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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필러 시술의 허실, 정밀 해부한다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12-03 17:08:43
  • 수정 2015-03-16 14: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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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콧대 높이는 용도는 ‘오프라벨 처방’ … 눈 주위 시술시 주입압력 높으면 ‘실명’ 위험

어떤 미용시술이든 영구적 장애가 생기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원칙을 고수해야 하며, 합병증 없이 안전히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의사나 환자 모두 필러 시술을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

필러시술, 1년은 간다더니 1주일도 안돼 감쪽같이 사라져

지난해 친한 친구인 이모 씨(26)가 ‘필러 시술을 받으려고 하는데 혼자 가기는 무섭다’는 말에 함께 병원을 찾았다. 코끝 모양은 세련됐지만 다소 아쉬운 콧대를 높이기 위해 필러 시술 중 가장 흔히 이뤄지는 ‘코필러’를 받기로 결정했다.
 
병원에선 상담실장이 나와 어떤 제품으로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받는 시술인데다 이왕이면 좋은 제품으로 하자는 생각에 가장 고가의 외국산 히알루론산 제품을 골랐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녹일 수 있고, 지속기간도 1년 정도로 무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코 전체에 필러를 넣는 줄 알았지만, 의사는 이 씨에게 콧등 위·아래 중 어느 부위에 맞겠냐고 물었다. 당황한 이 씨는 ‘코 전체에 맞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의사는 ‘그러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콧대 위에만 필러를 채워 넣기로 했고, 10분 뒤 진료실 밖으로 나온 친구의 코는 약간 부은 듯 붉어져 있었다.
 
필러를 선호하는 것은 수술하지 않고도 ‘시술 전후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씨의 코는 그대로였다. 어디서 벌레에 물려 살짝 부은 듯 보였다. 살짝 매끄러워진 라인이 변화라면 변화였다. 심지어는 1주일 뒤 이 씨를 만났을 땐 필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씨는 “다시는 필러를 맞지 않겠다”고 속상해했다.
 
짧은 유지기간 더 줄이는 데 ‘의사의 테크닉’도 한몫
 
필러 전성시대다. 동안 붐으로 ‘베이비페이스’가 미녀의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너도나도 쉽게 필러 시술을 결정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게 피부 속에 존재하는 다당류의 하나인 ‘히알루론산’을 주성분으로 하는 히알루론산 필러다. 인체에 함유된 성분이고 생체 분해되므로 피부 속에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스웨덴의 ‘레스틸렌’으로 1996년 처음 히알루론산 필러를 선보였다. 이밖에 미국의 ‘쥬비덤’, 프랑스의 ‘퍼펙타’, 한국의 ‘이브아르’ 등을 들 수 있다.
 
체내 성분과 비슷한 물질을 활용해 안전하지만 짧은 유지기간이 단점이다. 이 필러의 유지기간은 보통 10개월~1년 정도이다. 하지만 필러를 맞고 짧게는 며칠만에, 길게는 6개월만에 ‘이미 녹아 없어졌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적잖다. 이 씨도 “필러가 대중화되다보니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유지기간이 과장 광고된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필러는 리터치가 필수’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1년에 한번도 아니고 3개월에 한번씩 일정 비용을 들이기에는 다소 부담이 된다.
 
서인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히알루론산 필러의 유지기간은 10개월 안팎으로 볼 수 있지만, 지속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정확한 부위에 주입했느냐의 문제”라며 “단순히 주사를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필러 관련 제약업체 관계자의 대부분은 “필러는 시술법이 정형화됐고 실력이 아주 뒤지지만 않으면 효과도 비슷하다”고 주장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서 교수는 “히알루론산 필러는 분자 크기에 따라 주사되는 피부층이 달라야 한다”며 “예컨대 필러제 입자 크기에 따라 지방층이나 진피층 중 올바른 곳에 놓여져야 하고 이를 잘 파악해 주사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굵은 입자의 필러는 지방층에 주입돼 무턱개선, 코성형, 안면볼륨증대에 활용되는 게 바람직하다. 입자 굵기가 중간인 것은 진피 중간층에 주입해 일반적인 주름제거와 입술확대시술에 쓴다. 이처럼 특정 제품을 특정 피부층에 넣는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의사의 시술이 둔감하거나, 필러가 저급해 입자 자체가 균일하지 않으면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필러가 1주일만에 사라지기도 한다는 의미다.
 
필러 시술이 대중화되고 박리다매 시술이 성행되면서 아무래도 미숙한 의사들이 ‘돈벌이가 되는’ 필러시술에 나서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속력은 짧아지게 되는 것이다.
 
