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만명 당 52.1명, 일본 제쳐… 전체 환자 10명 중 7명, ‘ER+유방암’, 고지방식 피해야
한국유방암학회는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한국인 유방암의 국내외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 유방암 현황 및 발병 양상이 모두 서구형으로 급격히 변화했다고 16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을 유방암 주요 호발국가인 북아메리카, 서유럽, 뉴질랜드, 호주, 일본 등과 함께 고소득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무엇보다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한국인 유방암 발생률은 일본을 앞서며 동아시아 국가 중 최고 자리에 올랐다. 국내서 2008년 10만명당 38.9명꼴로 발생하던 유방암은 2012년에는 10만명당 52.1명꼴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장기간 동아시아 유방암 발병률 1위를 기록한 일본은 2012년 10만명당 51.5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유방암 발생률을 보인 것은 국제암등록 통계 집계 이후 최초다.
연간 유방암 환자는 1996년 3801명에서 2011년에 1만6967명으로 늘어 15년 사이에 약 4.5배 껑충 뛰었다.
학회 조사 결과 생활습관의 급격한 서구화가 유방암 발병 증가와 양상 변화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섭취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Estrogen Receptor Positive, ER+) 유방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 유형의 유방암은 암세포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꾸준히 반응, 성장이 촉진되는 게 특징으로 서구적으로 변한 식생활로 인한 요인이 크다. 발병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포화지방 섭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에스트로겐의 주된 공급원은 지방조직으로, 비만할수록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져 주의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해외 연구 결과, 포화지방 섭취가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ER+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약 30% 높았다.
국민건강통계를 살펴보면,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의 1일 섭취량도 1998년 53.7g에서 2012년 85.1g으로 15년 동안 약 60% 상승했다. 지방을 기준치 이상 섭취하는 사람도 5명 중 1명(22.1%)이나 되었다.
ER+유방암은 발병 후 오랜 기간이 지나도 재발 위험이 존재해 호르몬치료가 필요하다. 2002년엔 전체 유방암 환자의 58.2%를 차지했으나 2012년에는 73%까지 상승했다.
이와 밀접한 관계에 놓인 ‘폐경 후 여성 유방암’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폐경 후 생기는 유방암은 지방조직에 영향을 받는 만큼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폐경 이후에 발병하는 비율이 높다. 한국은 작년부터 폐경 후 유방암이 전체 유방암의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는 전체 중 53.4%를 차지했고 중앙값 나이도 51세로 2000년보다 5세 늘었다.
식습관 변화나 체중 외에도 △빠른 초경 △늦은 폐경 △늦은 첫 출산 △수유 무경험 등도 여전히 유방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유방암 발병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OECD국가 최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유방암 사망률은 일본(9.8명)이나 미국(14.9명)보다 현저히 낮은 10만 명당 6.1명에 불과하다. 의료 선진국으로 꼽히는 북미나 유럽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치다.
이는 비교적 초기에 속하는 0기나 1기에 암을 진단받는 비율이 2000년 32.6%에서 2012년 56.24%로 상승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조기진단이 늘어나면서 치료패턴도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유방을 지키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는 시술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환자가 여성성을 지키고 있다. 자신의 유방을 보존하는 치료인 부분절제술로 치료하는 환자가 67.2%를 차지했다. 2000년에는 한 해 99건에 불과하던 유방재건수술이 2012년엔 910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좋다. 한국유방암학회가 최초로 발표한 ‘병기별 5년 생존율’ 자료를 살펴보면 유방암을 0기에 진단받은 환자는 5년 생존율이 98.8%에 달했다. 이어 1기는 97.2%, 2기 92.8%로 0~2기에 발견한 사람은 90% 이상의 생존율을 보였다. 반면 4기 환자의 생존율은 44.1%에 불과했다.
송병주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유방센터장)은 “한국은 이제 다른 선진국과 함께 고위험국가로 분류될 정도로 유방암 발생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발병 양상이 급격히 서구화되고 있어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유방암 극복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아주 좋은 만큼 개인이 조절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평소에 관리하고 나이에 맞게 꾸준히 검진받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