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수술시 고무줄로 절단면을 고정시켜 놓은 모습

보통 수술엔 한명의 집도의와 두 명의 보조의사가 필요하다. 메스를 들고 있는 집도의를 대신해 시야와 절제 부위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세암병원 간암센터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무줄이 보조의사 한명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간은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로 무게는 약 1.5㎏이다. 크고 무겁기 때문에 간암수술을 할 때 절단면을 당기면서 메스로 절단해야 한다. 집도의가 메스를 들고 있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당기거나, 보조의사가 이를 대신한다.

집도의가 한 손으로 메스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절단면을 당기고 있을 때 출혈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조치가 늦을 수밖에 없다. 또 보조의사가 당길 때에도 장시간 미동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 보조의사의 손이 집도의의 시야를 가리기도 한다.

하지만 고무줄로 절단면을 당기면 집도의의 손이 자유로워 긴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한다. 또 절단면을 같은 힘으로 지속적으로 당기고, 집도의의 시야를 가리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절단면을 당기는 용도 외에 간 뒷부분에 있는 종양을 앞 쪽으로 끌어당길 때에도 고무줄이 이용된다. 종양이 간의 뒷부분에 있어 앞 쪽에선 보이지 않을 때 종양이 있는 부위를 고무줄로 묶어 앞으로 끌어 당긴다.
고무줄을 이용하는 방법은 복강경 및 로봇수술에도 적용되고 있다.

최진섭 연세암병원 간암센터장(간담췌외과 교수)은 “당기는 부위와 힘의 정도에 따라 보통 2~3개의 고무줄을 사용한다”며 “고무줄은 일반 수술용 실과 달리 탄성이 있어 지속적으로 같은 힘을 주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꼭 대단한 발견이나 발명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물건도 지나치지 않는 안목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며 “수술방에 출입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감염이나 뜻하지 않은 사고의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수술 인원을 줄이는 일은 환자 안전의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