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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최원철 교수 ‘넥시아’, 기적의 항암제인가 희대의 사기극인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11-10 01:57:32
  • 수정 2014-11-24 17: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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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료효과 근거논문 대부분 세포실험 그쳐 … 임상 2상, 잠정 중단, 치료대상도 선별

옻 추출물 주성분 … 면역강화, 癌신생혈관억제로 항암효과 추정, 양방 잣대로만 보면 안돼

옺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한 한방항암제 ‘넥시아’를 개발한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전 강동경희대병원 통합암센터장)이 개발한 한방항암제 ‘넥시아(Nexia)’는 정말 기적의 암 치료제일까. 넥시아를 둘러싼 논란은 15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만한 임상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환자와 한의사들은 이 약의 항암효과를 맹신하고 있다. 이 약의 임상결과가 나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항암치료 시기를 놓쳐 버린 환자도 많다. 결국 보다못한 환자단체들이 직접 효과 검증에 나섰다.

환자단체연합은 지난 7일 “넥시아의 양방 항암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징스’의 임상시험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두 약의 임상적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검증위원회를 개설하고 넥시아 복용 후 5년 이상 장기생존 중인 말기 암 환자를 인터뷰해 결론을 내린 뒤 대한한의사협회·대한의사협회·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임상효과 검증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넥시아는 옻나무 진액을 이용해 만든 암 치료제로, 1996년 개발돼 이듬해부터 환자에게 처방되기 시작됐다. 원래 ‘Nexia Intervention Agent’로 불리는 한의학적 암치료 연구프로젝트의 명칭이었다가 자연스럽게 치료제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의료계는 이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왔으며, 이에 대해 한의사들은 직능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억지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문제는 의학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을 악용해 고가에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넥시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한 알 가격이 3만원에 달한다. 최소 1년 동안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고, 하루에 두 개씩 복용해야 하므로 한 해 약값만 약 2290만원이 소요된다. 중증 환자는 약값이 두배 더 소요돼 부담이 가중된다.

개발자인 최원철 교수는 원광대 한의대 출신으로 경희대에서 한의학 석·박사,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 대학원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인천에 한의원을 개원한 뒤 1994년 광혜원한방병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개원 초기엔 중풍과 당뇨병 치료에 집중하다가 1997년부터 암 치료에 눈을 돌려 자신만의 독특한 치료법을 환자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중 하나가 넥시아다. 최 교수 측은 2006년 발표된 이영작 한양대 석좌 교수의 연구보고서를 넥시아의 암 치료효과를 입증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당시 이 교수는 1997년 3월부터 2001년 5월까지 광혜원한방병원(설립자 최원철 교수)에서 넥시아로 치료받은 암환자 216명을 장기 추적관찰한 결과 114명(53%)이 5년 이상 생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 연구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통계 전문가가 설계한 전향적 연구를 실시한 게 아니라 광혜원한방병원의 환자 기록을 검토한 것에 불과하고 대조군조차 없다”며 “넥시아를 처방해 온 병원에서 제시한 환자 자료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데이터만 제시하거나 왜곡시킬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의사들은 “넥시아의 말기암 치료효과가 해외 학회지를 통해 총 13차례 걸쳐 검증됐는데도 유독 국내에서만 의사들이 한의학을 폄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은 대부분 세포실험 결과여서 임상적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세포실험은 어떤 물질의 효과와 작용기전을 밝히는 가장 기초적인 과정에 불과하다. 세포실험에 이어 동물실험을 거친 뒤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임상시험이 가능하다.

사람을 대상으로 넥시아의 치료효과를 입증한 임상논문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임상암학회는 “현재까지 발표된 넥시아의 임상논문은 산발적인 증례보고이거나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후향적 분석에 그치고 있다”며 “이 약이 항암제로 사용되려면 과학적·체계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암정보센터도 “넥시아의 치료효과를 입증할 만한 과학적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증을 고수하고 있다.

3년전 최 교수는 넥시아의 양약 버전인 ‘아징스75(AZINX75)’라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진행 중인 임상 2상 결과가 2012년에 나올 예정이라고 자신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치료효과를 검증할 만한 어떠한 연구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2011년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아징스75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강동경희대병원을 ‘무허가약 판매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임상시험 중인 아징스75를 넥시아라는 이름으로 불법 판매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9개월간에 공방 끝에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의료계는 “유통 과정의 문제만 무혐의일 뿐 넥시아의 유효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며 못 박았다.
이 사건은 최원철 교수와 강동경희대병원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실제로 최 교수는 2012년 10월 강동경희대병원을 떠나 단국대 특임부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의대가 없는 단국대가 최 교수를 영입한 사실은 의료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의 영입은 ‘넥시아나노암연구소 및 융합의료센터’라는 연구기관을 탄생시켰다. 지난 2월 개소한 이 연구소는 단국대 죽전캠퍼스내 치과병원 5~6층에 자리잡고 있으며 산하에 △생혈액 나노분석 연구부 △한약 연구부 △식의약 연구부 임상연구방법론 연구부 등을 뒀다. 

