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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노인 임플란트 수가·재료비 과다책정 … 치과의사 ‘폭리’ 의혹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11-02 22:31:45
  • 수정 2014-11-07 16: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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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 최저가보다 비싸, 치료재 ‘1+1’ 할증받아 차익 챙겨 … 치협·야당, 불법로비 혐의 검찰 조사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노인 임플란트가 과도한 수가 및 재료비 책정을 통한 치과의사들의 폭리, 치과계·정치권·보건당국의 담합 등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7월부터 75세 이상 노인은 60만원만 부담하면 치아 임플란트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저소득층 노인에겐 ‘그림의 떡’처럼 비싸고, 임플란트 시술비를 결정하는 행위수가와 재료비는 치과계의 거래관행에 비해 턱없이 높게 책정돼 치과병·의원들이 폭리를 취하는 통로만 열어줬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건강보험상 임플란트 행위수가인 101만원은 정부 추산 관행수가(행위+재료)인 139만원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올 상반기 논란이 됐던 초음파검사의 경우 보험수가가 관행수가의 50% 미만으로 책정된 것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후한 대접을 받았다는 불공정, 불평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임플란트 시술의 유용성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치과의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둬온 게 사실”이라며 “이번 수가결정에도 치과의사들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의료계 전반이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수가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진료과 의사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 게 지난 6월 제기된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의 대 정치권 로비 의혹이다. 노년층 및 보수세력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어버이연합은 ‘반유디치과법’ 등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치협으로부터 불법 후원자금을 받았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치협이 영향력을 강화하고 저가 임플란트 공세로 시장을 잠식해가는 네트워크 치과병원을 압박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고발된 의원은 양승조·이춘석·김용익·이미경·박영선·변재일·박수현·강기정·한명숙·이석현·장병완·조정식 의원과 배기운 전 의원 등 전부 야당 출신이다. 이 중 양 의원은 3422만원, 나머지 의원들은 1000만∼2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남섭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과 김세영 전 회장도 함께 고발됐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특정 단체나 법인은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낼 수 없다.

검찰은 치협이 정치후원금 제공을 주도하면서 간부 명의로 ‘쪼개기 후원금’을 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지난달 31일 서울 송정동에 있는 협회 사무실과 주요 간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서류 등 증거물을 확보했다. 현재 치협 관계자를 소환해 어떤 이유로 돈을 입금했는지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검찰의 치과의사협회 수사는 정당한 입법활동과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며 “편파적인 기획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복지부 개정안에 따르면 치아 1개당 임플란트시술의 행위수가(의료서비스 대가)는 치과의원 101만3000원, 치과병원은 105만6997원, 대학병원 114만5080원이다. 재료수가는 고정체(픽스처)·지대주(어버트먼트) 등을 합쳐 13만~27만원이다. 이들 두 가지 비용을 합치면 113만~141만원이다.

그러나 임플란트시술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치료행위이고, 시술 시간이 짧으며, 시술 난이도가 외과수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음을 감안하면 행위수가가 예상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환자는 총 임플란트 시술 비용의 113만~141만원 중 50%인 60만~70만원을 부담하면 되지만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이 가는 큰 돈이다. 현재 국내 노인 빈곤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69만2200원으로 전국 가구 평균인 416만1800원의 64.7%에 그치고 있다.
이번 노인층 임플란트 치과급여 결정에 참고기준이 된 임플란트시술의 관행수가는 보건사회연구원이 복지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시중 치과와 대학병원 치과 등 400여곳의 임플란트 비용을 조사해 산출됐다.

게다가 75세가 넘어가면 손실된 치아가 많아 1인당 4~6개의 임플란트치아가 필요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보험이 적용되더라도 240만~360만원에 달한다. 빈곤에 허덕이는 대다수 75세 이상 노년층이 수백만원의 시술비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13일 배포한 복지부 국정감사 질의서를 통해 “정부는 60만원이면 임플란트시술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부유층 노인의 시술비를 할인해주는 효과밖에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노인들은 치과치료를 미루다 치조골이 손상된 경우가 많아 시술비가 급상승한다. 치조골은 치아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뼈 부위다. 임플란트시술은 치아를 상실한 부위에 새롭게 인공치아를 심기 때문에 치조골의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개인치과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노인들은 잘못된 치아관리 및 치아 노화로 치조골이 퇴화돼 골이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치조골 이식이 필요한 임플란트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저소득층 노인들은 감히 시술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치과 관계자는 “이가 거의 다 빠진 노인의 경우 고작 2개의 임플란트를 시술한다고 해서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임플란트 보험급여화의 취지가 무색하다”고 덧붙였다. 