콧대 높이는 것은 ‘오프라벨 처방’ … 원래는 주름 개선용도

국내서 필러를 활용한 성형 중 가장 보편적인 게 ‘코성형’이다. 낮은 콧대에 필러제를 주입해 높일 수 있어 많이 찾는다. 하지만 필러는 엄밀히 말하면 ‘코성형용’으로 허가받은 게 아니다. 서인석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필러를 입가주름, 이마주름, 패인 볼 등 주름개선 용도로 허가했다”며 “국내서 많이 이뤄지는 코, 애굣살, 이마나 뺨 등 단순 안면볼륨 등을 채워주는 것은 일종의 ‘오프라벨’ 처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코끝에 필러를 주입하는 것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여러 신경혈관이 모여있는 만큼 잘못 주입되면 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프라벨 처방은 의약품을 허가한 용도 이외의 적응증에 처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허가사항에는 없지만 의사의 임상이나 경험적 판단에 따라 재량껏 처방하는 것이다. 오프라벨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경우 약이 될 수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충분한 임상근거가 부족해 독이 될 수 있다.

필러를 익숙하게 시술하는 유명 전문의도 지인이나 연예인에게 무료 시술할 경우에는 필러를 이용한 코성형을 권유하지 않는다. 필러만으로 코 모양을 제대로 연출하기 어려운 데다가 가격 대비 효과가 없어서다. 하지만 그밖의 다른 사람에게는 필러 코성형은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없고, 시술한 코 모양이 자연스러우며, 정기적인 시술로 멋있는 코 모양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유도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반영구 필러,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짧은 유지기간 탓에 히알루론산 필러 대신 ‘반영구 필러’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PMMA(polymethylmethacrylate, 인조뼈성분) 필러로 대표적인 게 ‘아테콜’이다. 한번 시술받으면 10~15년 정도 유지기간을 보인다. 히알루론산 필러와 달리 뼈 바로 위에 주입된다. 성분이 피부 속에서 콜라겐 생성을 촉진시키며, 인체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1994년 독일의 렘펠 박사가 개발했으나 아직까지 시장에서 널리 확산되지 않았다. 면역반응이 상대적으로 강해서다. 간혹 피부가 붉어지거나, 발열감이 나타나고, 육아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시술 후 바로 나타나거나 몇 년 뒤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스테로이드계 일종인 코티손으로 간단히 치료할 수는 있지만 회복속도는 느린 편이라 마음이 조급해진다.
 
또 반영구 필러인 만큼 한번 주입되면 제거나 모양 변형이 자유롭지 못한 것도 유의해야 한다. 히알루론산 필러는 충전 후 모양을 잘못 잡았거나 부작용이 생겼을 경우 ‘히알라제’라는 효소제를 주사해 필러를 녹인다.
하지만 아테콜은 스테로이드로 모양을 미소하게 교정하는데 그친다. 자칫 스테로이드 과다 사용으로 피부가 일시적으로 함몰되기도 한다. 필요한 경우 작은 캐뉼라로 내용물을 제거해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복잡하고 완벽하지는 못하다.

아테콜의 ‘오랜 유지기간’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은 “반영구 필러를 일절 쓰지 않고 히알루론산 필러를 선호한다”며 “아테콜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라고 단정했다. 이어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 마련인데, 20~30년 안에 시술 후 결과에 대한 마음이 바뀌지 않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필러시술을 결정한다는 것은 보형물 성형의 번거로움과 혹시나 있을 보형물 제거의 부담감이 싫어서인데, 아테콜은 수술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피부 노화도 고려해야 한다. 서구일 원장은 “나이를 먹을수록 피부는 처지기 마련”이라며 “시술 후 수년이 흘러 다른 피부는 축 처져있는데 PMMA필러를 맞은 부위만 동동 떠 있으면 얼굴 전체 이미지와 따로 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테콜 등 PMMA필러는 시술에 앞서 더욱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각보다 쉽게 주사되지 않아 압력조절 어려워 … 한꺼번에 밀려나오면 혈관 막아 실명·피부괴사

최근엔 필러 시술에 대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많이 받는 만큼 부작용도 함께 늘어나기 마련이다. 가장 화제가 된 게 ‘실명 문제’다. 단순히 필러가 혈관을 막아서 생긴다고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인석 교수는 이런 문제의 주원인으로 ‘주사를 놓을 때의 힘조절 미숙’을 지목했다.

그는 “필러제는 점성제라서 쉽게 주사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필러를 균일하게 주입하려면 손가락의 압력을 잘 조절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주사기 안에서 버티는 필러의 압력을 누르려고 자칫 강한 힘을 줄 때에는 필러제가 한꺼번에 밀려들어가 안구 주변 혈관을 막고 괴사를 일으킬 수 있으며, 관련 시신경의 손상을 초래해 심한 경우에는 실명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필러제 입자가 아무리 굵어도 모세혈관보다 가늘기 때문에 이런 위험은 항상 잠재돼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필러제를 많이 다뤄봐 균일하게 주사하는 노하우를 가진 사람에게 시술받아야 안전하다는 의미다. 특히 PMMA필러는 더욱 점성이 높은 만큼 주입하는 게 더욱 어렵다.
 
서 원장은 “무엇보다도 소비자는 한번의 시술로 간단하고 영구적으로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시술은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어떤 미용시술이든 영구적 장애가 생기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원칙을 고수해야 하며, 합병증 없이 안전히 이뤄져야 한다”며 “의사나 환자 모두 필러 시술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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