 커 … 건강검진료 주 수입원인 내과의원 타격 클듯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조감도(위쪽)·청구성심병원

지난 3일 개최된 가톨릭중앙의료원 은평성모병원의 기공식을 바라보는 인근 중소병원들의 기분은 착잡하기만 하다. 서울시 은평구에 800병상 규모의 대형 상급종합병원이 들어서면 환자 수가 줄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상황이 더 악화되는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검진료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내과 의원들은 아예 병원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은  2만1611.6㎡ 부지에 총 800병상 규모로 2017년 12월에 완공돼 2018년 5월에 개원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은 청구성심병원이다. 1977년 설립 후 약 40년간 은평구민의 건강을 책임져왔지만 총 병상수가 222병상에 불과해 다른 지역보다 주거인구가 많은 이 지역의 의료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게다가 2008년 발생한 노조 탄압사건은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 병원 설립으로 그나마 있던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마저 사라지면 병원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평구 갈현동에서 개인의원을 운영 중인 L 원장은 “진관동에 대학병원이 들어오면 청구성심병원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노년층이 많은 지역 여건과 낮은 수가 등 문제를 고려할 때 정형외과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게 해법이지만 이마저도 척추·관절치료를 주력으로 하는 참튼튼병원(녹번동)과 힘찬병원(역촌동)이 이미 은평구에 진출한 상황이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청구성심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병원들도 상황은 좋지 않다. 특히 건강검진료가 의료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내과의원들의 고민이 깊다. 불광역 근처 내과 의원 원장인 S모 씨는 “속단할 수는 없지만 건강검진 환자의 절반 이상이 새 병원으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결국 얼마 남지 않은 환자를 두고 중소병원들의 경쟁만 치열해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병원들이 대형병원간 진검 승부의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L 원장은 “북서쪽엔 명지병원·동국대 일산병원·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일산백병원이, 남동쪽엔 세브란스병원 있고 이젠 은평구 한복판에도 은평성모병원이 들어서게 된다”며 “결국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구(區)내 3차 의료기관이 없어 많은 불편함을 겪어왔던 은평구 주민들은 새 병원 건립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당뇨병성 신장병으로 하루에 4번씩 투석을 받고 있는 은평구 진관동의 이모 씨(54)는 “5년 전 세브란스병원에서 당뇨병성 신장병을 진단받은 뒤 한달에 4번씩 병원을 찾고 있는데 먼 거리를 다니는 게 쉽지 않다”며 “바로 집 근처에 대학병원이 들어서면 진료받기에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만족했다.

그동안 은평구에 거주하는 중증·난치성질환 환자는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이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까지 가야 했지만 거리가 10㎞ 정도 떨어져 30~40분이 소요됐다. 이처럼 열악한 의료환경은 은평구가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돼왔던 이유 중 하나다.

은평성모병원이 들어서면 상주인구는 의료진을 포함한 병원 관계자 2500여명, 하루 유동인구는 1만2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침체됐던 은평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새 병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주변 부동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때 ‘미분양 천국’으로 불렸던 서울 진관동 은평뉴타운과 인근 오피스텔 등의 분양률은 눈에 띄게 상승했으며, 서울시 SH공사가 뉴타운 인근에 조성 중인 한옥마을 용지 155곳도 모두 판매됐다.

의료원 관계자는 “은평성모병원 건립은 최근 진행된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며 “그만큼 학교 법인 측에서 큰 관심을 갖고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병원은 인근 중소병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첨단IT기기를 통해 환자 전원 등에서 협력함으로써 상생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재정난’, ‘비상경영’을 외치던 대형병원들이 너도나도 새 병원 설립, 암 병원 증축 등 양적 확장에 나서고 있다”며 “대형병원의 무리한 확장은 환자쏠림 현상을 가속화해 1차 의료기관들을 고사시키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려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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