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자제약이 자사 항암제 ‘잴코리’의 급여평가를 앞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급평위) 소속 위원에 문자를 발송해 만남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해당 제품의 안건 상정이 보류됐다. 시민사회단체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이 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는 지난 1일 급평위에 참여하는 위원에게 자사의 제품인 잴코리가 상정될 예정이니 사전에 찾아가 설명을 하고 싶다는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13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부의하려던 화이자의 잴코리캡슐 급여화 안건과 관련해 위원 명단 외부 유출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 중에 있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금번 급평위에 해당 안건 상정을 보류했으며, 공정성 확보를 위해 관련 규정 정비 등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4일 밝혔다. 

이에 한국화이자는 잴코리 로비와 관련해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된 명단을 확보하고 실무자가 자료 설명 기회를 모색한 것이라며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의 성명 발표에 대한 한국화이자제약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4일 저녁 배포, 해명에 나섰다. 

화이자는 “담당자는 급평위 평가 결과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어떠한 의도를 갖거나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최종 참석자 명단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그간 언론을 통해 공개된 급평위 명단을 바탕으로 해당 제품의 임상적 유용성 및 비용 효과성 자료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한 것”이라고 밝혔다.

급평위는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을 근거로 판단하는 위원회로, 의사 등 전문가 단체와 건강보험가입자단체, 소비자 단체의 추천을 받은 52명의 위원들의 인력풀제로 구성해 무작위로 뽑은 21명의 위원이 참석한다. 위원 명단은 공개되지 않으며 해당 회차의 위원 참석여부는 회의 2주일 전에 알려주고 회의 안건은 1주일 전에 참석위원들에게 송부돼 대외비로 진행된다.

한 외자사 대관업무 담당자는 “외국계제약사의 법률준수에 관한 내부 규정은 법보다 더 까다롭기 때문에 담당자가 일부러 그럴 리 없다”며 “로비를 할 비용도 없는 담당직원이 일을 잘해보겠다는 마음에 한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