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 국제진료센터 교수(왼쪽부터), 김세웅 비뇨기과 교수, 환자의 아들 알리 알자비 씨, 100세 환자 힐랄 알자비 씨, 장기육 순환기내과 교수, 옥진주 국제진료센터장 등이 퇴원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내 의료진이 올해 100세를 맞은 최고령 외국인 환자를 치료해 한국 의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온 힐랄 알자비 씨(1914년생)의 심장질환 치료와  전립선비대증수술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알자비 씨는 고령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부종을 호소해왔다. 또 본국에서 심부전, 협착과 폐쇄부전증이 복합된 대동맥판막질환, 폐동맥고혈압, 만성신장질환, 빈혈, 심방세동, 전립선비대증 등 다양한 복합질환을 진단받아 인공심방박동기를 삽입한 상태였다.

아랍에미리트 군병원은 우수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술기를 보유한 한국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유했고 알자비 씨는 지난달 16일 서울성모병원에 입국했다.

주치의로 선임된 장기육 순환기내과 교수가 주치의를 맡아 심장초음파검사, 약물부하 심장초음파검사, 수면마취하 경식도 심장초음파검사 등을 실시했다. 검사 결과 판막이 변성되면서 두꺼워지고 석회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까지는 필요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이 수차례의 심장초음파검사, 다학제 토의, 심내막 심장조직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심장근육내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는 노인성 아밀로이드증이 발견됐다. 장 교수는 아밀로이드증에 의한 좌심실 이완기 및 수축기기능 장애가 알자비 씨의 심부전 원인임을 발견하고, 세심한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시행하면서 경과를 지켜봤다.

알자비 씨는 수술 전 전립선 크기가 35.7g으로 일반인보다 70% 이상 비대해져 수술이 필요했다. 이에 지난달 20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고출력(HPS)레이저수술 최다 건수를 보유하고 있는 김세웅 비뇨기과 교수가 국소마취하 전립선비대증수술을 집도했다.
 
HPS레이저수술은 직경 7㎜의 가느다란 내시경을 요도로 삽입한 뒤 120W 레이저광선을 발시해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기화시킨다. 전립선 조직을 직접 제거하므로 약물요법보다 치료효과가 높다. 또 부작용·출혈·통증이 적고, 부분마취를 하기 때문에 지혈제를 복용하거나 심장이 약한 환자·노약자에게도 시술 가능하며, 수술 시간이 짧다.

김 교수는 “환자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생긴 배뇨문제로 카테터를 착용했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았다”며 “HPS레이저수술 후 카테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연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피부과)는 “100세에 각종 질환이 동반된 환자가 온다고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국내 의료진 및 시스템의 강점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미국에서도 알자비 씨 같은 초고령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해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알자비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으며, 두차례 정도의 외래진료를 끝낸 뒤 이달 초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