연구소 설립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당시 단국대 의대 교수들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단국대 관계자는 “학교 재단 측이 워낙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사안이라 의대 교수들이 대놓고 반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학재단 특성상 ‘재단 눈밖에 나면 끝장’이라는 인식이 강해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고, 반대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하나 주목할 점은 최 교수의 미국행 논란이다. 지난해 10월 최 교수는 “한국에서 암환자 치료를 접고, 미국으로 가 진료 및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시아 관련 연구를 지속하기엔 국내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게다가 당시 의사단체들의 반발로 넥시아나노암연구소 건설이 4개월간 중단되던 상황이었다. 의료계는 최 교수와 단국대가 의료계의 반발을 우려해 겉으로는 미국행을 추진 중인 것처럼 밝히고 비밀리에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 개원에 대해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국민의 건강에 책임이 있는 정부당국은 넥시아를 환자에게 써도 안전한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어느 정도인지, 효과는 있는지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며 “환자의 생명이 걸린 치료법을 검증도 받지 않은 채 사용하는 것은 의료윤리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엔 옻나무 성분의 특허권을 두고 분쟁이 벌어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넥시아를 처방 초제하고 있는 광혜원한방병원과 단국대에 특허침해 경고장을 발송했다.
이 기관은 1997년 8월 ‘항암, 기관분화유도, 암세포전이 혈관형성억제, 항산화 및 숙취해소 작용을 하는 옻나무 추출물의 제조법 및 이를 포함하는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특허청에 등록한 바 있다. 최근 넥시아의 성분을 분석해 이 특허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옻나무는 수천년 전부터 국내에서 한약재로 활용됐고, 식약처는 ‘대한민국약전의한약(생약)규격집’을 통해 한의사가 한방의료기관에서 처방 조제할 수 있는 한약재로 칠피(옻나무 껍질)와 건칠(옻나무 수액 말린 것)을 고시하고 있다”며 “산림과학원이 이들 약재의 사용 중지를 요청하는 것은 진료방해이자 투병 중인 말기암 환자에게 심리적인 압박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넥시아의 주성분은 옻이다. 세종대왕 명으로 편찬된 ‘향약집성방’에 수재된 이성환(二聖丸)이 모태다. 칠피(漆皮)와 건칠(乾漆)이 들어 있다. 체열치료로 유명한 김모 한의사는 자신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건칠을 법제(약독화)한 다음 생옻나무를 달여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우루시올(Urushiol)을 제거한 생칠과 혼합해 알약 형태로 만들어 쓰고 있다.

이성환은 예부터 발육부전이 있는 여성의 생리통, 남성의 원기부족과 아랫배 냉증과 복통에 사용했다. 다만 옻을 타는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넥시아에 정통한 김모 한의사는 “서양에서는 옻나무를 독나무라고 부르면서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을 정도이지만 면역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약효는 인삼이나 녹용에 못지 않다”며 “이성환은 체온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노화와 면역기능 저하로 인한 만성피로, 낭습(囊濕), 성기능저하, 질건조증, 냉증 등에 꾸준히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시아는 간단히 말하면 이성환의 원료 성분을 아세톤으로 추출해 양약처럼 만든 것이다. 이 약이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크게 암세포가 혈관을 뻗어가며 증식하는 혈관신생 과정 억제, 체온상승 등을 통한 면역력 강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방의 관점에서 암은 체온이 낮을 때 면역력이 떨어져 발생한다.

암을 본격적으로 치료하진 못해도 기(氣) 보강 및 면역력 강화를 통한 재발 방지나 말기암 환자의 통증 경감 등에는 꽤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상당수 한의사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최 교수의 경우 임상현장에서 기존 양방 항암치료 여부를 가리지 않고 넥시아를 처방해 진정한 넥시아만의 단일효과를 드러내기에 한계를 노출한 게 사실이다. 특히 일부 암환자의 증언에 따르면 최 교수가 모든 암환자를 다 수용한 게 아니라 췌장암 같은 난치성 암환자나 상태가 위중한 암환자는 가급적 받지 않는 정황이 드러난다. 넥시아의 효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치료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 치료했다는 것이다.

현재 최 교수를 옹호하는 환자단체의 회원 다수는 그로부터 약을 거의 공짜로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교수도 트러블 메이커로서 이런저런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자세다. 이를 두고 한 한의사는 “넥시아(이성환)가 분명히 암치료에 긍정적인 치료를 나타내지만 암의 다양성과 질병적 특성상 양방기준의 임상시험을 통과해 신약허가를 획득하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최 교수가 ‘여론몰이’를 통해 넥시아를 기존 한방약(우황청심원 등)처럼 경험칙에 의해 약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최 교수는 넥시아에 앞서 ‘파동의학(radionics)’과 ‘파루템(parutem)’ 이론을 내세워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97년 발표된 파동의학은 소변이나 혈액의 파동을 분석해 암을 종류별로 조기발견하고 그에 적합한 맞춤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파루템은 일종의 암성어혈이다. 암 환자의 혈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파루템을 발견할 수 있고, 넥시아로 이같은 암성어혈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견해다.
하지만 대다수 의사들은 “파동의학이나 파루템 등을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나왔을 것”이라며 조롱하는 자세다. 

넥시아의 치료효과를 맹종하는 환자들이 여전한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 등 한의사 단체도 적극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서양의학적 잣대로 검증받지 않은 넥시아가 시장에 나오는 것은 법리에 어긋나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넥시아를 구하고픈 암환자와 가족들에겐 그럴 기회가 봉쇄돼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양방과 한방의 치료원리나 관점이 완연 다른 상황에서 다수의 암치료 의사들은 넥시아나 이성환을 처방하는 한의사를 이단으로 몰고, 이에 저항해 최 교수 등이 일부 지지자를 바탕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게 넥시아 논란의 한 단면이다. 한방의 과학화,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한의학의 현대화된 선용도 필요하다고 볼 때 양자를 다 수용하는 전향적인 묘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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