임플란트시술의 재료비에도 거품이 가득 끼었다는 지적이다. 이목희 의원실 조사 결과 현재 임플란트 제조사들의 과다 경쟁으로 치과의사들이 치과재료를 하나 사면 덤으로 하나를 공짜로 얹어주는 ‘1+1’식 할증 제공이 남발되고 있다. 하나를 구입하면 세 개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노인 임플란트 시술은 별도의 영수증을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야 하므로 정가로 구입한 임플란트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비보험 환자의 경우 이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짜로 얻은 임플란트 재료를 활용해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이 의원실은 “이번 조사결과 임플란트 재료비도 현행 13만~27만원에서 50~7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저렴한 재료비로 인한 치과의사의 추가이득이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법규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와 치협 등은 이같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적정한 시장조사를 통해 임플란트수가가 결정된 사안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치과 네트워크병원들이 임플란트시술 비용으로 90만~100만원대 비용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행위수가와 재료비를 합친 113만~141만원의 수가는 과다 책정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목희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감사 전 자료조사 과정에서 관행수가가 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된 것을 지적했고, 현재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복지부 경과보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목희 의원은 “시술 안전성과 비용 부담의 적절성 등을 고려할 때 임플란트시술의 보험 적용 연령을 조속히 낮추고, 노인 틀니 사업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50%에서 30% 정도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임플란트 수가와 재료비가 과다 책정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관련 문제를 제기하고 추가 조사를 실시해 현행 수가가 적절한지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플란트 치료비용 논란은 3년전부터 지속돼왔다. 유디치과 룡플란트 등 일부 네트워크병원이 시중보다 시술비를 대폭 줄인 ‘반값 임플란트’로 시장을 파고들자 치협 등은 시장질서를 흐린다며 공격했다. 치협은 네트워크치과가 발암물질 치료재료를 쓰고, 임플란트가 필요없는 노인에게 과잉진료를 일삼으며, 치과의사가 아닌 사람이 시술을 맡고, 대표원장(오너)가 여러개의 치과를 소유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등의 논리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에 네트워크치과는 치협이 가격경쟁을 통한 공정거래를 방해하고, 치과의사들이 조직적으로 대표원장들의 명예를 훼손했다(왕따시켰다)며 반박했다.

쌍방이 고소를 주고받으며 사사건건 충돌하던 2011년 치과계 임플란트 전쟁은 결국 치협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 논쟁은 1인 1의료기관 개설의 기존 의료법 원칙을 더욱 공고히하는 속칭 ‘반(反)유디치과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로써 치과계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던 네트워크병원이 일부 정리되거나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서울시 치과병원별 임플란트 가격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내 치과병원별 임플란트 가격은 최소 85만원에서 최대 390만원으로 4.6배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의료행위이다보니 행위수가가 의사 재량에 달려있고, 치과재료의 실제 거래 가격도 공개되지 않아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치료수준 같은 질적인 문제는 환자가 파악하기 어려워 임플란트 비용이 적절한지 알 길이 없다.
더욱이 치과재료의 유통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치과계 내부는 물론 치과계를 둘러싼 외부권력(보건당국 및 정치권)과의 비밀스런 담합이 오랫동안 적폐로 남아 있어 이런 불투명한 치과시장 구조는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임플란트 시술시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선거 유세 중 수가, 본인부담률, 개수 제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노인이 임플란트를 저렴하게 시술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수 차례 강조했다. 결국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돼 당선 후 노인 임플란트에 보험이 적용됐지만 대상은 75세 이상으로 축소됐으며, 시술 개수도 평생 2개로 제한됐다.

상실된 치아를 대체할 치료수단으로 임플란트만큼 나은 것은 현재로선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임플란트 만능론에 빠져 치주염 등 예방적 치과치료나 초기의 보철치료를 등한시하면서 비보험 사각지대가 넓지 않은지, 임플란트 수가를 낮출 근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데도 관련 보건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지 않은지 합리적 정책조정과 촘촘한 감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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