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유바외과 원장이 유방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하며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흔히 선진국형 암으로 알려져 국내선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최근엔 라이프스타일이 서구화되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은 편이다. 미국·유럽 등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95%가 40대 이후인 반면 한국은 20~40대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전체 환자의 60% 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최근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아모레퍼시픽, 에스티로더 등 화장품회사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자가진단법 등을 알려주는 등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이재창 의정부 유바외과 원장은 “유방암은 사실 2기까지 아무 증상이 없는 무증상이 증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자가진단에서 주로 설명하는 가슴에 혹, 멍울, 유두함몰, 염증 등이 나타난 경우 안타깝지만 3기 이상의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률이 높은 만큼 일정 주기로 검진하고 생활패턴을 바꾼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임기 여성이 가슴건강을 지키기 위해 개선해야 할 생활습관 및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재창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빨라지는 초경, 늦춰지는 폐경 … 임신·수유는 저조 이 원장은 “최근 젊은 여성에게 유방암을 일으키는 것은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유방암은 아직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될수록’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현상이 월경이다. 생리를 오래 겪을수록 에스트로겐에 자주 노출된다. 최근엔 평균 초경나이가 11.98세로 어머니 세대인 14.41세보다 이르다. 영양 상태가 좋아져서 초경은 빨라지고 폐경은 늦어진다. 임신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폐경을 50세로 잡으면 평생 468번의 월경을 거치며 468번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셈이다. 임신하면 생리가 없어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덜 받게 된다. 모유수유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엔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여성이 늘면서 임신하지 않는 사람도 적잖다”며 “ 과거와 달리 초경이 점점 빨라지는 등 여성의 생리 패턴이 달라진데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현실을 감안해 봤을 때 가임기 여성의 발병률이 높아질 확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말했다.
호르몬치료제, 논란의 여지 있지만 분명 ‘영향 끼친다’
여성은 임신을 막거나 갱년기장애를 지연시켜 좀더 오래 젊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스스로 호르몬을 조절하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여성도 주체적으로 성을 즐겨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피임약을 복용하는 비율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기 않기 위해 피임하기도 한다.
피임약은 정상적인 여성이 임신을 피하도록 돕는 합성여성호르몬제다. 제품에 따라 성분·함량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여포호르몬(에스트로겐),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 두가지를 흉내내 합성한 것이다.
이를 오래 복용하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유방암의 발병 인자가 ‘여성호르몬’인 만큼 임의로 복용 기간을 정하지 말고 산부인과 지시에 충분히 따라야 한다.
나이가 들어 갱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호르몬치료를 결정해야 할 때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재창 원장은 “유방에 혹이 있는데 호르몬치료를 받으면 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생긴다”며 “호르몬치료에 앞서 유방외과 등을 찾아 사전 검사후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정의학과나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치료에 앞서 유방외과로 환자를 보내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검사 결과 유방암이 아니더라도 양성종양 등 혹이 있다면 맘모톰 등으로 제거한다. 이후 큰 문제가 없으면 호르몬치료를 시행한다. 이런 경우 1년에 한번은 종양 여부를 체크해야 암 발병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여성호르몬을 활용한 치료는 미미하지만 유방암 발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의사와 충분히 상담해 결정하는 게 필수다.
야근·술자리 등 낮밤없이 바쁜생활 … 과도한 육식·고지방식에 ‘아픈 가슴’
최근 학술지 ‘직업환경보건국제아카이브’는 유방암 발병의 원인으로 ‘일주리듬 교란’을 꼽았다. 일주리듬은 24시간 주기로 생체시계가 반응해 나타나는 생리적 패턴으로, 해가 뜨고 지는 외부환경 변화에 크게 의존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밤늦게 야근하거나,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잦은 해외출장 등 시차에 적응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할수록 유방암에 노출될 확률이 높았다. 학술지에선 ‘교대근무를 하는 직업을 갖는 여성의 경우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이 10년마다 16%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식생활도 한몫한다. 동물성 지방은 에스트로겐 활성화를 돕는다. 이재창 원장은 “여성호르몬은 난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만들어진다”며 “결국 고지방식을 많이 찾은 사람은 에스트로겐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마른 사람보다 살이 찐 사람에서 유방암이 발병될 확률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식물성 지방, 오메가3지방산 등 양질의 지방은 오히려 가슴건강에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가슴성형, 가슴건강 생각한다면 오히려 ‘보형물 성형’
아름다운 몸매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면서 가슴성형을 감행하는 여성이 적잖다. 정확한 통계는 추산되지 않지만 강남 성형외과 일대에서는 눈·코 성형만큼 자주 이뤄지는 게 ‘가슴성형’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게 성형수술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자가지방이식’으로 가슴을 성형하는 여성이 적잖다. 자신의 허벅지, 복부 등에서 지방을 채취한 뒤 이를 가슴에 이식하는 것이다. 간혹 필러를 쓰기도 하며, 이를 시행하는 성형외과에서는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아 안전하다’는 것을 표방한다.
하지만 가슴건강을 생각한다면 수술법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재창 원장은 “가슴성형을 결심한 사람 중 많은 여성은 가슴건강을 생각한다며 보형물수술을 기피하는데, 오히려 보형물은 유방암 발병과 관계가 없고 가장 안전하다”며 “예컨대 가슴에서 터져도 보형물 속 내용물이 누수되는 양이 많지 않고, 해롭지 않은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필러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연구 결과는 없지만 화학성분인 만큼 종양을 발생시킬 확률이 높다. 이 원장은 “주입된 필러는 암검진시 종양과 구분하기 어렵고, 체내에 흡수되도 마찬가지”라며 “유방암 검사에 방해가 되므로 되도록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야매’로 가슴에 필러시술을 받은 사람 중에는 필러제가 돌처럼 굳어 딱딱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20여년 전에는 아예 파라핀을 주입하기도 했는데, 가슴 초음파시 아예 뿌옇게 내부가 보이지 않고, 그 자체가 발암물질이다.
자가지방이식도 가슴검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원장은 “지방이식으로 가슴확대수술을 받았다면 검진 전에 반드시 의사에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지방이 가슴 속에서 뭉치면 양성종양으로 구분하기 어려운데 이를 완벽하게 판별하려면 맘모톰을 이용해 조직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상당수에서 양성종양이 아닌 지방덩어리로 판명된다.
그는 이어 “지방이식을 받으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여기는데, 간혹 생착되지 못한 지방층이 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몸속에 그대로 남으면 단단하게 굳어져 ‘석회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석회화는 그 자체로 암의 초기단계로도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슴확대술을 받기로 결정했다면 무엇보다도 사전 검진이 필수다. 이재창 원장은 “만약 수술 이후 종양이 발견됐다면 이를 건드리지 않고 제거하는 게 어려운 만큼 미리 검진해 문제를 해결하고 수술받아야 한다”며 “보형물 삽입 후 이를 제거하려면 보형물 제거비용이 따로 청구되는 것은 물론 가슴확대 재수술을 받아야 하므로 번거롭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확률이 높고, 젊은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30대에 접어들면서 1년에 1회 정도 검진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는 모계질환이므로 어머니, 외할머니, 이모, 자매 등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평소 검진에 더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